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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박보영, '국민 여동생'의 알을 깨고 나오다
2015-06-10 12:13:18 2015-06-11 11:25:33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 출연한 배우 박보영.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어느 날부터 학생들이 하나 둘 이상 증세를 보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주란(박보영)은 사라진 소녀들을 목격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교장(엄지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수학생 선발에만 힘쓸 뿐이다. 그러는 사이 주란에게도 사라진 소녀들과 동일한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일제감정기였던 1938년 고립된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목격자 주란의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물이다. 하지만 여기에 공포, 스릴러, 심지어 히어로물의 요소까지 섞여있다.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려냈다. 적절한 서스펜스가 관객들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인 만큼 당시를 재현한 의상과 분장이 볼거리다. 제작진이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본어 대사도 시대감을 살린다. 10대 여학생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영화 전반에는 소녀적 감수성이 깔려있다.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박보영이다. 박보영이 연기한 주란은 계모의 손에 이끌려 경성의 기숙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천성적으로 병약한 체질 탓에 성격도 내성적이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준 연덕(박소담)에게 의지하며 학교에 적응해가고, 건강도 서서히 좋아진다. 하지만 미스터리한 사건에 가까워질수록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올해로 스물 다섯 살이 된 박보영은 아직도 교복이 잘 어울린다. 극 초반 박보영은 '국민 여동생'다운 청순한 매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극 초반과 후반 보여주는 박보영의 연기는 180도 다르다. 얌전한 여학생의 모습을 연기하던 박보영은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에서는 데뷔 10년차 배우다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여전히 소녀 같은 외모지만, 이제는 여배우로서의 내공을 갖춰가는 모습이다.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캐릭터 연기를 통해 '국민 여동생'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연덕 역에 캐스팅된 박소담은 눈에 띄는 신인 배우다. 책임감 있게 소녀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하는 연덕 캐릭터는 주란과 미묘한 워맨스(Womance)를 형성한다. 연덕은 학교의 비밀을 좇는 주란의 옆에서 사건을 함께 파헤쳐나간다. 스물 넷의 박소담은 배우로서 성장할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포물인 '여고괴담'을 통해 배출됐던 최강희, 박한별, 송지효 등을 떠올리게 한다.
 
'천하장사 마돈나'로 제27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과 각본상, 제4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을 받았던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개봉은 오는 18일이다.
 
-한줄평: 무더위 식힐 미스터리 스릴러
-토마토 평점: 7.2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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