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울청, 국정원 댓글활동 알고도 묵살"
2013-09-27 17:49:38 2013-09-27 17:53:22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인터넷 여론조성 활동이 포착됐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묵살된 채 서울지방경찰청의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됐다고 검찰이 밝혔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진행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판에서 서울청 분석관들의 증거분석 과정이 담긴 동영상 파일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제기된 뒤 김씨가 수서경찰서에 증거자료로 임의제출한 노트북과 데스크 피시를 서울청 분석관들이 분석하는 과정이 담겼다.
 
공개된 영상은 서울청 분석실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것으로, 지난해 12월14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녹화분의 압축본이다.
 
검찰은 동영상을 재생하고 "서울청 분석관들이 12월15일 김하영씨의 인터넷 활동 정황을 포착하고수사팀에 알리려했으나, 같은날 밤 서울청 수사과장 회의 이후 태도가 변했다"고 밝혔다.
 
동영상을 보면, 분석관들은 지난해 14일 23시20분쯤 김씨의 노트북에서 텍스트파일을 복원해 오늘의 유머를 지칭하는 메모 등을 발견해 김씨의 인터넷활동 흔적을 추적해 확보했다.
 
이후 텍스트파일에서 확보한 아이디와 김씨의 인터넷 흔적을 역추적해 확보한 분석자료를 수서서 수사팀에 자료를 넘겨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자료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오갔고, "우리가 지금 구체적인 얘기를 하잖아 좌파니 우파니. 이게 어딘가에 제출된다고 하면.."서 CCTV의 오디오 장치를 조작해 대화내용이 담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다만 조작 미숙으로 이들의 대화 내용은 CCTV 동영상에 계속해서 녹음됐다.
 
또 분석관들은 김씨가 자신이 게시한 인터넷 글을 삭제하고, 복수의 작성자가 글을 쓴 것처럼 가장하려고 맥어드레스(MAC Address)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와 함께 확보한 아이디를 추적해 국정원 직원이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한 내용을 파악하고, 게시글도 확보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한 분석관은 "아니기를 바랐는데 이 엄청난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말했다.
 
분석관들은 최초로 복구한 메모장 텍스트파일 내용이 중요하고, 더 많은 양의 작성글을 확보하기 위해 서버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30분 후 당시 김기용 경찰청장이 분석팀을 격려 차 방문했고, 이날 저녁 8시에 당시 최현락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주재로 회의가 있은 뒤 분석팀의 태도는 달라졌다.
 
이후 분석관들은 발견된 인터넷활동 흔적이 없다는 것으로 분석결과를 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이튿날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정해짐에 따라 예상질의작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빨리 끝내야 한다고 얘기 들었지?", "들었어요", "내일 오전까지는 예상질의 답변은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등의 대화가 이날 저녁 8시50분쯤 분석관들 사이에서 오갔다.
 
검찰은 당시 김하철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기획실장의 메모를 증거로 냈다. 메모에는 분석결과 발표 데드라인 결정, 보도자료 작성, 예상질의 작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서울청은 이튿날인 16일 밤 11시 "대선 후보 관련 비방, 지지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분석초기 파악한 내용만으로도 심리전단 직원이 인터넷 활동하는 걸 확인됐으나 수서서 수사팀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며 "이후 아무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동영상은 "가장 중요한 가장 객관적인 자료다"며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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