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김도진 행장이 25대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세 차례 연속 내부 승진으로 은행장이 선임되면서 외압, 관피아 논란에서 자유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 연속성을 확보한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활력이 느껴진다. 하지만 올해 금리 인상 압박 등으로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국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역할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보강해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과제가 김 행장 앞에 놓여 있다. 김 행장은 IMF외환위기,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은행의 힘을 믿는다고 자신했다. 올해 금융시장에 거친 파도가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롭게 출발하는 기업은행 ‘김도진호’가 순항할 수 있을지 그의 리더십과 추진력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소기업금융은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이자 원동력입니다. 경기가 좀 나빠졌다고 중소기업 지원을 줄이겠다고 하면 안됩니다."
지난달 24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집무실에서 만난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인터뷰 동안 중소기업금융 지원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했다. 경제 상황이 나빠도 기업은행은 철저한 신용평가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얘기다. 김 행장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기업은행의 정체성이자 부여된 임무"라며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 선도적으로 선제적으로 더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는 비이자이익과 비은행부문에 관심을 두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그는 "은행이익에서 비이자 이익과 비은행 부문이 각각 20% 가량을 차지하는 '20-20'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수익 원동력으로는 디지털금융과 글로벌 진출을 꼽았다.
김 행장은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지만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 모바일 뱅크 '아이원(i-One)뱅크'를 구축했다"며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채널그룹을 신설했는데, 개인디지털과 기업핀테크, 스마트금융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 규제나 환경 규제, 위안화 평가 절하 문제가 겹치면서 중국으로 진입하는 우리나라 기업수가 줄고 있다"며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를 아우르는 인도차이나반도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를 적극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김도진 기업은행장.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김도진 행장과 일문일답.
-기업은행 내부 출신이 행장이 되는 전통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제가 3연속 내부 출신으로 은행장으로 선임이 되면서 기업은행 내부 구성원들도 이러한 전통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대신에 저도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고, 어깨가 더욱 무겁다.
-'전략통'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선 현장을 자주 챙긴다고 들었다.
▲기업은행은 65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자산규모가 250조원에 달하는 거대조직이다. 내부에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여신위원회, 인사위원회, 해외사업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가 있어 주요 사업 집행을 결정한다.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잘 만들어져 있어 은행장이 개인할 여지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 시간에 은행장이 책상에 앉아 있으면 뭐하겠는가. 현장으로 나가서 우리 직원들이나 고객들 만나서 교류를 하고 필요하다면 영업을 뛰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본다.
-경제상황이 불투명한데 중소기업 지원이 박해지는 것 아닌가.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이 '중소기업금융 지원'이기 때문에 올해 경기가 악화된다고 해서 '중소기업금융을 하기 어렵다'고 해서는 안된다. 경제 상황을 핑계로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더 선도적으로 중소기업금융 공급량을 늘리는 일을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거나 자금난에 처할 위기에 있는 영세기업, 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야 하는 스텐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공급계획을 듣고 싶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데, 기업은행은 위기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공급 계획을 43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보다 1조5000억원 상향한 것이다. 창업·성장초기 기업, 영세소기업 및 소상공인, 설비투자 기업 등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한 부문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에 자금이 효율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별도 공급계획을 수립해놨다. 올해 창업·성장초기 기업에 대해서는 18조원, 영세소기업 및 소상공인에는 12조원, 중소기업 설비투자 지원 13조원, 중소·벤처기업에는 11조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건전성이 악화되는 경우 성장이 유망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여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은행은 오랜 중소기업금융의 경험과 노하우, 현장 중심의 중기대출 지원 및 심사체계를 바탕으로 사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고,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은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경영정상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여신자산의 부실화 방지와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모뉴엘이나 온코퍼레이션과 같은 사고 방지를 위한 여신 시스템 개선 방안은 마련돼 있나.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 모뉴엘 사태 이후 분식회계 의심정도를 시스템으로 분석해 알려주는 '재무제표분석 알람시스템'을 구축해놨다. 또 분식회계 의심기업에 대해서는 여신전결권을 하향 운용하고, 심사자가 분식회계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상환능력이 의심되는 재무적 특이기업에 대해서는 테마감리를 실시하는 등 여신감리업무를 확대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재개발해 재무정보에 대한 점검업무를 확대 강화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인데, 수익성 관리 전략은 어떻게 수립하고 있나.
▲국내 은행권은 '이익의 함정'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대출 등 이자자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정체되고 오히려 비용만 증가하고 있는 구조라, '대출 자산을 확대하면 이익이 발생한다'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기업은행도 지금 자산규모가 250조원에 육박하는데 앞으로 자산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게 됐다. 기업은행이 자산 규모 150조~180조원 사이 일 때도 1조원의 수익을 냈는데 자산이 250조원으로 늘어난 지금도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산은 성장했는데 이익이 그만큼 못 따라주는 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자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양적 성장 중심의 영업방식을 수익성 중심으로 바꿔나가려고 하는 것이 경영의 방점이다.
-구체적인 목표 수치가 있나.
▲은행이익에서 비이자 이익과 비은행 부문이 각각 20% 가량을 차지하는 20-20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환과 IB, 신탁 등에서 비이자 수익을 대폭 늘리고 올해부터 비이자 부문에 대한 평가 및 제도를 총량보다는 수익성 중심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또 복합점포를 늘려나가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자회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비은행 부문이 은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자회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세부 전략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은행부문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성장을 위해 모든 자회사의 성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중점적으로는 고객의 다양한 금융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증권, 자산운용 부문의 성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담보대출 위주에서 투자방식으로 확대해야 하므로, 투자증권 등 자본시장 부문의 성장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저금리 시대에 고객에게 다양한 투자수단을 제공하고,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서 자산운용 역량의 제고 또한 중점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은행과 자회사와의 시너지는 거창한 계획을 통해 추진하기 보다는 기업은행과 자회사, 자회사와 자회사간 유기적인 협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올해의 업무계획을 수립할 때, 모든 사업그룹에서 시너지 방안을 마련해 추진토록 했다. 임직원 모두가 시너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업무를 추진하게 되면, 그 성과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면 채널(영업점) 운영 전략도 궁금하다.
▲비용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우선 점포 최적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강점지역에 제한적으로 점포를 신설하되 손익 관점에서 점포를 재배치 해야 한다. 수익이 낮게 나는 점포는 통폐합해 인력자원을 최적으로 재배치 해야 조직의 효율성이 살아난다. 적자 출장소나 가변점포의 대체 운영을 위해서는 무인점포 'sVTM'(기존 ATM기능에 통장 및 카드 신규, 비밀번호 변경 기능 추가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먼저 시범 운영을 해보고 점차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금융 주도권 확보를 위한 비대면채널 운영 전략은.
▲앞으로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은행간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기업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아이원(i-ONE)뱅크'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나를 알아주는 은행'으로 느낄 수 있도록 비대면 고객경험 향상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고객이 생활 속에서도 손쉽게 금융을 만나고, 상품도 가입할 수 있도록 'i-ONE뱅크'를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휙 서비스'를 '선물하기', '간편 결제' 등 생활금융 플랫폼 전반으로 확대하겠다. 또 고객이 직관적으로 상품을 찾고, 가입할 수 있도록 모바일에 최적화된 상품몰을 개편할 계획이다. 비대면 채널의 상담 역량도 중요한데, 기존 대고객 상담원을 대체할 수 있는 '금융상담봇'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시니어 고객 대상으로도 손 쉬운 본인 인증과 간편 결제가 가능한 '액티브 시니어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는 비대면채널 상품판매를 전체 영업점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국정 혼란과 연결해 논란이 있었던 부문이 문화콘텐츠 투자다. 올해 계획은 어떤가.
▲문화콘텐츠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효과가 큰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이다. 기업은행은 혼란 정국이 있기 전인 지난 2013년부터 전담조직을 갖추고 문화콘텐츠 육성을 해왔다. 무형자산이 주를 이루는 콘텐츠산업은 일반적 여신심사나 투자방식으로는 지원이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기업은행의 맞춤형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곳은 정말 자금 상황이 열악한데, 이번 사태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영화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에 걸쳐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계속 육성할 계획이다. 상업성이 높은 대규모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중소형 제작사가 만든 영화나 공연예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4년에서 2016년까지 문화콘텐츠금융 지원목표 금액인 7500억원을 초과 공급했고, 올해부터 2019년까지 3개년 지원목표도 그 보다 60% 늘어난 1조2000억원으로 설정했다. 기업은행 내 문화콘텐츠금융 전담 조직을 기업투자금융(CIB)그룹에 편입해 투자 실행부서와 연계시켜 놨기 때문에 맞춤형 금융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해외진출 전략은 어떻게 잡고 있나.
▲지난해말 기준으로 기업은행은 11개국 27개 해외점포 운영 중이다. 해외사업자산은 은행전체의 2.9%, 이익은 7.0% 차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2025년까지 해외 부문 이익이 전체 이익의 20%에 이르고, 20개국, 165개 해외네트워크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미 중국 대륙에 나가있는 기업은행의 16개 현지법인은 지난 20, 30년간 중국 대륙에 가서 영업을 잘 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자본 규제, 환경규제 여러 가지 규제 상황으로 인해 중국에서 우리가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왔다. 그래서 성장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지역을 거점으로 해외진출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와 거리가 멀지 않고 문화권도 비슷하면서 한국계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있는 국가들에 나가서 영업을 해야 한다. 캄보디아 지점개설부터 인도네시아 은행인수, 베트남 법인설립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IBK캐피탈이나 증권사 등 계열사와 공조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IBK캐피탈 미얀마 MFI를 설립한 것이 좋은 사례인데, 올해는 캄보디아에 복합금융점포를 개발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대한 구상은 세웠나.
▲지주자 전환 문제는 지금 논할 문제는 아니다. 기업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상당히 오랜 기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지금 그렇게 여력이 없다. 중소기업법을 바꿔야 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쉬운 문제가 아니어서 아주 장기적으로 검토할 문제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성과연봉제 도입의 관건은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어야 하는 우리 직원들의 수용도다. 이 수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맞춰서 직원 평가와 관련한 시스템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협의를 하면서 고민하겠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지난달 24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담=고재인 금융부장, 정리=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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