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 떨어지는 농산물가격..대형마트 농가 살리기
2013-11-07 16:34:13 2013-11-07 16:37:48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올 한 해 태풍(颱風)이 없어 대풍(大豊)을 맞은 농가. 기상 여건이 좋아 37년 만에 큰 풍년이라고 불릴 만큼 과일, 채소 등의 수확량이 크게 늘어났다. 배추, 무, 양파 등 겨울 대표 채소 품목들의 11월 초 도매 가격은 작년보다 최대 5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하지만 채소의 경우 수요가 급격하게 늘지는 않고 있다. 더구나 소비 촉진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농가는 풍년에 우는 '풍년의 역설'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농가 살리기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139480)는 이날부터 13일까지 대풍에 따른 산지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고자 '대풍에 어려운 농민 돕기 산지직송전'을 진행한다.
 
당장 이날 이마트 용산점에서는 배추, 감자 등 산지 농민들이 올라와 직접 해당 농산물을 판매하는 등 농산물 판매촉진 행사를 펼친다.
 
이번 행사에서는 배추 1망(3포기)에 3980원, 무 20만개 물량을 1개당 1280원, 얼갈이 10만단 물량을 1단 1000원에 판매하며, 감자(2kg)는 3280원에 200톤 물량을 준비한다. 추황배(6~10입) 4만 상자 물량도 마련해 1상자 9990원에, 햇밤(1.5kg) 20만봉을 2980원(1봉당)에 선보인다.
 
한편 올 가을 기상여건이 좋자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물 수확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산지 시세가 지난해 대비 20 ~50% 정도 급락했다.
 
지난 5일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자료에 따르면 김장철을 맞고 있는 배추(10kg·특)의 경우 지난해 7732원에서 올해는 4705원으로 39.2% 떨어졌다.
 
산지에서 8월 초순 계약재배 농가 기준 평당 5000원~5500원이던 배추시세는 현재 30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산지 수집상의 경우 계약시점보다 실제 평당 2000~3000원가량 손해를 보게 되자 계약금 포기 사례가 속출하는 등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배추얼갈이(4kg·상)는 4537원으로 지난해 4083원 보다는 소폭 가격이 올랐으나, 2011년 8010원 대비 43.4%나 가격이 내려갔다. 감자(20kg·특)는 2011년 3만3928원에서 지난해 2만7115원까지 가격이 하락하더니 올해는 2만5841원으로 지난해보다 더 낙폭이 크다.
 
밤(40kg·상)은 작년 19만원에서 올해 14만5000원으로 24%, 신고배(15kg) 역시 6만9041원에서 4만8441원에 판매돼 30% 급락했다.
 
롯데마트도 '풍년의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채소 소비 촉진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농가의 또 다른 수익원으로 주목 받는 ‘농산물 가공식품’ 활성화에 나선다.
 
먼저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역점, 잠실점, 구로점 등 수도권 22개점에서 김제, 부안 등 9개 단위 농협과 함께 배추, 무 등 6개 겨울 대표 채소(배추, 무, 양파, 마늘, 건고추, 감자)의 '소비 촉진 행사'를 진행한다.
 
단위 농협과의 직거래를 통해 유통 과정을 축소, 판매 가격을 현재 시세보다 낮추고 일부 품목은 도매 가격 수준까지 낮추는 노력을 통해 최대 30% 가량 저렴하게 선보여 소비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품목으로, '배추(3입·망)'를 3980원에, '양파(5kg·망)를 7000원에, '마늘(1.5kg·난지형)'을 7000원에, 감자(10kg·박스)'를 1만원에 판매한다.
 
또 농축액, 진액 등 '농산물 가공식품' 확대에도 적극 나선다.농산물 가공식품의 경우 원물 판매 외에 농가 소득 경로를 다양화할 수 있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국정 과제로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특히 농업인과 중소기업이 연계, 상생하는 식품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런 취지에 발맞춰 채소 MD(상품기획자)가 주축이 돼, '거래 농가', '농산물 가공업체'간 정보 교류 등의 소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품질이 검증된 중소 농산물 가공식품업체의 상품 입점을 적극 유도해, 일반 브랜드에 편중된 '농산물 가공식품' 시장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롯데마트는 풍년을 맞은 겨울 채소 중 상대적으로 가공이 용이한 마늘, 양파 15톤 가량을 선 매입해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채소 소비 촉진 행사'에 함께 선보인다.
 
대표적인 품목으로 '흑마늘 진액(80ml*30포)'을 1만8800원에, '양파즙 (110ml*30포)'을 1만4800원에 판매한다. 이 같은 가격은 비슷한 품질의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30%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우영문 롯데마트 채소팀장은 "올해 풍년에 어려움을 겪는 채소 농가가 늘어나면서 유통업체도 동반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직거래로 유통비용을 낮춰 소비를 촉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우수 농산물 가공식품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등 풍년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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