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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 괴멸시키는 재벌과 맞서 싸울 것"
서정래 상인회장/망원시장
4년 전 홈플러스 막아 낸 망원시장…이번엔 롯데복합쇼핑몰 싸움
"정부, 재벌 밀고 자영업자 버려…다음 정부 소시민에 귀 기울이길"
2017-02-06 08:00:00 2017-02-06 08:36:39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지역상권 파괴하는 축구장 32개 크기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 강행, 즉각 중단하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입구에 걸린 커다란 펼침막에는 상인들의 분노가 녹아있었다. 분노의 대상은 상암동에 들어설 롯데DMC복합쇼핑몰이다.
4년 전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반대하며 골목상권을 지켜낸 바 있던 상인들은 또다시 생존을 위해 나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정래 망원시장 상인회장이 있다. 과거 망원시장 상인들과 함께 싸웠던 그는 이번엔 지역 골목골목 자영업자들까지도 대변하려 나섰다. 수년째 상인들의 대변인과 싸움꾼 역할까지 도맡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서정래 망원시장 상인회장.
 
- 롯데DMC복합쇼핑몰 반대 투쟁이 홈플러스를 막아내려 했던 4년 전과 다른점은? 
많이 다르다. 대형마트와 SSM은 지역상권에 피해를 줬다면 복합쇼핑몰이란 개념은 대형마트의 20배 이상 크기이고, 대형마트에 있지 않은 다양한 업종들이 포진할 상황이다. 복합쇼핑몰은 지역상권 뿐만 아니라 반경 5~10km 사이, 넓게는 15km 이내까지의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4년 전에는 상인들을 중심으로 싸우고 대책을 강구했다면, 복합쇼핑몰 문제는 상인들은 물론 지역 시민사회조직과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대응할 생각이다. 
 
- 대기업과 맞서는게 쉽지 않을텐데 현재 상황은? 
망원시장 상인회 외에도 상암동 상인회, 상암 농수산물 상인회가 중심이 되서 대응을 했었고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면서 TF도 구성했다. DMC복합쇼핑몰이 3필지로 돼 있다. 3개 필지를 모두 합치면 2만3742㎡(7194평) 규모다. 상인들 입장은 2개 필지를 비판매시설로 하고 1개 필지만 판매시설로 해야한다는 안을 제시했고, 롯데측은 필지 문제가 아닌 판매시설 면적만을 가지고 협상을 시도해왔다. 우리는 저층부 판매시설을 금지해야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롯데측은 강행한다는 입장이었다. 협의가 안되고 우리와 롯데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고, 서울시가 1개 필지만 비판매시설로 하자는 중재안이 나와 우리가 고민 끝에 받아들였지만 롯데측은 이마저도 수용하지 않았다. 최근엔 상암동 상인회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TF에서 빠져 우리와 함께 할 수 없게 됐지만 자영업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의 다양한 시민사회 조직과 상인회 외에 조직화되지 않은 골목골목 자영업자들을 모으고 있다. 오는 22일에 많은 분들 의견을 모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 상인들은 당장 하루하루가 걱정일텐데? 
시장 상인 분들은 4년 전의 경험이 있어 많은 공유와 지지를 해준다. 다만 시장 밖의 골목골목 상인 분들은 재벌이라는 거대한 상대와 맞서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뭘 한다고 되겠어"라는 생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재벌이 나선 상황에서 우리같이 힘 없는 소시민들이 대응한다고 해결이 되겠느냐는 생각도 많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가 평생 일궈 놓은 터전과 생업을 대기업에게 흡수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끝까지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 대기업과 자영업자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보는가?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이 추진됐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드럭스토어와 복합쇼핑몰 등 신산업을 육성해야한다는 미명 아래 대기업 중심의 정책으로 일관했다. 반면 그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자영업자는 퇴출시킨다는 게 이 정부 정책의 핵심이었다. 정책 내용 중엔 '비숙련 인력들에 대한 고용 흡수'라는 항목이 있다. 우리 같은 자영업자를 퇴출 시키고 대기업에 시장을 잠식 당하게 하고 잠식 당한 시장에 노동자로 흡수시킨다는 말이다. 복합쇼핑몰은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모델이다. 굳이 필요하다 해도 전국 단위로 권역별로 최소한으로 한정하는 규제라도 있어야 했다. DMC복합쇼핑몰 외에도 코레일이 그 옆 수색 역사부터 DMC환승센터를 개발하는데 우선협상대상자가 다름 아닌 '롯데'다. 쇼핑몰의 3개 필지도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역사 개발을 통한 복합문화시설이 개발돼 단일규모로 연결이 되면 여의도 면적에 육박한다. 사실상 거대한 롯데타운이 형성되는 셈이다. 대형마트도 이제 포화상태가 되니 자본의 힘으로 20배 크기로 늘려서 시장을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지역상권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기존 상권은 괴멸될 수 밖에 없다. 
복합쇼핑몰 문제는 4년 전 전통시장과 대기업과의 싸움이 아닌 지역 전체의 자영업자들이 모인 공동체와 재벌과의 싸움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역 자본이 대기업의 빨대를 꼽혀 송두리채 흡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어떻게 상생이 가능하겠나.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 법이 지금까지 어떤 힘에 의해 만들어졌나. 전경련 문제 등 정부와 재벌간 커넥션 의혹 등만 봐도 법이 누구 편에 서 있는 지 잘 보여준다. 기업 중심의 법과 제도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상생은 있을 수 없다. 그동안 대기업과 상인들과 대치가 지속돼 왔지만 법과 제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 중재에 나서고 있는 서울시의 태도는 어떤가?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국 상인대회에 참석해 이해당사자와 합의되지 않은 건축허가는 낼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아무래도 약자 측면에서 고민을 해주는 것 같다. 건축허가와 관련된 법들이 우리 요구를 들어줄 법적 근거가 되질 못한다. 서울시가 건축허가 심의를 하고 있어 그나마 규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순실 게이트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이 정권과 재벌이 바라보는 국민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이 정부가 재벌과 정경유착의 고리를 통해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했던 정부였다면 다음 정부는 그런 것들을 과감히 깨고 소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변할 줄 아는 정부가 돼야 부의 편중이 골고루 나눠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앞으로도 대기업 자본은 계속 침투를 시도할텐데? 
그동안 무수한 변화를 시도하고 실험들을 했고 그 결과가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입소문도 탔다. 전통시장도 스스로 생존을 위해 갖가지 노력을 펼치는데 대기업 자본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면 당해 낼 재간이 없다. 그나마 시장은 조직력이라도 있지만 시장 밖의 골목골목 상인들은 더 힘이 없다. 이달 말로 상인회장 임기가 끝이 난다. 새로운 상인회장이 망원시장을 이끌겠지만 DMC복합쇼핑몰 반대 투쟁으로 그치는 일회성이 아닌 지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대기업과의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지난 3일 오후 망원시장 골목 전경.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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