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늑장 대처에 '을' 분통
불공정거래행위 제기 대리점 관계자 사례 발표
2013-08-26 19:03:22 2013-08-26 20:05:52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불공정거래를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실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이대로 좋은가?'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제기한 5명의 대리점 관계자가 신고부터 처분까지의 과정을 전달하며 공정위의 문제점에 관한 사례를 발표했다.
 
마메든샘물은 2003년 '지리산 청학동 샘물'이란 상표로 샘물 유통을 시작한 이후 사업 호조로 2004년 브랜드를 론칭하고 제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석수&퓨리스(현 하이트진료음료)의 임직원이 마메든샘물 포기와 함께 석수&퓨리스로의 사업 전환을 요구했지만 김용태 사장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석수&퓨리스는 마메든샘물 12개 대리점에 접근해 초기 3개월간 샘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1년 동안 통(18.9ℓ)당 860원, 이후 4년 동안 1720원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며 브랜드 전환을 시작했다.
 
이후 2008년 7월 8개 마메든샘물 대리점이 석수&퓨리스 대리점으로 전환함에 따라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고 미수금이 증가해 마메든샘물은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김용태 사장은 2009년 9월과 2010년 12월 공정위에 부당염매 혐의로 석수&퓨리스를 신고했지만, 각각 '무혐의' 결정과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심의절차가 종료됐다.
 
이에 불복한 김 사장은 지난해 3차 신고를 진행했고, 공정위의 편향된 태도에 항의하는 의미로 그해 7월 공정위 앞에서 대형트럭으로 교통방해 시위를 벌여 49일간 구류되기도 했다.
 
결국 올해 7월 공정위는 석수&퓨리스에 관해 부당염매가 아닌 '사업활동방해'로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또한 커튼과 침구류 등을 생산하는 중소업체 ㈜미페를 운영했던 박기용 사장은 롯데마트가 납품을 중단해 폐업하게 된 과정을 증언했다.
 
박기용 사장이 밝힌 불공정거래 사례는 ▲매장 강제 철수 ▲판촉사원 파견 ▲롯데마트 상품 강제 구매 ▲롯데상품권 지급 행사, 할인행사 참여 강제 ▲전산상 반품 처리, 전산 매출 조작 ▲잦은 수수료 인상 등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11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마트를 고발했지만 6개월 정도의 처리 기간 후 위반행위로 인정되지 않거나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리됐다.
 
이후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공정위가 무혐의 처리한 롯데마트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관해 재신고했으며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농심(004370)의 특약점에 관한 불공정거래 신고 건에서도 공정위의 처리에 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참여연대와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는 판매목표 강제, 구매 강제, 거래조건 차별, 거래 거절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농심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올해 1월 신고인에게 농심이 작성한 '농심의 입장'이란 문서를 보냈고 처음 신고한 지 1년 만인 올해 7월 신고인을 불러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택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 대표는 농심에 대한 현장조사, 관계인 소환 조사 등 진행하지 않았고 신고인에 대해서도 조사 여부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례 발표 이어진 토론회에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갑(甲) 친화적 법체계를 을(乙) 친화적 법체계로'란 발제에서 공정거래법 전체 체계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민 의원은 종속적 관계의 을이 갑과의 사업관계 파탄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신고하기가 어렵고 신고한 이후에도 을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고, 구체적으로는 교섭권 보장,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배제의 확대 강화,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에 대한 재판상 화해의 효력 부여,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또한 가맹사업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에서는 불공정사건 조사권, 고발요청권, 분쟁조정권을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근 경제민주화국민본부 집행위원장은 공정거래사건에 관해 공정위 권한의 분산과 경쟁적인 행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만으로는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업자단체, 협동조합 등을 결성해 해당 대기업과 집단교섭을 거쳐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실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이대로 좋은가?'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불공정거래 행위를 제기한 5명의 대리점 관계자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정해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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