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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환갑에 창업해 업계1위…시니어홈케어 대표주자 비지팅엔젤스
시니어창업 성공비결? "미리 준비해라. 타이밍은 온다"
"안정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 잡았다"
2016-05-26 13:47:47 2016-05-26 13:49:15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100세 시대’라는 말이 쉽게 오르내리지만, 나이가 들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또 그것을 성공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니어홈케어(노인방문요양) 서비스 업체인 비지팅엔젤스코리아의 김한수 대표는 그 어려운 일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1947년생인 김 대표는 30여년에 걸친 샐러리맨 생활을 마치고 환갑이던 지난 2007년에야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9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비지팅엔젤스는 시니어홈케어업계 내에서 국내 수위로 평가받는다. 사업 확장과 미래 먹거리 고민에 여념이 없는 김 대표는 “시니어케어 사업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는 한 가슴속 설렘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저를 달리게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익장’(늙어서 더욱 왕성해진다)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2007년 7월 설립된 비지팅엔젤스코리아는 미국의 시니어홈케어회사 비지팅엔젤스의 한국 본사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요양원, 시니어 관련 복지용품 판매 및 대여 등을 영위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창립 당시 자본금 5000만원, 직영점 3곳으로 시작했지만 9년이 지난 현재 전국에 79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각 지점마다 평균 50~60여명의 고객이 있어 총 고객은 5000여명에 육박하고, 요양보호사도 4000여명에 달하는 방문요양 부문 국내 1위 기업이다.
 
2010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2011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취업을 활성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일자리창출지원 표창장을 받았다. 건강보험공단이 2년마다 평가하는 ‘노인장기요양기관 최우수기관’으로 연속 선정되는 등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았다. 이처럼 비지팅엔젤스를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이가 김한수 대표다. 1947년생인 김 대표는 토다건설 부사장으로 은퇴한 2007년, 환갑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김한수 비지팅엔젤스코리아 대표
 
26년의 연구, 든든한 노후준비 되다
 
김 대표가 이쪽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81년이다. 당시 34세로 라이프주택 미국 맨하탄 지사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김 대표는 TV방송 등 언론을 통해 ‘시니어홈케어’(senior home care)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김 대표는 “당시만 해도 고령화 사회에 대한 경각심이 지금처럼 높지는 않을 때였고, 노인을 집에서 돌봐준다는 시니어홈케어도 생소한 용어였다”며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도 참 유용한 사업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호기심에 지사 근처에 있던 ‘시니어홈케어연구실’을 무작정 찾았고, 그곳의 부소장을 만났다. 낯선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이한 제프리 존슨 부소장은 앞으로 시니어홈케어 사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를 들려줬다.
 
첫째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늘어난 만큼 노인 인구는 늘고 이에 따라 복지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둘째 각 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함에 따라 개인재산도 늘고, 노후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적인 여유도 늘어날 것이다. 셋째 각 국의 복지예산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여기에는 노인 복지예산도 포함된다. 노인 관련사업은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넷째 시니어홈케어는 노인을 돌보는 봉사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수익 창출과 함께 자긍심도 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나이를 먹고 늙으면 자신이 그 서비스를 누리면 된다.
 
김 대표는 “다른 것보다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며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26년간 김 대표는 시니어홈케어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는 미국, 유럽 등의 자료를 조사하고 현지 업체들을 직접 찾기도 했다. 특히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 주목해 일본 정부의 관련 정책과 업계 현황 등을 살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실버 창업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오랜 세월동안 천천히 준비해 왔던 모든 과정이 든든한 노후준비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한수 대표가 지난 2011년 11월 고용노동부 우수기관 표창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비지팅엔젤스
 
은퇴와 환갑, 제2의 인생 시작하다
 
창업에 확신을 가지게 해준 것은 2008년 7월부터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이었다. 김 대표는 “1981년에는 시니어홈케어를 미래사업으로 소개 받았지만, 2007년은 그 미래가 현실이 되는 시기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며 “그런 타이밍을 알고 있었기에 환갑인 나이에 몹시 설레는 마음으로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이은 제5의 사회보험으로 불린다.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한다. 본인이 15%를 부담하면 나머지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1995년 독일과 2000년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도입했다.
 
국가의 재정지원이 늘어나자 관련 업계도 덩달아 들썩였다. 비지팅엔젤스 외에도 신생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초기 시장은 매우 혼탁했다. 회사들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의 자부담을 받지 않는 불법거래가 이뤄졌고, 자식들이 부모의 만족도는 상관없이 돈을 더 많이 주는 센터로 부모를 옮기는 일도 빈번했다.
 
그러한 혼란상을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업체들을 압도하는 전문성이었다. 김 대표 스스로 오랜 기간 준비를 해왔고,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본사의 노하우도 큰 도움이 됐다. 그 전문성이 고객들에게 입소문 나면서 사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비지팅엔젤스의 요양보호사가 고객들을 간호하는 모습 사진/비지팅엔젤스
 
경쟁에서 이기는 비결, 철저한 관리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김 대표는 직접 컴퓨터를 조작해 비지팅엔젤스의 2M시스템을 소개했다. 마케팅(marketing)과 관리(management)를 매뉴얼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것이 골자다.
 
마케팅 부분에서는 회사가 가진 각종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지점들에게 매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관리 부분의 경우 1500개가량의 방대한 매뉴얼을 자랑한다. 재활치료나 정기검진 등 의료성 서비스는 물론 가사, 식사준비, 심부름, 이야기나누기 등 생활 서비스도 매뉴얼에 따라 진행된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관리도 세심하다. 기본적으로 자격증을 가진 이들을 선발해 환자 눈높이 서비스를 위한 별도의 교육을 시킨다. 여기에 1년간 점검도 이어진다. 회사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A, B, C, D 네 등급으로 업무수행을 평가한다. D등급의 경우 즉각 교체하고, A등급의 경우 보호사가 고객을 선택하게 하는 등 혜택을 준다.
 
이러한 철저한 관리 덕에 고객 만족도는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화상담부터 시작해서 고객을 파악하고 방문까지 케어한다. 그리고 고객 불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사전에 그 불만사항을 해결할 수 있게끔 시스템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비지팅엔젤스의 전국 지점장들이 지난해 11월 교육을 받고 단체사진을 찍은 모습이다. 사진/비지팅엔젤스
 
김 대표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잠재 고객인 노인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관련 산업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제가 하는 일은 노인관련 산업의 메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그외의 틈새시장도 많다”며 “상조사업이나 시니어관련 보험사업, 시니어 스킨케어 서비스, 시니어 푸드 택배 등 다양한 사업들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앞으로 시니어들을 위한 일거리들이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나 종교 활동 등도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창업”이라며 후배 창업가들을 격려했다.
 
다만 그는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성이지만 미래성만 밝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 이 사업도 전망이 좋다고 해서 많이 뛰어들었지만 그중 상당수가 접었다. 과연 자신이 성공할 수 있을지 긴 시간 검토를 하고 준비해야 한다. 단거리 선수가 아닌 장거리 선수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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