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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장관 인사청문회가 울린 경고음
2016-01-11 15:17:27 2016-05-10 17:25:22
아무리 큰 악재라도 누군가에겐 호재가 된다. 지난 주 북한의 갑작스런 핵실험도 그렇다. 핵실험 당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진행됐고, 다음날 강은희 여성부 장관 후보자, 이준식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열렸다.
 
네 사람 모두 만만찮은 문제점들이 드러났고, 특히 무더기로 의혹이 제기된 이준식 후보자의 경우엔 평소 같았으면 상당한 진통을 겪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모두 무난히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참여정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강력한 요구로 인사청문회가 본격화된 이후 의혹과 흠결의 양태는 제각각이면서도 유사점도 컸다. 어떤 면에선 ‘트렌드’를 타기도 했다. 상속재산 처리, 본인의 병역, 본인과 배우자의 부동산, 자녀교육 명분의 위장전입 등은 꾸준한 의혹이다. 학자 출신들이 대거 발탁되면서부터는 논문표절, 사외이사 등이 떠올랐다. 법조인 출신들은 전관예우가 그렇고, 세금 미납, 이중 소득공제 등이 새로 떠오르는 단골 메뉴다.
 
너무 큰 액수의 돈 문제라든지 위증, 거짓말, 증거인멸 시도 등 청문회 시기에 어설프게 문제를 덮으려 했던 경우를 제외하곤 실은 낙마한 사람도 별로 없었다. “송구스럽지만 과거에는 관행이었다”는 변명에 국민들이 화를 내면서도 일정 부분 수긍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잘난 분들이 왜 저러나’ 싶기도 하면서 내심으론 ‘너도 나도 앞만 보고 달려가던 시기이긴 했다’는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래, 이번엔 속아주지만 앞으로는 안 된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지 않았나”며 다짐을 요구했고 높은 분들은 철석같이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기막힌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고위공무원인 아버지가 설립을 주도한 기관에 딸이 인턴으로 취직하고,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인 엄마를 둔 아들은 관련 자격증도 없이 IT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했다. 교육부 장관 하겠다는 대학교수는 딸이 언제 한국 국적을 잃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는지도 정확히 몰랐단다. 미국식 부모자식 관계인가 싶었지만, 그 딸의 학비는 재산도 많은 부모가 사학연금에서 무이자로 대출해 충당했고, 딸 명의로 작년에 10억 상당의 부동산도 구입했다.
 
‘옛날’ 문제는 넘어가줬는데 ‘지금’도 그러고 있을뿐더러 ‘자식들’에게까지 금수저를 물려주고 있는 모습이 속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눈감아줬다. 현재는 억지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 미래도 어둡다면? 나는 힘들더라도 견디고 있는데 내 자식들도 힘 있는 사람들 자식에 의해 불공정하게 밀리게 된다면? 도대체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안전망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의식, 가치, 희망의 사회안전망이 더 큰 것일지 모른다. 하물며 군부 독재시절에도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학교 진학한다’, ‘시험 잘 치면 출세한다’, ‘저축 열심히 하면 내집 마련한다’는 희망의 사다리는 튼튼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북한 핵실험에 묻혀버렸지만, 그 실험보다 더 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자식 잘 챙기기론 야당도 만만찮으니 정부 여당만 탓할 일도 아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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