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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이익잉여금 2천억 돌파…기부금 0.065%
독일본사 등에 585억원 배당, 순이익의 66% 해당…업계 평균의 두 배 넘어
작년 매출 3조1415억원 전년대비 1조 증가…기부금은 1%미만
2016-09-30 06:00:00 2016-09-30 06:00:00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대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Dimitris Psillakis)가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하며 배당재원이 되는 내부 이익잉여금 역시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기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금은 매출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배당금 대부분을 국내에 재투자하기 보다는 독일본사와 투자법인에 배당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2015년 벤츠의 매출 및 기부금 현황.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벤츠의 2015년 매출은 3조1415억원으로 전년도 2조2045억원보다 42.5% 증가했다. 
 
벤츠는 2010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선 후 2014년부터 매출 증가세를 이어오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수입차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국내 완성차 브랜드인 쌍용자동차(3조3901억원)의 지난해 매출과 비슷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벤츠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수입차시장이 커지면서 더불어 벤츠의 판매량이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입차 신규등록은 24만3900대로 전년대비 24.2% 늘었다. 벤츠는 역대 최대인 4만6994대를 판매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 2위를 기록하더니 올해는 지난 8월 누적판매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11억원, 887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할 때 각각 10.0%, 9.2% 줄었다. 판매비와 관리비 등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벤츠가 BMW를 제치고 1등을 한다고 언론 등을 통해 공언하면서 마케팅비용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판관비는 898억원으로 전년(789억원)대비 100억원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감소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주 배당액은 오히려 늘었다. 벤츠는 이전에도 50% 수준의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왔으나 2015년 들어서 66%까지 치솟으면서 절정에 이른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순이익의 70% 가까이 배당잔치를 벌인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평균 배당성향이 25~30% 수준임을 감안할 경우 벤츠의 배당성향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한국에 재투자하기 보다는 대부분을 배당 등의 명목으로 독일본사와 화교자본에 보냈다는데 있다. 벤츠의 주주는 독일 벤츠본사(51%)와 말레이시아 화교자본(49%)이 국내에 세운 투자법인인 스타오토홀딩스다. 지난해 순이익의 66%에 해당하는 585억원을 배당했으며 2014년에는 순이익 969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484억원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2013년 173억원 보다 무려 3배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국내에서 번 돈으로 배당은 퍼주듯 하면서 기부금은 매출의 1%도 못 미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부금의 경우 2014년 11억2000만원에서 2015년 20억5400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으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각각 0.05%, 0.065%에 불구하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차량 한대당 4만4000원 기부한 셈이다.
 
반면 BMW코리아는 지난 2011년부터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국내투자를 꾸준히 늘리는 등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BMW의 지난해 매출은 2014년(2조2999억원)보다 5000억원 이상 늘어난 2조8756억원이다. 당기순이익도 463억원으로 전년(200억원)보다 증가했다. 전년보다 이익이 늘었지만 배당을 하지 않았다. BMW는 5년째 배당 없이 국내 재투자를 통해 국내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2014년 770억원을 투자해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건립했으며 지난 3월 경기 안성시에 13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부품물류센터 기공식을 갖고 공사를 시작했다.
 
한편 벤츠는 올해 1~8월 판매량 3만3507대를 기록, 경쟁사인 BMW(2만8839대)를 제치고 수입차업체 판매 1위를 달성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1위 기업에 걸맞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 연구위원은 "수입차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기부금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생색내기가 아닌 기부금 증가 등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돈만 벌어서 본국에 배당해 보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기업윤리가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사회공헌도 금액은 안늘리고 생색만 내기 위한 꼼수 프로그램이 눈에 훤히 보이다”고 지적했다.
 
벤츠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벤츠 관계자는 "벤츠는 현재 크게 세가지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으며 매출액 대비 기부금 규정이 있다”며 “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밝힐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 열린 벤츠 신년 미디어간담회에 참석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이사가 올해의 사업계획을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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