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경영정상화, 단계마다 고비..왜?
채권단 내부 이견 팽팽.."정부여당 등쌀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입력 : 2013-07-31 15:29:30 수정 : 2013-07-31 17:30:4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조선해양(067250)이 막판 진통 끝에 한 차례 고비를 또 넘겼다.
 
31일 채권단은 이달 초 발표된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2조원이 넘는 신규자금 지원과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골자로 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에 어렵사리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매 단계마다 아슬아슬한 장면이 계속해서 연출되고 있다. STX조선해양을 중심으로 STX중공업(071970)STX엔진(077970) 등 이른바 STX조선그룹 회생에는 채권단 전원이 동의했지만, 지원규모와 시기 등 세부안을 놓고 채권단 내부에서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올 초 한국은행 금리인하 영향으로 이자마진이 감소,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일시에 대규모 자금지원에 나서기엔 부담이 커졌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우려도 들린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채권단을 압박하면서 이들 은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정부여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 텃밭인 경남 사수에 나섰다고 눈을 흘기는 이유다.
 
일단 봉합은 됐다. 관련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채권단 전원은 STX조선해양 경영정상화에 대한 동의서를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일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 사옥 전경(사진제공=STX)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30일까지만 해도 농협,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 등 8개 채권금융기관들 중 외환은행만이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어 정책금융공사와 무역보험공사 등 국책 기관들이 동의서 제출 의사를 밝히면서 자율협약 체결 무산에 대한 불안감은 가라앉았다.
 
내부 기류를 들여다 보면 나머지 은행들은 '무언'을 통해 산업은행 등 당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STX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을 부실채권(고정 이하)으로 분류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지시는 불에 기름을 얹은 꼴이 됐다.
 
금감원 방침대로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할 경우 각 은행들이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 규모는 현재 7%(요주의)에서 20%(고정 이하)로 급증하게 된다.
 
나머지 은행들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당초 경영정상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31일까지 700억원 규모의 어음을 상환해야 하는 STX조선해양은 협력업체에 어음 결제를 미뤄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금감원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충당금 적립기준을 채권단 자율에 맡기기로 한발 물러섰고, 채권단도 STX조선해양에 자금 지급이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날 동의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팽팽한 신경전과 줄다리기 끝에 어렵사리 합의에 이른 것이다.
 
금감원과 채권단이 한발씩 물러나면서 이번 고비는 넘겼지만 그렇다고 순항만을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다. 언제든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게 관련 업계의 풀이다.
 
실제 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들은 회생키로 합의한 이상 지원규모를 늘려 조기에 정상화를 이루자는 입장인 반면 채권단 소속 은행들은 추이를 봐 가면서 지원규모나 시기 등을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에 포함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표현했다. 정부와 정치권 등쌀에 마지못해 동의서를 제출한  것일 뿐, 은행 대내외 여건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채권단 내부에서 큰 틀의 합의는 이뤄낸 만큼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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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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