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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뿌리째 흔드는 우병우 의혹
여당서도 "대통령 직접 해명해야"…공천 개입 녹음파일 '설상가상'
2016-07-20 16:15:59 2016-07-20 16:25:21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총선 공천 개입 녹음파일 공개 등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임기를 1년6개월여 남겨놓은 박 대통령이 명실상부한 레임덕으로 가는 갈림길에 놓였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기자들을 만나 우 수석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일인데 그것을 제가 일일이 다 설명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며 선을 그었다.
 
‘개인적 문제'라는 청와대의 상투적인 대응은 야당이 연일 우 수석 사퇴와 검찰조사를 요구하는 것과 상반된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 대통령의 치마폭 속에 숨어있을 문제가 아니다. (우 수석은) 즉각 사퇴하고 제대로 된 수사에 응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우 수석은 넥슨과의 부동산 거래, 변호사 시절 억대 수임 의혹, 홍만표 전 검사장과의 공동변론 등 각종 의혹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박 대통령이 권력 금수저인 우병우 뇌관을 시급히 제거하고 전면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서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우 수석의 사퇴는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18일 '우 수석 처가가 보유하고 있던 강남역 인근 토지를 넥슨이 손해를 감수하고 매입했다'는 보도로 시작된 의혹은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재직 당시 진경준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의 비위자료를 묵살했다'는 내용 등으로 연일 번지고 있다. 심지어는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인사규정을 무시하고 편한 보직인 서울지방경찰청 운전병으로 전출됐다며 가족에 대한 특권 의혹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겠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그럴 생각이 없다. 모두 내가 모르는 사람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다”며 “이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공직자가 관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나는 강남땅도, 김정주(NXC 회장)도 모른다”, “(군생활 중인) 아들 상사를 모르며 만나거나 전화한 적도 없다”며 모조리 부인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마저 저날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에게 신속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한 마당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평소 우 수석의 '비타협적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것과 함께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평소 우 수석에 대한 신뢰를 보여온 점과 인사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결국 레임덕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청와대가 공천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녹음파일이 공개된 것도 박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는 요소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의 경기 화성갑 출마를 위해 최경환·윤상현 의원에 현기환 전 정무수석까지 나서 이 지역 출마를 준비하던 김성회 전 의원의 지역구 이동을 종용한 사실은 청와대의 '공천 불개입'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전당대회를 20여일 앞둔 상황에서 김용태·정병국 의원 등 비박계 당권주자들은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을 직접 겨눈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의 공세는 더 강력해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내 교통정리라고 봐주기에는 너무 나간 내용임은 물론 선거법 위반사항”이라며 “중앙선관위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며 청와대 역시 명확한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 본인이 언제, 어떻게 정무수석에게 지시했는지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분명히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는 “개인이 한 말인데,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정연국 대변인)며 역시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있다.  
 
지난 1월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한 현기환(오른쪽) 당시 정무수석이 우병우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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