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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과, 그런데 말입니다.
대학가/가능 사회
2016-03-15 16:17:10 2016-03-15 16:17:19
아이는 어른을 보고 배우며 자라기 때문에 어른의 행실이 똑발라야 아이 역시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다. ‘교사’는 어른으로서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고 교육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특히 이제 막 성장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유치원 교사에게는 더욱 특별한 예절의식이 필요할듯한데 어릴수록 아이가 어른의 행동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모방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더 이상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시간 내어 하지 않는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학생들은 어느 정도 예절이나 인성이 잡혀있어야 하고 이러한 인성교육은 대개 가정 안에서나 유치원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어느 대학의 유아교육과 내에서 예비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배운 ‘예절 교육’ 내용을 한 학생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곳에 그대로 옮겨 적으려고 한다.
 
# 예절 1. 어디서든 인사는 90도로
 
모름지기 아이는 어디서든 어른을 마주치면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드려야 한다. 후배와 선배 관계도 아이와 어른의 관계와 같다. 유아교육과 내에서 후배가 선배를 마주치면 무조건 90도로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해야 한다. “선배님 안녕하세요~”마주친 장소가 학교 내이든 학교를 벗어나 사람이 많은 시내이든 상관없다. 어디서든 선배가 보이면 허리는 90도로 숙여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한번은 한 학생이 양손에 짐을 들고 있는 까닭에 동네에서 만난 선배를 보고 고개만 푹 숙여 인사를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다음 날 학회장 선배가 과 전체를 집합시키고서는 한다는 말이“앞으로 고개만 까딱 숙여서 인사할 거면 인사 하지 마. 그렇게 버릇없는 인사가 어디 있니? 밖에서 그러면 욕먹어.”
 
선배인 인피니트에게 인사하는 형돈이와 대준. 사진/데프콘의 트위터
 
 
# 예절 2. 모바일에서도 예절은 중요해
 
예절교육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offline뿐만 아니라 online에서도 예절을 지켜야 하는 게 맞다. 주말이나 방학에 전해야 할 공지사항은 모바일 채팅으로 전달하는데 선배가 메시지를 보내면 단순히 읽고 넘어가기만 해선 안 된다. 반드시 채팅창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읽었다는 대답을 해야만 예절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한 명이라도 “네”라는 대답을 보내지 않으면 그 채팅방의 학생들은 전부 예의 없고 버릇없는 사람이 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선배가 보낸 메시지는 바로 읽고 답해야 한다. 일명 ‘읽씹’(읽기만 하고 답장은 하지 않는 행위)은 윗사람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 예절 3. 학교 행사에 불참하고 싶다면 사유서는 필수
 
학교 행사에 개인의 호오(好惡) 만을 이유로 불참할 수 없다. 운동회, 동아리 활동, MT 등 모든 학교 행사에 불참하고 싶다면 학회장 선배에게 사유서를 제출하고 그와 면담을 거쳐야 한다. 면담을 통해 평가하는 것은 바로 사유의 타당성. 타당성을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학회장 선배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면담을 통과했다고 다 끝난 건 아니다. 후에 증거자료까지 제출해서 완벽하게 학회장 선배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증거자료가 불충분할 시에는 타당한 사유 없이 학교행사를 불참한 것으로 간주하여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면담에서 학회장은 선배는 경고한다. 할머니의 병환으로 MT에 불참한 한 학생은 증거자료로 할머니가 받으신 처방전과 병원 진찰서를 떼어가야 했다. 편찮으신 할머니에 대한 예의는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예절’에 범주에 속하지 않는 건지 궁금하다.
 
#예절 4. 숨 막히는 동아리 활동 (1)-역지사지(易地思之)의 가르침
 
이 학교는 졸업하기 위해서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 동아리가 있단다. 동아리는 총 3개인데 나와 인터뷰를 한 학생은 그 중의 음악 율동 동아리에 속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예절 4와 #예절 5에서는 유아교육과 전체가 아니라 유아교육과 내 특정 동아리에서 일어난 일만을 서술했다. (과 전체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인터뷰 학생의 말에 따르면 다른 2개의 동아리도 별다를 바 없다고 한다)
 
음악 율동 동아리는 그 이름에 따라, 음악에 맞춰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율동을 짜서 연습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학기 말에는 ‘한00전’이라고 해서 유치원 아이들과 실제로 함께 공연하는 행사가 있는데 활동 중에 한 안무가 다 이때 쓰인다. 사실 이 행사 준비를 위해 동아리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은 안무와 함께 소품까지 직접 제작하고 준비해야 한다. 과 행사 중 가장 중요한 행사기 때문에 그 준비 과정이 매우 고된데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도 반납하며 연습하고, 한번 모였다 하면 밤 10시에 끝나는 것은 기본이라고.
 
후배들의 땀 흘리는 연습 옆에서 선배들은 조언과 격려를 동반한(혹은 가장한) 감시를 담당한다. 우선, 활동이 몇 시간이 되었든 연습 중 휴대전화 사용은 절대 불가다. 연습 시간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 중에도 부장 혹은 차장 선배가 휴대전화 사용 허락을 내리기 전까지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한 학생은 쉬는 시간에 집에서 온 전화를 허락 없이 받았다는 이유로 3학년 선배에게 “너 미쳤냐” 등의 막말을 들어야만 했다. 멋쩍어진 학생이 그냥 배시시 웃어버리자 “웃음이 나오냐”며 그 선배는 분위기를 더욱 험악하게 이끌어갔다고 한다. 부장 혹은 차장 선배의 권한은 이게 끝이 아니다. 연습 중 목이 마르거나 용변이 보고 싶다면? 그때도 허락은 그들의 몫이다. 미리 유치원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선배들의 깊은 배려다.
 
#예절 5. 숨 막히는 동아리 활동 (2) -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가르침
 
분명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조언’혹은‘격려’를 하러 연습 시간에 찾아온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채 앞에 서서 지켜보며 다리 올리는 각도, 손의 위치, 서 있는 간격 등을 세세하게 지적하고 혹시라도 긴장한 후배가 실수 하면 기다렸다는 듯 비웃고 모욕을 주었다. 조언이랍시고 하는 말이 “어제는 마음에 들었는데 오늘은 마음에 안 든다”며 갑자기 안무를 처음부터 다시 짜란다. 무대 연출을 위해 직접 그리고 자르고 붙이며 물고기를 만들고 있던 한 학생에게 “야 물고기. 너는 몇 시간 동안 그것만 만들고 있었냐? 골 때리네” 라며 자신의 동기들과 큰 소리로 웃으며 후배를 조롱하는 선배도 있었다.
 
‘자기가 할 일은 자기가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선배들은 지적만 할 뿐 구체적인 도움은 전혀 주지 않았다. 그렇게 연습이 끝나고 다 같이 피자를 사 먹은 날이었다. 피자를 먹은 후 선배들은 뒤처리까지도 온전히 후배들의 몫으로 떠넘겼다. “청소는 생활화”라며 본인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입만 열심히 움직인 거다. “저기 치워”, “여기 닦아.” 하면서 말이다. 화를 꾹 참으며 청소가 다 끝내고 집에 가려는 자신에게 한 선배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학생은 인터뷰를 끝맺었다. “야, 여기 우리 앉아 있던 데도 닦고 가야지 뭐하냐?”
 
사진/SBS 인터넷 뉴스
 
유치원 교사가 유치원생을 폭행하고 학대하는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남의 모 교사는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훈육’을 위해 아이의 입에 억지로 밥을 밀어 넣고 폭력을 행사했다. 청주의 모 교사는 ‘음악제 준비’를 명분으로 원생들을 잡아당기고 내동댕이쳤다. 물론 위 사건들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각각의 교사의 개인적 자질 문제겠지만, ‘예절교육’을 내세우며 권위적인 체계를 유지하는 유아교육과 안에서 진정한 예절과 덕목을 갖춘 올바른 교사가 배출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든 유아교육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확대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가르치기 이전에 예비교사의 신분으로, 한명의 유아교육과 학생으로 올바른 교육정신을 갈고 닦는 것인지 돌아봐야할 필요가 있다.
 
 
김아현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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