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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동생 이미지 벗은 박보영의 '신들린 연기'
2015-08-05 14:56:43 2015-08-05 14:56:43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박보영이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오나귀)에서 1인2역으로 양극단의 성격을 완벽히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불과 얼마 전 KBS2 <1박2일> 출연까지만 해도 문근영과 함께 국민 여동생의 자리를 다투는 듯했던 박보영은 <오나귀>를 통해 발칙한 여성의 느낌을 드러내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보영이 <오 나의 귀신님>에서 1인2역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tvN
 
박보영이 극중에서 맡은 역할은 유명 셰프 강선우(조정석 분)의 레스토랑에서 주방보조로 일하고 있는 나봉선이다. 소심하다 못해 어눌하고, 문장 하나를 완성하지 못하고 말꼬리를 흐리는 여성이다. 심신이 나약해 귀신이 보이기도 한다. 늘 조급하고 떨리는 마음에 큰 실수가 잦고, 잘못이 있든 없든 "죄송합니다"를 연발한다.
 
나봉선은 그간 박보영이 연기한 인물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과속스캔들>에서 보여줬던 당당함도 없고 <늑대소년> 첫사랑의 느낌과도 다르다. 어둡고, 에너지가 없다.
 
답답할 정도로 자신감이 없는 나봉선에게 한 귀신이 빙의한다. 늘 당당하다 못해 뻔뻔할 정도의 자신감이 있는 신순애(김슬기 분)다. 빙의를 하는 순간 박보영은 나봉선에게 빙의한 신순애를 연기한다.
 
신순애는 기사식당을 운영하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당한 처녀귀신이다. 귀신과 잠자리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양기남' 강선우를 만나 어떻게든 잠자리를 갖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는다. "제발 한 번만 해 달라"며 강선우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그의 침대에 누워 얼굴을 가까이 맞댄다. 포옹은 기본이고, 틈만 나면 자신의 얼굴에 강선우의 손을 비빈다. 또 신순애는 죽은 귀신이기 때문에 "사는 동안 해볼 거 못 해볼 거 다 해보고 죽어야 한다"는 등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얘기한다. 남자를 밝히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효심은 지극하다. 나봉선보다 더 어른스럽고 인간적이다.
 
그러니까 박보영이 연기해야 하는 나봉선은 답답하고 조급하며 심신이 나약하면서도, 당당하고 뻔뻔하며 야하면서도 귀엽고 인간적인 면까지 갖춘 입체적인 역할이다.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 중인 박보영과 김슬기. 사진/tvN
 
이제껏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가 강했고 최근 영화 <경성학교>에서도 교복을 입었던 박보영은 입체적인 캐릭터 나봉선을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선우에게 저돌적으로 잠자리를 요청하는 모습이나 거침없이 스킨십을 하는 모습, 꽃받침을 하고 온갖 애교를 구사하는 등 박보영의 귀여운 이미지가 캐릭터의 발칙함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야한 여자'의 느낌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남자에게 저돌적이라 박보영의 평소 이미지와는 다소 이질감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극중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점에서도 어색함이 없다. 말투부터 표정, 남자들과의 스킨십에서의 리액션, 걸음걸이와 몸짓까지 박보영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을 동시에 연기한다. 김슬기의 특이한 억양까지 잡아내 훌륭히 구현 중이다.
 
나봉선을 통해 여동생의 이미지를 벗으면서 박보영의 연기 폭은 크게 넓어졌다. 야한 얘기를 해도 전혀 야하지 않을 것 같은 박보영에서 진한 사랑이 가능한 여성으로 변모했다. 앞으로 그가 맡을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간 국민여동생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오나귀>를 통해서 그 편견을 완전히 깼다"며 "억지로 해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작품 내에서 자연스럽게 거듭난 것이다. 이건 사실 뛰어난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박보영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면을 나봉선을 통해 드러내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박보영의 다음 작품은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다. 이름부터 '돌+I'를 연상시켜 강한 임팩트가 예상되는 캐릭터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사와 부딪히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나귀>를 통해 화면 속 나이를 크게 올린 박보영이 교복을 벗고 사회초년병으로 적응하는 다음 모습도 기대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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