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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류갑희 이사장 "농업은 희망산업, 기술 수출·창업으로 돈 벌 수 있다"
"농기계·비료 묶어 '패키지 수출'…특허 개발하면 판로개척까지 지원…100억원 매출 창업 사례도 만들어"
2017-03-20 06:00:00 2017-03-20 06:00:00
[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농산업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사례를 최대한 만들어 실제로 돈 버는 농업, 잘 사는 농촌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흔히 농업과 관련된 업종은 돈을 벌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여전히 1차 산업으로 여겨지는 농업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ICT)이 농업과 접목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농업의 성장전략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고 있는 곳이 바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다. 류갑희 이사장은 재단을 만든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에서 32년을 근무했고, 2009년에는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 퇴직 후 2015년에는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올해 재단의 이전을 앞두고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류 이사장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계획을 구상 중이며, 올해를 도약의 기회로 감을 준비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류갑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지난 2009년 정부와 정부출연연구기관, 민간 농업과학기술 연구개발 성과의 실용화를 목표로 농촌진흥청에서 분리 설립됐다. 농업 과학기술의 연구 성과를 농업 산업체와 농식품 기업 등으로 확산시켜 실용화 시키고, 이는 곧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 그리고 농식품 관련 벤처 창업도 큰 임무 가운데 하나다. 이 외에도 농축산식품, 농자재, 농기계 등의 시험분석 검정을 비롯해 종자의 증식과 보급 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재단이 설립되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1977년 현재 춘천시농업기술센터인 춘성군 농촌지도소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듬해 농업연구사로 전직한 뒤 농촌진흥청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32년 동안 농진청에서 근무하고 퇴직을 했다. 퇴직 후 한국농어업재해보험협회장으로 활동했고, 2015년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농진청 근무 당시부터 농업기술 개발 보급에 주력했다. 농업도 고수익이 돼야 하고 수출의 주요 품목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의 미래는 고부가가치화와 수출산업으로 발전이다. 특히 농업인구 고령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농산업 수출 관련해'패키지 수출'을 직접 고안해 냈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로 우리 수출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패키지 수출은 농산업 분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농업 관련 품목 일체를 한꺼번에 수출하자는 것이다. 해외 현지 적응성 시험인 테스트베드 운영을 통한 실증테스트를 거쳐 수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수출 전략이다. 나라마다 기후와 토양 등 작물 재배 환경이 모두 다르다. 해외 테스트베드를 통해 현지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이를 눈으로 확인하면 기술과 기자재, 품종, 비료 등도 함께 수출을 촉진할 수 있다. 농자재와 스마트팜 같은 신기술을 융합해 수출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관련 수출 실적은 얼마나 되나.
 
2015년 중국에 한국산 농자재와 재배기술을 패키지로 수출했다. 중국 헤이룽장성에 있는 국영기업인 '북대황그룹'의 보천령농장이다. 벼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농자재와 재배기술을 수출했고 매년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엔 관련 재배면적이 20배나 늘었다. 농기계 수출은 계약 당시 12억원에서 올해 40억원, 내년에는 120억원 까지 늘었다. 베트남에는 액상비료 수출을 10년동안 200억원 규모로 진행키로 했다. 지난해 관련 수출 실적은 수출 실적은 122개사, 900억 원에 달한다. 올해에는 12억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라오스와 미얀마, 몽골 등 주변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사업화에 성공한 제품들을 설명하고 있는 류갑희 이사장. 사진/뉴시스
 
-농업에도 기술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특히 사업화와 연결될 수 있는 기술 이전에 재단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 관련 국유·공공특허를 가진 국내 26개 기관과 협력해 농림축산식품기술사업화종합정보망(nati.or.kr)을 오픈했다. 농진청 개발 기술 검색 기능에 머물렀던 것을 관련 기관은 26개로 늘렸고, 이들 기관이 각각 운영하고 있는 사업화프로그램 34개를 재단을 중심으로 한 곳에 다 모은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농식품 특허기술 사업화 전주기 지원체계'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강화할 계획이다. 특허기술을 만들어내면 이에 대해 사업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 이전, 이후 성장단계별 판로개척까지 지원한다. 기술을 만들어내고 이 기술이 상품화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재단이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이를 통해 지난 2012년 22.3%였던 사업화 성공률을 지난해 36.9%까지 끌어올렸고, 올해는 40.6까지 늘릴 것이다. 이 같은 성공률에 올해 예산은 지난해 88억원에서 증액된 100억원이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원요청이 많지만 이를 모두 해결할 수가 없다. 그리고 사업화 성공률 기준도 정비해야 한다. 사업화할 수 없는 기초원천 특허나 수요가 없는 기술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
 
-사업화에서 청년 창업을 빼놓을 수 없다.
 
농식품벤처창업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청년들이 창업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많이 생각하고 있다. 창업 자금도 부족하고, 생산과 판매, 유통과 마케팅 노하우 등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재단은 농식품 분야에서 창업에 대한 열정이 있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 관련 예산을 지난해 18억8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늘렸다. 현재 재단이 운영하는 창업보육업체는 62곳인데 올해 5곳을 더 늘릴 예정이다. 농식품 창업 정보망도 구축해 7월부터 운영한다. 이렇게 창업을 시작하면 판매관 운영, 농협과의 협업 등으로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미국 네브래스카 이노베이션 캠퍼스(NIC)와의 농식품 창업보육 글로벌 상생협력 기반도 마련했다. 실제 재단의 지원을 통해 대학을 갓 졸업한 4명이 만든 '꼬마감자'는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에코맘 발아현미 이유식도 매출액 20억원을 달성했다. 이런 사례를 계속 만들어내고 청년들의 창업에 대한 희망을 가지면 청년 창업이 청년 실업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제 임기를 절반 정도 보냈다.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재단이 농업인과 농산업체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이 됐으면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되며 시장 개방과 농업인구 고령화, 기후변화 등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을 기술과 사업화, 창업 등으로 풀고 돈 버는 농업, 잘 사는 농촌을 만들어 가는 중심에 재단이 있었으면 한다.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희망산업이라는 인식을 모두가 가지길 바란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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