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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가혹하고 때론 너그럽고..'연기력 논란' 잣대도 다양
2013-06-18 15:51:39 2013-06-18 15:54:44
[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배우들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지적은 외모도, 인기도 아닌 바로 연기력일 것이다.
 
연예계 데뷔 10년을 넘긴 톱스타 김태희는 대한민국 대표 미녀로 불리며 각종 CF를 섭렵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연기력이다. 작품에 임할 때마다 그녀는 부족한 점에 대해 알고 노력 중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또 매번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다. 대중들도, 그녀도 이쯤되면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나의 작품에 대해 평가할 때 꼭 짚고 넘어가게 되는 요소가 연기라면 이같은 논란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만큼 연기력 논란의 유형도 다양하다.
 
(사진제공=SBS)
 
◇우려먹기형
 
뭐든 시작이 중요한 법이다. 신인 배우들은 그래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대중들 앞에 나서야 한다. 신인 시절부터 꼬리표가 붙으면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단적인 예가 김태희다. 김태희는 악역을 연기했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부터 특유의 과장된 표정 연기가 도마에 올랐다. CF스타라는 타이틀은 이를 비판하기에 더 좋았다. CF 연기에만 능해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그러다 그녀는 지난 2009년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재평가를 받았다. 연이어 출연한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가 화제를 낳으며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로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 김태희가 모든 사람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훌륭한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발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중들이 김태희에게 거는 기대만큼 논란도 커지는 모습이다. 잘하든 못하든 앞으로도 연기력 문제는 늘 그녀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태희와 함께 연기력 논쟁에서 자주 거론되는 배우가 성유리다. 지난 2003년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선보인 "나는 남부여의 공주다"라는 대사는 지금까지도 그녀의 연기력을 논할 때 거론되는 단골 메뉴다. 그녀 역시 김태희 못지 않게 출연하는 작품에서마다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고,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선입견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본인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드라마 '로맨스 타운'을 통해 그녀는 그간 쌓아온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연기력 논란을 말끔히 씻어내는 듯 보였다. 성유리의 행보에 있어 연기력 문제가 다시는 튀어나오지 않을 것을 예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제는 '연기력 논란 벗었다'라는 타이틀이 그녀를 따라나닌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출생의 비밀'에서 성유리는 감정 변화가 심한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기억 상실이라는 소재까지 버무린 이번 작품에서 그녀는 홀로 몇 사람의 역할을 해내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줄기차게 거론됐던 연기력 논란 때문에 그녀의 연기는 어쩌면 그 논란의 범주 안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느낌마저 자아낸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뜬금 없는 유형
 
가끔은 의외의 배우가 뜬금없이 연기력 논란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해 드라마 '마의'에서 인선왕후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혜선은 배우 경력에 어울리지 않게 극중에서 어색한 사극톤을 선보여 때 아닌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그녀는 1987년에 데뷔해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온 중견배우다. 신인 시절에도 특별히 연기력 문제로 구설에 오르지 않았던 그녀가 뒤늦게 대중들의 지적을 받게 되는 어이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지난해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린 배우 이희준도 이해하기 힘든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자 배우 송강호를 배출한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그동안 연극과 뮤지컬, 영화를 통해 실력을 쌓아온 베테랑 연기자인 그가 후속작인 '전우치'에서 어색한 연기를 선보여 대중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것이다. 사실 이희준은 송강호처럼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섞인 대사톤을 선보이면서도 자연스러움을 유지해 '생활 연기의 달인'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그런 그가 퓨전 사극인 '전우치'에서 뜻하지 않게 어색한 연기를 선보여 대중들에게 실망을 안긴 것이다. 그러나 최근 종영한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진솔함이 묻어나는 생활 연기로 부진을 만회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외모와 그에 걸맞은 안정된 연기력으로 호감을 높인 배우 신세경도 일반적인 시각에서와 다른 연기력 논란을 일으켰다. 바로 맡는 배역마다 변화가 없이 늘 똑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대체로 청순가련형의 가난한 여성을 연기하며 비슷한 연기 패턴을 보여왔던 게 문제였던 셈이다. 특별히 그녀의 연기가 문제가 될 만한 것이 아닌데도 변신을 바라는 대중들의 심리가 '논란'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배우들이 어떤 캐릭터를 만나느냐에 따라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로 인식된다.
 
(사진제공=KBS)
 
◇얼렁뚱땅 형
 
때론 부족한 연기력을 보이고도 큰 홍역을 치르지 않고 그야말로 운좋게 얼렁뚱땅 넘어가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상어'에서 손예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 경수진의 경우가 그렇다. 경수진은 성인연기자인 손예진과의 닮은꼴 외모가 화제를 낳으면서 정작 배우에게 중요한 덕목인 연기력에 대한 지적을 피해갈 수 있었다. 신인임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평가가 나쁘진 않지만 분명 부정확한 발음으로 몰입을 방해하는 단점을 노출하고도 작품이 주는 임펙트와 청순하고 가련한 얼굴과 표정 연기 등이 이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큰 논란은 피해갈 수 있었다.
 
드라마 '구가의 서'를 통해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배수지도 연기력 문제를 유연하게 극복한 경우다. 데뷔작인 '드림하이'에서 그녀는 이른바 '발연기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상대 배우인 김수현의 안정된 연기가 만들어내는 조화로 인해 연기력 논란을 일정 부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선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스토리로 인해 '첫사랑의 아이콘' 이미지를 얻게 되면서 연기력에 대한 냉철하고 까다로운 비판에서 다소 물러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수지의 연기력은 차츰 발전했고 '구가의 서'를 통해 별다른 논란 없이 연기자로서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기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이는 자신이 하는 것에 비해 너무 가혹한 비판을 받는다며 불평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는 하는 일마다 막힘 없이 술술 잘 풀린다며 쾌재를 부를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을 바라보는 시각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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