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스토리)내 손안에 들어온 스마트한 비서
사전관리 능한 애플 시리·친화력 뛰어난 구글 나우
2015-06-16 10:36:07 2015-06-16 10:36:07
알고 지낸 시간은 제법 됐지만, 친구도 연인도 아닌 그런 애매한 관계의 남녀가 커피숍을 찾았다. 남자는 계산대 앞에서 자기 음료 대신 여자가 평소에 즐겨 먹는 커피를 주문한다.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관리를 하고 있으나, 내심 기분이 좋은 눈치다. 자기의 취향을 알고 배려해 주는 남자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둘은 특별한 관계로 가는 문을 통과한다. 마음을 사려면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마음을 사려는 노력은 시장에서도 일어난다. 특히 인터넷이 모바일 혁명과 소셜네트워크 붐을 타고 개인의 삶 깊숙한 곳까지 자리하면서 IT 업체 간의 기술 다툼이 치열하다. 이들은 소비자와의 애매한 '썸'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교제로 접어들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애플, 똑똑한 비서 iOS9 "사전관리에 능해"     
 
모바일 혁명 중심에는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있다. 이 기업들은 고객의 유일한 비서가 되기 위한 기술 경쟁에 돌입했고, 최근에는 애플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서비스를 과시했다. 맥월드 매거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2015'에서 차세대 운영체제(OS) iOS9을 선보였다. iOS9은 음성비서 '시리'와 검색엔진 '스포트라이트'의 강점을 결합한 OS다. 이 OS는 얼마나 똑똑한지 사용자의 취향을 미리 파악해 원할 때마다 하나씩 제공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가령, 당신이 휴대폰을 들고 체육관에 들어서면 iOS9은 운동에 맞는 경쾌한 음악을 틀어준다. 또 다른 회사의 OS는 당신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소모된 칼로리는 얼마나 되는지 추후에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iOS9은 뚱뚱한 당신에게 자전거 타기로 300칼로리를 빼라고 촉구한다. 사후 관리가 아닌 사전 관리인 셈이다.
 
◇애플 로고(왼쪽)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스코트 (사진=로이터)
 
애플은 이를 '앞서 주도하는 도움(proactive assistance)'이라고 명명한다. 주인이 묻기 전에 알아서 도움을 주겠다는 것. 정보를 종합·분석하는 능력이 진일보해 이런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iOS9은 앱과 연락처, 이메일, 주로 다니는 길 등을 종합해 사용자의 성향과 취미를 예측한다. 이 기능 덕분에 OS의 검색 능력은 맛집을 죽 나열해 주는 데서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맛집을 콕콕 집어내는 데까지 나아갔다. 말로도 검색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터키 여행 사진을 보여줘”라고 말하면 iOS9은 하드웨어에 저장된 정보 중 딱 그와 관련된 사진을 화면에 띄워준다.
 
또 하나의 강점은 하드웨어에 지닌 정보만을 사용한다는 점. 아이폰 사용자면 아이폰만, 맥북 사용자면 맥북에 있는 정보만을 활용해 사용자를 파악한다는 뜻이다. 이는 구글 '나우'와 MS의 '코타나'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양사는 구글과 달리 개인의 클라우드 영역에 있는 정보까지 활용한다. 정보량이 늘어나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정보와 신상내역이 기업의 손에 들어가는 데 불쾌함을 느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애플의 강점이 부각된다. 애플은 하드웨어 정보만을 취급해 IT 기술이 인간의 삶에 침범할 것이란 불안감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고 있다.
 
◇구글 나우·MS 코타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구글은 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애플과 MS를 제압할 만한 OS 환경을 조성했다. 구글의 강점은 애플이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앱과 서비스를 자유자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타사의 앱(third-party apps)과 완벽한 호환을 이룬다. 덕분에 구글은 사용자에게 구체적인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다. 주차를 어디에 해야 하는지, 수도세 납기일은 언제인지 등 구글 나우를 이용하면 시시콜콜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구글 나우가 예측 지원(predictive assistan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도 바로 이런 정보력에 기인한다. 구글 나우는 방대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일기예보와 뉴스, 지금 있는 장소의 특이점,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하려면 언제 출발해야 하는지와 같은 정보도 제공한다. 내부 앱을 이용할 줄도 안다. 가령 나우는 휴대폰에 깔린 앱 '에어비엔비(Airbnb)'를 이용해 숙박 업체 리스트를 뽑아서 보여준다. 휴대폰을 알람이나 시계 정도로만 사용했던 사람들에겐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다.
 
MS도 질세라 구글과 애플의 뒤를 추적 중이다. MS는 '개인비서' 코타나를 전면에 앞세웠다. 코타나는 윈도우10과 휴대폰, 태블릿PC, 데스크톱 등에 장착될 계획이다. MS는 지난해 인스테온을 인수해 스마트 홈 시장에 진출할 발판도 마련했다.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심산이다. 또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OS를 탑재한 제품에 코타나를 이식하는 기술도 개발 단계에 있다. 애플이야 OS 시스템이 폐쇄적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겠지만, 구글은 다르다. 구글은 오픈형 플랫폼을 추구하기에 MS의 코타나 이식 계획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사용자의 필요에 선제적으로 반응하는 OS가 살아남을 것이며 이때 통제받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누가 사용자의 마음을 얻게 될지는 올해 말 각 회사의 최종버전 테스트가 종료된 이후에나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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