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시즌 첫 대회 쇼트 최고점 기록..총점 73.37점
2013-12-07 07:56:25 2013-12-07 07:56:25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 (사진=SBS 방송 프로그램 캡처)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부상에서 돌아온 '피겨 여왕' 김연아(23)가 복귀 후 첫 실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올시즌 최고 점수인 73.37점으로 1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6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8.37점과 예술점수(PCS) 35.00점을 받아 합계 73.37점을 기록했다.
 
24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김연아는 안도 미키(일본·62.81점),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58.81점) 등을 압도적 점수차로 제쳤다.
 
김연아의 이날 점수는 그가 2006년 시니어 무대에 올라온 이후 국제대회에서 받은 점수 중 통산 다섯 번째로 높은 점수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역대 최고점(78.50점)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 3월 세계선수권을 통해 획득한 69.97점을 가볍게 훌쩍 뛰어넘었으며, 일본의 동갑내기 간판스타 아사다 마오가 올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작성한 종전 기록(73.18점)을 뛰어넘은 시즌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부상 극복한 '피겨 여왕'의 화려한 복귀
 
오른 중족골 부상으로 뒤늦게 올림픽 시즌을 시작한 김연아는 떨어진 실전 감각이 문제로 꼽혔다. 아사다 마오가 지난 7월 일찍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10월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활약을 펼쳤던 것과 달리 김연아는 이번 대회 출전이 유일한 소치 동계올림픽 이전 리허설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탁월한 점프를 곁들인 물흐르는 듯한 연기를 선보이고 쉽지않은 과제를 연신 소화하며 우려를 씻었다.
 
김연아는 여름부터 준비한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Clowns)'를 이날 실전 무대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날 김연아는 조명을 받아 노란 빛이 감돈 올리브 그린색의 긴소매 드레스 의상을 입었다. 실연의 아픔과 청춘을 향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녹인 프로그램인 만큼 독특한 포인트를 주기보다 차분한 느낌의 옷을 선택한 것이다. 잔잔한 선율에도 어울리는 무난한 의상이었다.
 
빙판의 가운데에 선 김연아는 잔잔한 선율과 함께 어깨를 웅크리며 늘어뜨린 팔을 뻗고는 스케이트로 원을 그리는 동작과 함께 2분50초의 연기를 시작했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0점)를 깨끗하게 소화해 수행점수(GOE) 1.40점을 챙긴 김연아는 이어 트리플 플립(기본점 5.30점) 점프를 정확히 뛰어오르며 카멜 스핀을 선보여 연기 전반부를 마무리했다.
 
음악의 중간 지점인 1분25초를 지나서 점프 기본점에 10%의 가산점이 붙는 구간이 오자 더블 악셀 점프(기본점 3.30점)를 뛰며 연기의 후반부를 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착지가 불안정해 살짝 얼음판을 짚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김연아는 공개연습 당시 건너뛴 레이백 스핀과 스텝 시퀀스도 실전에서 펼쳤다. 특유의 풍부한 표정연기와 함께 애절한 그리움까지 묻어난 스텝 시퀀스였다.
 
잔잔하게 이어지던 음악이 높아지면서 감정을 끌어올리는 마지막 부분이 다가오자 김연아는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에 돌입했다. 스핀을 마친 뒤 살짝 앞으로 나오면서 양팔을 부드럽게 뻗는 동작과 함께 연기를 마쳤다.
 
점프 착지 중 한 차례 작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김연아는 전체적인 측면에서 볼때 크게 나무랄 부분이 없는 연기를 펼쳤다.
 
특히 시니어 데뷔 이래 쇼트프로그램에서 가장 높은 예술점수를 받아 탁월한 예술성으로 기술적인 실수를 만회했다. 더블악셀 부문에서 0.80점을 감점당한 것을 제외하곤 모든 과제에서 수행점수(GOE)를 연이어서 가져갔다.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가 연기별로 받은 점수.
 
◇아사다가 결코 따라오지 못한 김연아의 연기
 
김연아는 부상으로 그랑프리 대회를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시즌 다른 대회도 그랬다. 이 기간 중 그랑프리를 장악했던 선수는 다름아닌 아사다였다.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204.55점으로 우승한 아사다는 자국인 도쿄에서 치러진 4차 대회에서는 시즌 최고이자 개인 최고기록인 207.59점을 기록했다. 전날 후쿠오카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72.36점으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김연아가 나섰고 아사다의 전날 점수를 손쉽게 넘었다. 연기에 특별한 반전효과가 없었음에도 그녀의 좋은 표현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두 선수의 점수 차이가 큰 폭이 아닌데다 대회 규모가 다르다는 점에서 성적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다만 아사다에게 지난 밴쿠버 올림픽 당시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도록 하기에 좋은 김연아의 멋진 승리였다.
 
아사다와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꾸준히 경쟁 구도를 만들며 여자 피겨의 인기를 키웠다. 하지만 김연아가 1등을 기록한 많았던 것과 달리, 아사다는 김연아에 밀리며 2등으로 마치는 경기가 많았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김연아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것이다.
 
대회 시점과 위상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날 김연아의 출전은 전날 아사다의 출전과 함께 엮이며 여러모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일찌감치 '원격 대결'로 불리면서 두 선수간의 대결에 관심은 높아졌다.
 
그러나 역시 김연아가 높은 점수로 아사다를 제압했다. 그동안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던 쇼트에서 밋밋하게 느껴지는 곡을 택했고 독특한 포인트과 반전효과도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심판들은 그녀의 연기에 후하게 점수를 줬다.
 
7명의 심판 중 두 명이 5가지 모두에 9점 이상을 줬다. 심판들의 항목별 점수 중 가장 낮았은 것이 8.25점일 만큼 모든 심판에게 고른 지지를 받았다. 김연아의 탁월한 표현력과 녹슬지않은 기술력이 돋보였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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