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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과점주주 간 주도권 싸움 본격화
16일 첫 상견례…이사회 의장 등 차기 이사회 구성 논의
증권·보험·PEF 등 과점주주간 셈법 달라
2016-12-18 12:00:00 2016-12-18 12:00:00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우리은행(000030)의 경영권을 사실상 위임받은 과점주주들이 경영 주도권 싸움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과점주주의 구성이 증권, 보험 등 다양하게 구성된데다, 우리은행 경영권 확보로 은행업 진출 욕심이 있는 과점주주들 간에 신경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사외이사 6명이 모두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은행장 선임에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차기 이사회 의장직을 두고도 과점주주들 간에 눈치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과점주주 5곳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16일 첫 상견례를 갖고 향후 경영을 논의했다.
 
이날 상견례에서는 향후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 재편 작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의장은 이달 말 꾸려질 임원추천위원회에서도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 과점주주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차기 은행장을 선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과점주주가 추천한 5명의 사외이사 중 새 이사회의 의장으로는 노성태 한화생명 연구원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상용 연세대 교수 등이 점쳐지고 있다.
 
한화생명이 추천한 노 원장은 1946년생으로 과점주주 사외이사 중 최고 연장자다. 관례상 은행의 이사회 의장은 최고 연장자가 맡아왔다.
 
한국투자증권이 추천한 신 전 사장은 은행 경영 경력을 갖춘 유일한 인사라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꼽힌다. 신한사태 이후 금융권을 떠났던 그는 호남 금융 인맥을 바탕으로 신한지주에서 굵직한 역할을 해온 인물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은행 경력이 많은 신 전 사장이 의장을 맡으면,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향후 은행장 선임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그는 "연장자인 노 원장이 의장을 맡는 것이 맞다"며 의장직을 고사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오는 30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신 전 사장을 감사위원회위원에 선임할 계획이다.
 
이밖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박상용 교수(키움증권 추천)도 의장 후보로 꼽힌다. 그는 정부와 의사소통 차원에서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동양생명이 추천한 전지평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도 이사회 의장을 노리고 있지만, 타 과점주주들이 모두 국내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선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의장 선임 외에도 구성된 과점주주들도 향후 경영에 이견을 보일 수 있다.
 
5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한 과점주주들은 증권사 2곳(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생명보험 2곳(동양생명, 한화생명), 사모펀드(PEF)가 1곳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그간 은행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은 현재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지분 58%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은행업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안방보험(동양생명 대주주)와 경영권을 두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안방보험은 지난 2014년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에도 참여했었다. 이후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을 인수한 후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에 참여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은행업 진출에 번번히 실패했던 한국투자증권과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과점주주가 된 것을 계기로 경영 참여를 두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타 과점주주들도 참여 목적이 다른 만큼, 향후 경영 방침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키움증권은 기존 인터넷 중심의 채널에서 벗어나 우리은행의 오프라인 채널 활용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화생명은 동남아시아의 우리은행 네트워크 활용 방안을, IMM PE는 단기 수익성 확대 측면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다양한 과점주주가 공동으로 우리은행의 경영권을 보유하게 되면서 각자의 셈법이 다 다를 수 있다"며 "과점주주의 다양성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도 있지만 이견차가 심할 경우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이사회 의장 선임부터 과점주주들 간에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우리은행 과점주주 주식매매계약 체결식에서 최경주(왼쪽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권희백 한화생명 전무,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송인준 IMM PE 사장,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조철희 유진자산운용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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