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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멍청한 김혜수?'…'굿바이 싱글', 전형성 뛰어넘다
2016-06-16 15:06:29 2016-06-16 15:06:29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김혜수는 국내에서 ''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는 여배우다. 큰 키에서 나오는 건강미와 어디에서나 늘 당당함이 엿보이는 행동, 주관이 확고한 화법, 매사 최선을 다하는 태도, 아울러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력까지 김혜수는 후배 연기자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배우로 꼽힌다.
 
그런 김혜수가 신작 '굿바이 싱글'에서는 자신감만 넘치는 멍청한 여배우로 등장한다. 20년 넘는 연예계 생활 동안 '연하 킬러', '발연기 배우', '국민 진상' 등 좋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여배우 고주연을 연기했다. '타짜' 정마담을 시작해 '도둑들', '차이나타운' 등 작품 내에서 카리스마를 주로 선보여온 그의 파격적인 변신은 전형적일 수 있는 코미디물인 '굿바이 싱글'을 재밌고 신선한 영화로 빚어낸다. 2시간 런닝타임 내에서 배우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화 '굿바이 싱글' 포스터. 사진/쇼박스
 
주연은 평소 까칠하고 예민하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맑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인물이다. 주연에게는 그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주위의 친구들은 보지 못하고 늘 애정결핍을 느낀다. 그런 중 부모가 없는 10대 임산부 단지(김현수 분)를 알게 된다. 주연은 단지가 자신의 처지와 닮았다고 여기면서 단지의 아이를 키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전국민을 상대로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단지와 동거를 시작한다.
 
이전부터 10대 미혼모에 대한 문제는 사회에 끊임없이 제기됐다. 영화는 웃음을 앞세워 대안 가족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또 그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을 따뜻하게 바꿔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10대 미혼모가 단지 우리와 '배만 다르다'면서, 그들에게 냉철한 시선을 거두자고 말한다. 이 뚜렷한 메시지는 웃음에서 감동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플롯에 힘을 부여하며, 뻔한 코미디물을 탈피하게 한다.
 
그 힘을 배가시키는 건 배우들의 공이 크다. 특히 김혜수는 초중반 멍청하고 맹한 느낌의 주연을 온전히 표현하며 웃음을 전달한다. '코미디는 자신감이 없었다'는 그의 말은 겸손으로 들린다. 멍한 표정을 짓거나 초등학생 수준의 단어를 구사하는 '무식한' 김혜수의 얼굴은 신선하면서도 웃기다. 마동석과 콤비를 이뤄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 역시 수준급이다. '족구왕'을 각색한 경험이 있는 김태곤 감독은 코미디 부분에 상당한 재능이 있어보인다. 후반부에 이르면 영화는 웃음에서 감동으로 이어진다. 특히 단지를 사납게 대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진심을 다해 단지를 옹호하는 고주연을 표현하는 장면에서의 김혜수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장면이 훌륭히 표현되는 덕에 영화는 여운이 깊게 남는다.
 
김혜수 다음으로 눈에 띄는 배우는 단지를 연기한 김현수다. 촬영할 당시 16살이었던 그는 주연보다 어른스러운 10대를 연기했다. 톡톡 쏘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인간적인 정을 보이는 모습을 훌륭히 표현하며 감정신에서도 진심이 전달된다.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김혜수의 찬사가 무색하지 않다
 
이 외에도 마동석과 서현진, 김용건, 이성민 등의 배우들 모두 장치적인 역할을 넘어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웃음을 담당하는 마동석은 물론 단 한 신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인 서현진은 잔상이 깊다. 주로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춰온 서현진은 스크린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뽐낸다
 
다만 중후반부 갈등 요소는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며, 좀 늘어지는 듯한 느낌도 준다. 하지만 후반부의 강렬한 감동 덕에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누구나 느꼈을 법한 인간의 결핍으로 출발해 대안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는 이 영화의 저변에는 따뜻함과 훈훈함이 녹아있다. 가족과 손을 잡고 보기에도, 연인과 함께 보기에도 좋은, 유머와 감동이 있는 영화다. 상영시간은 119분, 개봉은 6월29일이다
 
영화 '굿바이 싱글' 스틸컷. 사진/쇼박스
 
◇플러스(+) 별점 포인트
 
▲ 10대 미혼모를 향한 제작진의 따뜻한 시선: ★★★★
▲ 멍청한 얼굴을 드러낸 김혜수의 변신 : ★★★★
▲ 진심을 다한 여배우의 탄생을 알린 김현수 : ★★★★
▲ 슬랩스틱부터 시추에이션 유머까지 다양한 웃음코드 : ★★★
▲ 말이 필요없는 마동석과 똑부러지는 엄마로 나온 서현진 : ★★★
▲ 가슴을 때리는 미술대회 시퀀스에서의 김혜수의 표정과 대사 : ★★★
 
◇마이너스(-) 별점 포인트
 
▲ 중후반부 다소 늘어지는 개요 : ☆☆☆
▲ 약간은 억지스러울 수 있는 대국민 사기 설정 : ☆☆
▲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티나는 악역 : ☆☆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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