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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벤처에 뛰어드는 것을 존경하는 분위기 필요"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위대한 기업 탄생시켜 세상 변화 추구"
2016-02-15 06:00:00 2016-02-15 06:00:00
"국내 벤처 업계의 내실을 키우려면 창업을 연이어 하는 벤처기업인이 많아져야 합니다. 벤처업계에서 성공을 거둔 분들이 또다시 벤처에 뛰어드는 것을 영웅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해요."
 
지난 2월4일 서울 한남동 스켈터랩스 본사에서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가 이 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내실 없는 벤처 업계가 형성이 됐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이 제역할을 해주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이라도 성공한 기업가들이 국내 스타트업들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창업을 이미 경험해 본 연쇄창업가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조 대표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컴퓨터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90년대 초반부터 벤처업계에 몸을 담아온 인물이다. 그는 PC통신 사용자들이라면 누구나 이용했었던 새롭기술의 '새롬데이타맨프로'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세계 최초의 무료 인터넷전화(VoIP) '다이얼패드'를 개발하고, 1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모으기도 했다. 이때는 인터넷전화 '스카이프'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이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2007년부터 7년간 구글코리아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을 지냈다.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사진/스켈터랩스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 없어, 1세대 벤처기업가들이 나서야"
 
이렇듯 IT업계에서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가 벤처업계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개발자 혹은 단순 창업가가 아닌 창업가를 키우는 역할을 맡았다. 컴퍼니빌더 '스켈터랩스(SkelterLabs)'를 설립한 것이다. 스켈터랩스에서 그의 직함은 '대표 앙트러프러너(Chief Entrepreneur)'다. 앙트러프러너를 한국말로는 '모험적 사업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위대한 기업을 탄생시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모험에 나선 것이다. 조 대표는 "구글을 나올 때 벤처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나와서 보니 생각보다 도와줄 벤처가 많지 않았다"라면서 "그래서 직접 벤처를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반년 이상 고민을 했고, 그 결과로 시작한 것이 스켈터랩스"라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조 대표는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고, 직원들이 먹고 살만한 스타트업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는 국내 벤처 업계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가 구글을 떠난 후 TIPS(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투자할 스타트업들을 심사하면서 느낀점이다. 조 대표는 "팁스 심사를 하면서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봤는데, 95% 이상의 회사들은 수준이 실망스러웠다"라면서 "창업가들이 엄청난 꿈을 갖고 회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먹고살만한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벤처 생태계가 생겨나게 된 원인에 대해 그는 "성공한 벤처사업가들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 점이 크다"고 말했다. 성공한 벤처 1세대들이 앞장서서 본보기를 보여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줬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다시 한 번 벤처기업에 도전하는 연쇄창업가들이 국내에는 잘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 대표는 "성공한 기업인들이 돈을 많이 번 이후 사람들 앞에 나서면 안좋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의 이혜진 의장이나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 등 성공한 기업가들이 적극적으로 벤처업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상을 변화시킬 테크 스타트업 만들기 위해 스켈터랩스 설립
 
그가 설립한 스켈터랩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여러 기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하고 있는 컴퍼니빌더다. 보통 컴퍼니빌더라고 하면 유망한 여러 스타트업들에 초기 투자를 진행하고, 함께 사업을 키워나가는 일을 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켈터랩스는 보통 컴퍼니빌더와는 출발이 다소 다르다. 기존에 있던 스타트업들을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컴퍼니빌더 내에서 여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성공한 프로젝트를 스핀오프(기업분할)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스켈터랩스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의 컴퍼니빌더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구조다.
 
스켈터랩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만 진행한다. 조 대표는 뛰어난 기술만 있으면 작은 비용과 인력으로도 훌륭한 테크(Tech) 스타트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조 대표는 "스켈터랩스는 프로젝트를 선정할 때 성장하는데 있어서 하키스틱(Hockey Stick) 커브를 그릴 수 있는 사업 아니면 진행하지 않는다"라면서 "훌륭한 테크 스타트업은 적은 투자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실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것에 목적이 있는 아이디어는 목표가 높은 만큼 실패할 확률 역시 높다"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을 내놓았는데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실패도 경험하겠지만 스켈터랩스는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다"고 말했다.
 
현재 스켈터랩스는 5개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조 대표는 5개 프로젝트 중 3개 정도는 곧 스핀오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5개 프로젝트는 모두 분야가 겹치지 않고 다양하다. 회사는 모바일 일기장, 커머스, 여행, O2O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첫번째 프로젝트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켈터랩스 팀원들의 모습. 사진/스켈터랩스
 
기록의 가치에 공감…모바일 기록 서비스 '썸데이' 프로젝트 진행
 
스켈터랩스가 처음 시작한 서비스는 모바일 기록 저장 서비스 '썸데이(Thunbday)'다. 썸데이는 사람들의 생각과 언어를 구조화해 가장 쉽고 자유롭게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기록할 수 있도록한 서비스다. 기록 저장을 위한 타이핑을 최소화하고, 터치 몇 번으로 일상 모두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언뜻 보면, 기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썸데이는 다른 SNS와는 다르게 기록을 공유하는 것 보다는 저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조 대표는 "SNS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록을 하는 것이지만, 썸데이는 나를 위해 기록하는 거고, 가끔 공유하고 싶을 때 몇 명의 주변 지인들에게만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라면서 "썸데이는 SNS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썸데이는 기록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게 된 조 대표의 최근 경험을 계기로 탄생하게 됐다. 1년 반 전 건강이 안 좋아진 일을 겪은 조 대표는 기억력이 나빠져 많은 고생을 했다. 이때 기록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 것이다. 조 대표는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지만 기록하는 행동이 굉장히 불편하기 때문에 잘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기록의 과정을 쉽고, 귀찮지 않게 해주는 것이 굉장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테크 스타트업들이 국내에도 많이 탄생하길 염원한다. 하지만 그런 시도조차 잘 나오지 않는 국내 현실에 대해 인터뷰 중간중간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자신이 직접 앙트러프러너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스켈터랩스를 설립한 이유는 진정한 테크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며 "올망졸망하게 굴러가는 회사들을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패도 많이 하겠지만, 성공한 케이스를 많이 보여줘서 많은 창업가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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