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반전, 화해 기류 감지..공은 이맹희로
2014-02-06 17:44:15 2014-02-06 17:52:59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서로를 향하던 칼날이 무뎌졌다. 기류의 변화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측에서 먼저 감지됐다. 이 회장 측 법률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는 6일 2심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송 절차와 관계없이 원고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전 강경했던 입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삼성그룹은 이어 ‘변호인 공식입장’을 전해왔다. 먼저 “이건희 회장이 선대회장 유지대로 정당하게 경영권을 승계했고, 원고를 비롯한 다른 상속인들도 이를 양해했거나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의미 있다”며 재판부 판결을 환영한 뒤 “가족 차원의 화해에 대해서는 원고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맹희 전 회장(왼쪽)과 이건희 회장(사진=CJ그룹, 삼성그룹).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맹희 전 회장 측 상고 포기를 전제로 화해 가능성을 크게 열어뒀다. 고위 관계자는 ‘기존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며 “제의가 오면 양측이 만나서 화해방법 등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 판결을 존중해 상고를 하지 않는 게 순리다.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원고 측 결단을 촉구한 뒤 “진정성이야 양측이 만나서 대화하면 확인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족사로 온 나라가 들썩들썩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전만 이어졌다”며 “화해로 가는 것이 그간의 분쟁을 잘 정리하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일전의 이맹희 전 회장 측 화의 제의를 거절한 것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종의 여론전을 펼친 것인데 어떻게 진정성이 담보됐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1심에 이어 2심에서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에 대한 정통성이 명확히 확인된 만큼 이쯤에서 소모전을 덮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소송과정에서 가족사의 치부가 드러난 점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계속해서 뒤따르면서 심적 부담이 커졌다. 이날 변호인이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가족 간 분쟁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이유다.
 
공을 넘겨받은 이맹희 전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되는 가운데, 대립전선에 선 CJ그룹은 이건희 회장 측의 완화된 태도를 반겼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양측이 화해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상고의 뜻이 있다면 적극 만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전에도 2심 상고 이전에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1박2일 동안 이맹희 전 회장을 설득했다”며 “그 뜻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맹희 전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차동언 변호사가 2심 판결 직후 “판결문을 충분히 검토해서 의뢰인과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현재로서는 상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말해 이맹희 전 회장의 강경한 뜻을 그대로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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