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거센 반론 잠재울 수 있을까
방송 지역성·결합상품·알뜰폰 등 공방 가열
2015-12-02 18:10:18 2015-12-02 18:10:18
SK텔레콤(017670)이 지난달 2일 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을 결정한 이후 한 달 만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방송·통신 업계와 학계, 정부 등 각계에서는 반대 혹은 우려 입장이 쏟아져 나온 터였다. SK텔레콤은 국내 경쟁 패러다임을 바꿔 생태계 발전과 투자 활성화를 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부의 인수합병 인가까지 남은 약 3개월 동안 치열한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형희 SK텔레콤 MNO 총괄은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본사에서 열린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관련 설명회에서 "이번 건으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유불리를 충분히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논의 결과는 국내 방송통신 및 콘텐츠 산업이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정답을 찾아 윈윈하는 쪽으로 모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본사 사옥에서 설명회를 열고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한 기대효과 및 청사진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이종봉 네트워크부문장, 윤원영 마케팅부문장, 이형희 MNO 총괄,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 하성호 CR부문장. 사진/김미연 기자
 
SK텔레콤은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추구,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침투 등을 강조하며, 가입자 확보에 매몰돼 실적 부진, 투자 여력 약화 등을 겪고 있는 국내 미디어 시장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경쟁사들이 자극을 받고 질적 성장이 가속화되면 소비자 후생도 증대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KT(030200)는 "이번 인수합병은 국내 가입자를 추가 확보해 매출, 점유율,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일 뿐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무관하다"며 "결과적으로 타 사업자들도 투자확대 의욕을 상실해 방송통신시장 경쟁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산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는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이 인수합병되면서 가뜩이나 위기에 놓인 케이블TV 업계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빅딜이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인수합병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 이 총괄은 "각 주체별 생각이 있을 것이므로 말하기 어렵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지역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 합병하게 되면 케이블TV의 지역성, 나아가 방송의 다양성, 공공성 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SK텔레콤이 케이블TV를 운영하면 공익성 이슈가 제기된다는 것에 대해 조금 화도 난다"며 "합병을 통해 800만명 규모의 플랫폼이 되면 다양한 가입자 기반이 생기고, 콘텐츠 다양성은 고객 만족을 위해 당연히 가져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채널의 법적 취지에 따라 합병 허가 이후에도 지역 생활정보 채널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CJ헬로비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제작 비중을 높이거나 주민 참여도 증대, 지자체 등 지역정보 생산자와의 협력 등을 통해 지역성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향후 다양한 형태의 결합상품 출시 계획도 시사했다. CJ헬로비전의 케이블망에 주파수 확장 및 보유 기술을 적용해 초고속인터넷 품질을 높임으로써 자체 결합상품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SK텔레콤의 이동전화와 케이블TV를 묶는 결합상품을 출시해 이용자 선택권을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032640)는 "SK텔레콤의 '케이블 공짜 번들 정책'으로 케이블TV의 수익성 악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SK와 CJ그룹 간 콘텐츠 독점화로 국내 방송 콘텐츠 산업의 황폐화가 전망된다"며 "SK텔레콤은 결합상품 강화로 이동통신 지배력을 방송 시장에 확대하고, 알뜰폰, 초고속인터넷, 방송에 이르는 모든 시장을 독점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형희 총괄은 이에 대해 "인수합병 후에도 유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는 변하지 않고 경쟁의 갭이 다소 좁혀질 뿐"이라며 "기존의 '1강 2약'에서 '2강 1약' 체제로 바뀐다는 점에서 1강이었던 기업과 1약으로 남는 기업이 느끼는 불편함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인수합병 대상에는 CJ헬로비전이 보유한 알뜰폰 1위 브랜드 '헬로모바일'도 포함돼 있어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대부분 KT 망을 쓰고 있는 헬로모바일 고객을 현실적으로 SK텔레콤 망으로 전환시킬 방법이 없다"며 "기본적으로 고객 동의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단말도 KT향 모델이 많고 서비스도 차이가 있어 인위적으로 전환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알뜰폰에 전이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가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SK텔레콤은 향후 ▲디지털 전환, UHD 확대 등 케이블망 고도화 ▲쌍방향 지능형 네트워크 구현 ▲콘텐츠 산업 및 스타트업 지원 등을 위해 향후 5년 간 5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약 7조5000억원의 생산유발 및 4만8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KT는 "SK텔레콤이 케이블TV 투자를 강화해 UHD 확대 등 케이블망을 고도화하겠다는 주장은 눈속임에 불과하며, 다른 투자 계획들도 모호한 표현으로 포장한 것"이라며 "KT와 LG유플러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케이블TV 인수 없이도 지능형 네트워크 고도화, 콘텐츠 산업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는 "5조원 투자 계획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존 투자액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하고, 생산 및 고용유발 효과 역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 미디어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신과 미디어 융합을 선도해 ICT 산업의 선순환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미연 기자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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