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현금없는 디지털시대, 법과 제도 혁신해야 산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디지털월드 50%까지 확대…잠재력 살려 빠르게 변화할 필요"
"금산분리, 과거 좋은 취지 살리되 현재에 맞게 수정해야"
입력 : 2016-11-10 06:00:00 수정 : 2016-11-10 06:00:0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핀테크 시대를 맞아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공인인증서나 주민등록증을 구비하거나 복잡한 비밀번호를 암기할 필요 없이 맨몸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진보한 덕분이다. 모바일 결제가 상용화되고 디지털 통화가 개발되면서 현금 없는 사회도 빠르게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변혁은 묵묵하게 기술을 개발해온 IT 기술자들과 정부의 육성책, 핀테크지원센터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계와 정부 사이에서 민관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제도권 은행의 참여를 이끌어왔다. '제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이자 신성장 동력으로 통하는 핀테크가 성장하려면 IT기술과 정부 정책, 금융 간의 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1년7개월간 이 일을 담당해 온 정유신 센터장은 이제 핀테크 산업이 '육성'에서 '발전' 단계로 진입한 만큼 법과 시스템, 시장 주체자들의 사고방식이 혁신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핀테크가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낯설어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핀테크는 무엇이며 핀테크 지원센터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학문적으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쉽게 말해 IT에 내장돼 있는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사실 핀테크란 용어는 잘 몰라도 우리는 이미 핀테크 시대를 살고 있다. 김영란법이 도입된 이후 점심 식당가를 보면 다들 스마트폰 더치페이 앱으로 결제한다. 은행 송금과 대출, 자투리 돈 운영도 스마트폰으로 다 할 수 있다. 보험도 핀테크 덕분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비교해보고 고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다른 업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은행 쪽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자본투자에는 크라우드펀딩과 P2P가 새롭게 생겨났다. 핀테크지원센터는 이러한 기술력을 지닌 핀테크 업체들과 예비 창업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분야를 나눠놓고 어느 기업가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 어떻게 하면 소비자 친화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조언해준다. 좋은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가능성이 엿보이면 핀테크 데모데이에서 부스를 설치해 주고 상품을 홍보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올해는 이러한 업무를 해외로까지 확대했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 자신의 마포구 백범로 사무실에서 포즈를 쥐하고 있
다. 사진/뉴스토마토
 
핀테크가 우리 생활에 가져올 변화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생산자 소비자 만나는 직접 만나는 세상이 열렸다. 중간 상인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엄청난 양의 소비자 빅데이터가 생산자와 직접 연결돼 맞춤형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4차 산업의 핵심인 다품종·다량생산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특히, 기계와 기계 간의 소통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냉장고에 채소가 떨어지면 냉장고 스스로 온라인 쇼핑을 통해 부족한 음식을 채워 넣는다. 배달도 기계의 몫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보험료 산정에 이용될 수 있다. 자꾸 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하거나, 신호를 수시로 어기는 사람은 더 비싼 손해보험료를 치를 것이다. 리스크는 곧 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보험료는 이러한 생활패턴을 감안해 산정되고, 이는 사회적 코스트를 낮추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보험료 인상을 의식해 교통신호를 준수하는 만큼, 사고 확률도 줄어들어 인적·경제적 손실이 줄어드는 것이다.    
 
핀테크 지속 가능한가. 
 
올해 상반기만 해도 핀테크 붐이 사그라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정권이 바뀌면 제2의 녹색 금융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나는 핀테크와 녹색금융은 확연하게 다르다고 본다. 녹색 금융은 가치나 윤리에 관한 이슈지만, 핀테크는 실체다. 핀테크는 이름 그대로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뒤에 붙은 테크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무언가다. 블록체인(Block chain)에 열광하는 기업이 많아진 것도 핀테크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앞서가는 이들은 디지털 월드가 현재의 아날로그 세계만큼 커진다고 벌써부터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월드는 현재 5% 수준에서 최대 50%까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사는 아날로그 세계에 법과 제도가 구축된 것처럼 디지털 월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미국의 골드만삭스가 스스로 테크놀로지 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이 IT회사를 자처하는 이유는 디지털이 주도권을 쥐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핀테크는 계속 이어지리라고 본다. 
 
핀테크 스타트업이나 제도권 금융회사 사람들을 만나면 주로 듣는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은산분리는 국회에 걸려있고,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 보호 쪽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활성화 속도가 늦어졌다. 물론, 정부 지원이나 금융회사의 참여도 모두 작년과 비교하면 나아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여전히 더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대로 가다가는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존재한다. 기업과 개인이 왜 승승장구하지 못하고 무너지는지 생각해보면, 그 뒤엔 자충수(自充手) 이슈가 있다. 철기 시대를 맞아 청동기 부족이 돼 멸망했겠는가. 청동기 칼이 더 약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쉽사리 시스템을 바꾸지 못해서다. 왕의 장인이 청동 주물공장을 하고, 그게 내 수입원이라면 변화의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왼쪽),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이 5월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
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불 핀테크 분야 상호 교류·협력지원을 위한 MOU' 체결식에서 서명한 뒤 기념촬영
을 하고 있다. 사진/핀테크지원센터
 
해외에서 배워야 할 점이나 반대로 우리가 그들보다 앞서는 점이 있다면.
 
미국은 금융 법제가 생각보다 굉장히 엄격하다. 법이 촘촘하게 짜여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환경 변화에 맞춰가는 데 썩 좋은 시스템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매우 유연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일단 주의 깊게 보고 장단점을 분석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를 열고 법체계가 충분히 없으면 신속하게 만들어준다. 중국은 역설적이게도 금융 법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자충수가 없다는 말이다. 가령, 중국은 카드 문화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스마트폰 서비스 혁신이 빠르게 일어났다. 이처럼 세계가 급변하는 마당에 우리가 안주한다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번 분위기를 타면 급성장할 수 있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에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핀테크 아이디어에 불이 붙으면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곧 출범할 예정이나, 금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금산분리는 대단히 훌륭한 규제다. 금융기관의 대기업 사금고화를 방지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실물과 금융이 손안에 들어왔다. 환경이 바뀌면 과거의 취지를 오늘에 맞게 되살려야 한다. 예컨대, 대기업에는 신용공여를 안해준다던가 산업자본이 참여하게 허용해 주되 사금고화를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무조건 기업은 은행에 출자하지 말라고 윽박지를 일이 아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에는 전 세계 1600만개 업체가 입점해 2억개의 제품을 팔고 있다. 현재 은행시스템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이 쉽지 않으나, 타오바오는 중소기업 소액대출을 해줘도 불량채권 비율이 0.3%도 안 된다. 이는 실물과 금융이 결합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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