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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규제’…크라우드펀딩, 금융당국발 위기 직면
올해 중개업체 실적급감에 적자 확대…일부 업체 퇴출·구조조정 우려 제기
2017-03-31 08:00:00 2017-03-31 08: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위기를 맞고 있다. 몇몇 업체는 폐업을 했거나 폐업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성과를 내기 위해 졸속으로 크라우드펀딩 시행을 강행했고 이후 보수적인 규제방침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30일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들의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개업체들의 펀딩실적은 165억5000만원이었으며, 작년 2월에는 시행초기라 1억1800만원으로 부진했지만 3월 11억8700만원, 4월 33억1900만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에 올해는 1월 9억1956만원, 2월 14억5200만원, 3월 19억6000만원으로 업체수는 증가했지만 작년 발행규모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월25일 출범 당시 참여했던 4개 업체(유캔스타트는 작년에 중단)의 3개월 간 실적을 비교하면 와디즈는 16억5000만원에서 올해 20억5000만원으로 증가했지만 오픈트레이드는 20억8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 인크 2억8000만원에서 6000만원, 오마이컴퍼니 2억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감소했다.
 
또한 올해 1~3월 동안 펀딩포유, IBK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은 2개, 인크,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디, 키움증권은 펀딩성공 실적이 1건에 그쳤으며, 우리종합금융은 실적이 없었다. 
 
시장규모가 협소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도 중개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1월25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행된 후 현재까지 펀딩 성공금액은 208억9000만원이다. 14개 중개업체의 펀딩 수수료가 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년2개월 동안 10억원이 조금 넘는 수익을 거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14개 업체의 총 직원수를 100명이라고 가정하면 1명 당 1000만원을 벌었다는 의미”라면서 “전체 실적의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와디즈도 적자인 점을 감안하면 모든 업체가 규모는 다르지만 적자를 감수하고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을 보고 크라우드펀딩 분야에 뛰어든 업체들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상위 일부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전업 중개업체인 A사는 폐업이 임박했다. A사 대표는 “기존 직원들은 다른 직장을 구했고 현재 변호사까지 두 명이 회사에 남아있었지만 모두 떠나기로 결정했다”면서 “현재 중개업체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시간이 흐른다고 좋아질 것 같지도 않고 향후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2~3개 업체만 생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졸속추진과 규제로 인해 크라우드펀딩 업계가 결국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한편, 업계에서는 크라우드펀딩 업계가 위기에 봉착한 이유로 금융당국의 성급한 제도 도입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꼽았다.
 
B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월25일이 크라우드펀딩 시행날로 정해지면서 업체들이 굉장히 급하게 준비를 해야했다”며 “업계에서는 그 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실적을 내세우기 위해 일정이 총선 전으로 앞당겨졌다는 추측을 했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투자광고 규제 완화와 일반투자자의 투자한도 상향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홍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고 SNS나 포털에서는 홈페이지 링크만 허용했다. 이로 인해 중개업체들은 펀딩 홍보와 자사 인지도 향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투자자 투자한도도 1년에 500만원, 특정 업체에는 200만원으로 제한했는데 한도가 너무 낮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투자광고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달에는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일반인 투자한도 1000만원, 동일 기업에는 500만원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았고 그 부담은 중개업체들이 떠앉으면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A사 대표는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규제가 현재 위기의 주된 요인”이라면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해부터 국정농단 논란, 대통령 탄핵 등에 이어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빠른 시간 안에 처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작년부터 투자광고 규제 완화, 투자한도 상향을 지속적으로 당국에 요청했지만 지금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성장동력을 상실했다”면서 “업계에서도 ‘이대로는 안되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보다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측면은 있다”면서 “제일 시급한 사안이 투자광고 규제 부분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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