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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손재영 원장 "핵 안전에 100%는 없어…자연재해·테러 모두에 대응해야"
국내 유일 핵비확산·핵안보 전문기관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창의성·자율성 높여 R&D 기관으로 거듭나길 기대"
2016-08-16 14:44:37 2016-08-16 14:44:37
[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지난달 5일 울산 동구 동쪽 52㎞ 해상에서 진도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멀리 떨어진 내륙지방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더 이상 한국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지진에 대한 공포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진에 대한 공포감을 더욱 증가시킨 것은 지난 5년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후쿠시마 원전사태다. 원자력발전소가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일본 국토의 10%가 방사성 물질로 오염됐고, 15만명 이상의 국민이 대피했다. 원전에서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로 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이후 한국도 지진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확인되는 부분이 바로 원전의 안전성이다. 지난달 발생한 지진이후 울산의 원전은 이상이 없다는 내용이 속속 나온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은 원전 안전에 대한 인식이 후쿠시마 사태 이후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태로 수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다른 면에서는 원전이 100%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학생시절 원자력분야를 전공한 뒤 미래창조과학부의 전신인 과학기술처로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원자력을 비롯해 과학계를 두루 통달했다. 때문에 전문성과 함께 과학계 전반을 폭넓게 볼 수 있는 안목도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제 막 취임 1주년을 넘긴 손재영 원장을 <뉴스토마토>가 만났다.
 
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원자력과 관련한 많은 기관들중에 원자력통제기술원이라는 이름은 쉽게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NSSC)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원자력은 평화적으로 사용하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잘못 활용하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 2차 세계대전의 원폭 투하로 발생한 끔직한 결과를 우린 이미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핵비확산조약(NPT)이라는 조약을 통해 원자력 이용국들에게 평화적 이용을 담보할만한 각종 의무사항을 부여하고 있는데, KINAC이 수행하는 업무가 바로 이러한 의무사항 준수와 관계된 것들이다. 원자력 진흥이 아닌 규제와 관계된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대중들에게 쉽게 알려진 곳은 아니다.
 
-KINAC은 핵안보와 관련해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INAC의 성과 중 가장 큰 부분을 꼽는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인정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한국은 2008년 IAEA의 통합안전조치(IS)에 진입했다. 원자력을 사용하는 나라는 이를 평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IAEA로부터 정기적인 사찰을 받아야 하는데, IS에 들어갔다는 것은 IAEA의 사찰 가운데 일정 부분을 국내 검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유를 하자면 시험 감독관이 학생을 믿고 몇몇 과목을 집에서 풀어와도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2008년 당시 IS에 진입한 국가는 10여 곳에 불과할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외에도 지난해 한국이 원자력발전소 등 중요 시설들의 물리적 방호 부분에 있어 분단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원자력 안전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면 후쿠시마 사태를 빼놓을 수 없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생각에 있어 후쿠시마 사태 전후로 나눌만큼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후쿠시마 사태는 안전적 측면에서 원전이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원전 안전에 있어서 100%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시켜줬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원전의 전반적인 안전 관리 수준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후쿠시마에서 문제가 됐던 침수 시설, 폭발방지 설비 등이 대거 완비됐다. 이제 남은 것은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이다. 지금까지는 원전 수출 등을 계기로 원자력 르네상스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후쿠시마 사태 이후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 원자력계가 철저한 원자력 운영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노력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원전 안전에 있어 자연재해뿐 아니라 테러 등도 큰 위협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후쿠시마 사태로 원자력의 무서움을 실감했고 이는 자연재해뿐 아니라 인위적인 테러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 전에는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것은 '안전' 부분에서, 테러 대비는 '안보' 분야에서 다뤘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은 기존에 분리 생각하던 안전과 안보를 연계해 통합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확립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물리적 테러가 아닌 사이버 보안에도 적극 대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KINAC은 원안위로부터 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올 4월부터 본격적인 발전소 현장 사이버규제 업무를 시작했다. 사이버보안 규정의 심사 및 현장을 대상으로 한 정기·수시 검사 등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원전 사이버보안 측면에서 봤을 때 대응책이 잘 갖추어진 국가에 속한다. 실제로 원전 제어시스템은 외부 인터넷과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돼 있어 외부 접속을 통한 해킹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하지만 일반적 업무 처리 시스템은 외부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중요한 자료가 유출될 가능성은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원전시설 관계자들의 철저한 사이버 보안인식 제고다. 원전 사이버 공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2010년 이란 나탄즈 원전의 스턱스넷 사건도 외부를 통한 해킹이 아니라 내부를 통해 제어시스템에 악성코드가 감염되면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우라늄 농축시설 원심분리기가 1천대 이상 파괴된 이란 나탄즈 원전을 비롯해 2014년 일본 몬주 원전에서 발생한 악성코드 감염 사건을 통한 정보 유출도 제도적 미비가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보안인식 부재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핵안보와 관련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은데.
 
원자력을 신규로 도입하려는 국가들은 핵안보를 강화하려고 해도 기술과 인력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핵안보는 비교적 최근에 부각되기 시작한 분야로 운영 측면의 엔지니어링  분야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존과 차별화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KINAC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핵안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를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시험 시설도 갖추고 전 세계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탄탄한 핵안보를 바탕으로 원전 수출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장으로 취임한 지 이제 1년 남짓 지났다. 가장 큰 변화나 성과를 손꼽자면. 그리고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KINAC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특히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핵안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특별 전문기관이다. 즉 전문성을 가지고 기본에 가장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했다. KINAC의 가장 큰 자산은 전문성이다. 1년 남짓 이를 강조해온 덕분인지 연구원들의 개인 역량도 많이 향상된 것 같다. 여타 연구기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든 과학계가 전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KINAC이 핵안보를 위한 규제에 있어 전문성뿐 아니라 새로운 연구개발(R&D)에 있어서도 큰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기술지원 기관이지만 R&D 강화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연구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창의성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한다. 인력 충원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대비 10여명의 인력을 보강한 상태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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