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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중소기업·비정규직 노조 열악…노골적 부당노동행위 만연
유성기업, 노조 무력화에 갖가지 방법 동원…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보복 중'
2016-03-16 07:00:00 2016-03-16 07:00:00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조는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노조 탄압도 노골적이다. 대기업이 비교적 잘 드러나지 않는 '규정과 절차'를 내세워 노조를 무력화한다면, 중소기업에서는 직장폐쇄, 감시카메라, 원·하청 계약 해지 등을 이용해 강압적인 탄압을 자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유성기업은 자동차 엔진 관련 부품을 만드는 중소 제조업체다. 현재 이곳은 사측과 노조가 57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놓고 법적 공방 중이다. 사측은 2011년 노조가 파업을 벌여 회사가 업무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오래전부터 노조를 무력화시키려고 했다고 반박한다. 유성기업 사태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뿐만 아니라 원청과 재계의 힘을 이용한 노조 무력화까지 얽혔다.
 
유성기업 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그간 노조를 탄압한 방법은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분열시키거나 사측이 먼저 직장을 폐쇄, 노조가 공장 점거농성을 벌이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이다. 심지어 지난 2014년 중순에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근무하며 노조 무력화를 주도했던 김모씨를 인사총괄 이사로 영입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후 다소 과격했던 사측의 노조 탄압은 매우 세련되게 바뀌었다.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지회 부지회장은 "공개적으로 어용노조를 만들고 직장을 폐쇄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사측이 별도의 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거나 '기초질서 지키기'라는 명목으로 금연, 복장 준수, 자리 이동금지, 핸드폰 사용금지 등을 강요, 이를 어기면 경고장을 날리고 징계를 하고 있다"며 "회사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두고 직원들의 노조 출입동향과 노조원의 움직임을 감시한다"고 말했다.
 
유성기업의 노조 무력화에는 원청인 현대차까지 개입했다. 도성대 부지회장은 "2011년 무렵 현대차와 유성기업은 사측의 어용노조가 조합원들을 얼마나 모으는지를 놓고 수시로 연락했다"며 "우리가 점거농성을 벌이자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서둘러 노조규탄 성명서를 냈다"고 주장했다. 경총이 유성기업처럼 작은 중소업체의 농성까지 신경 쓴 것은 이례적인 행동으로, 뒤에 현대차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란 게 노조 주장이다.  

그는 또 "현대차가 사측 실무자와 창조컨설팅이라는 용역업체를 불러
노조 파괴 상황을 점검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대표는 과거 13년간 경총에 몸담았던 이로, 컨설팅은 사실상 노조 분쇄를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11일 창조컨설팅은 2011년 상신브레이크 노조 무력화에 개입한 것이 인정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했다.
 
현대차 측은 하청인 유성기업의 노조 활동에 개입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2013년 검찰에서 이미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011년 현대차는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노동조합 현황을 수시로 관리했다. 자료/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도성대 부지회장은 지금도 노조원에 대한 사측의 고소·고발과 징계가 일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며칠 전에도 3개월 징계를 받고 쫓겨난 사람이 있었고, 회사가 임금을 삭감해서 삭감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 직원들을 동원해 막고는 채증해 업무방해, 모욕죄로 고소를 한다"며 "회사에서 우리를 고소하면 경찰은 다 받아주는데 우리가 고소하면 다 무혐의로 처리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심지어 노조에서 사측의 몰래카메라 등을 증거로 제출해도 법은 늘 사측만 편든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비정규직 노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의 반대 속에서 2013년 7월 출범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있다. 언론의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는 "최근에도 해고자와 징계자가 속출했다"며 "지난해 삼성전자 앞에서 농성할 때 연행됐던 사람, 언론 등에서 회사를 비판한 사람들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에 심각한 손실을 내거나 근무가 불성실하지 않음에도 징계한 사측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비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적 압박도 개선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 노조원에만 일감을 제대로 안 주는 것도 여전하다. 자연스럽게 저성과자로 분류, 징계를 많이 받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곧 임금·단체협약이 가까워오면서 사측이 노조를 견제하고 교섭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직장폐쇄를 들먹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 지회장은 스마트폰과 TV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아사히글라스 화인테크노코리아의 비정규직 노조를 이끌고 있다. 아사히글라스는 지난해 5월 노조가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차 지회장 등이 속한 하청과의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사전에 계약해지에 대한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하청업체 직원들은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자가 됐다.
 
차 지회장은 "아사히글라스가 국내에 들어올 때 경북 구미시 땅 12만평을 50년간 무료로 임대하고, 세제혜택도 무려 600억원을 받았다"며 "세금 한 푼 안 내고, 땅도 공짜로 사용하는데도 노조에 대해선 극구 탄압하려 한다"고 개탄했다.
 
최병호·윤선훈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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