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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016-03-15 16:21:56 2016-03-15 16:21:59
“삑-” 1,250원이 찍힌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아르바이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집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 꽤 오랜 시간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다. 늘 그렇듯 이 시간에 1호선은 사람이 참 많다. 휴대전화를 꺼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재생시킨 후 주위 사람들을 관찰한다. 학기 중에 하루에 꼬박 2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통학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졸거나 휴대전화기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가끔 대체 무엇을 보나 궁금해서 몰래 훔쳐보면 대부분 SNS 중이다. 어, 저 게시물은 아까 나도 봤던 게시물 같은데 무슨 내용이었더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처럼 스치듯 본 글이라 기억에 남지 않는다. 감동적인 내용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걸인이 지나가며 글씨가 적힌 종이를 사람들 무릎마다 내려놓는다. 하지만 저 종이 속 내용이 사람들의 휴대전화기 속 SNS 게시글보다 감동적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음악 볼륨을 더 높인다. 지하철 안이 시끄러워졌다. 잡상인이 온 것이다. 그나마 잡상인이라 다행이다. 종종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곧 호객행위를 하시는 승객은 내려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올 터이다. 얼마 전에는 남녀 둘이 언성을 높여 가며 서로 때리고 싸우는 장면도 목격했었다. 그때 나는 무서워서 다른 곳만 쳐다보고 있었더랬다. 누군가는 휴대전화기를 들어 그 장면을 촬영했다. 아마 지금쯤 SNS 어딘가에 그 영상이 떠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여자가 쫓기듯 내려서야 상황은 종결되었다.
 
나는 지하철보다는 버스가 좋다. 버스에 타면 항상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창문 밖을 바라본다. 가끔 창문을 열고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바깥바람을 쐬기도 한다. 지하철 공기는 답답하다. 지나치게 세게 튼 난방 탓에 조금 숨이 막히는 것 같다. 한참을 서서 가다 문 쪽에 자리가 난 거 같아 앉으려는데 그새 한 아주머니께서 가방을 놔두셨다. “00 엄마 여기 앉아~자리 맡아놨어.”
 
앞에 앉아있던 학생이 내렸다. 이번에는 누가 자리를 맡기 전에 냉큼 앉았다. 자리에 앉아 휴대전화기를 들고 포털 사이트 뉴스를 훑어본다. 작년에 2호선을 제외한 모든 지하철 노선이 적자를 냈다는 뉴스가 눈에 띈다. ‘이렇게나 사람들이 많이 타는데?’ 조금 피곤해져 눈을 감는다. 뜬다. 다시 감는다. 뜬다. 떠야 한다. 내 앞에 서 계신 할아버지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다. 힐끗 보니 노약자석이 만석이다. 일어서서 자리를 양보해드린다. 내가 자는 척이라도 하는 줄 아셨는지 그 눈초리가 따갑다. 괜찮아, 나는 아직 젊으니까.
 
그새 내릴 때가 되었네. 내가 내리는 바로 전 역에서는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많다. 내리는 사람보다 타려는 사람들이 먼저 들어오면 종종 작은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켜보다 보면 참 아슬아슬한 상황들이 많이 벌어진다. 문이 거의 다 닫힐 때쯤 뛰어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이다. 실제로 문에 옷이 끼인 사람도 본 적이 있다. 헐레벌떡 뛰어온 이 아저씨는 다행히 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오셨다. 헉헉하고 숨을 몰아쉬시는데 땀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다.
 
드디어 하차. 오늘도 예정시간보다 5분이나 늦게 내렸다. 1호선에서 연착은 흔한 일이다. 개찰구 앞에 역무원들이 서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 무임승차 단속을 위해서인가 본데 벌써 한 명이 걸린 모양이다. 내가 타고 온 이 지하철이 저 사람에게는 1,250원의 가치도 하지 못한 것일까. “삑-” 아차. 잔액 부족. 서둘러 확인해보니 고작 200원이 부족하다. 할 수 없이 1,000원을 모바일로 충전시키고 나서야 개찰구를 통과했다. 이번 달도 교통비가 많이 나왔네. 내일 친구를 만나러 갈 때는 지하철 대신 조금 멀더라도 걸어가야겠다.
 
 
김아현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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