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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뷔시 "내 소설은 독자와 하는 일종의 게임"
'절대 잊지 마' 미셸 뷔시 첫 내한
2017-04-19 18:11:29 2017-04-19 18:11:4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문학 내에서 진실을 밝혀가는 것은 재밌는 일입니다. 저는 전지적 시점에서 거짓으로 여러 장치들을 쳐놓고 모든 열쇠를 독자들에게 건네주죠. 독자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인물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 미셸 뷔시가 19일 서울 중구 주한 프랑스 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편소설 ‘절대 잊지마’(달콤한책)의 번역출간 기념 차 이날 방한한 그는 “소설을 통해 독자와 일종의 게임을 한다”면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절대 잊지마’ 같은 경우도 시작할 때 기이하고 놀라운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독자들은 읽어가면서 점점 상황을 이해해가게 됩니다.”
 
‘절대 잊지마’는 아랍 출신의 장애를 지닌 서른살 청년 자말의 이야기를 그려낸 심리 스릴러다. 2월의 어느날, 자말은 노르망디 높은 해안 절벽을 조깅하다 몸을 던지려는 한 여성을 목격한다. 출입금지 철책에 걸려 있던 붉은 스카프를 건네서 그를 살려보려 했지만 여성은 끝내 자살하고 자말은 살인자로 내몰린다.
 
“경찰은 주인공이 절벽에서 여자를 밀었다고 생각합니다. 목에 스카프가 둘러져 있었기 때문에 질식사 시켰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자말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독자들은 자말의 입장이 돼 작가가 제시한 여러 근거들로 진실인지, 거짓인지 질문하고 판단해나가야 한다. 작가는 “절대 잊지마 같은 경우는 읽을수록 반전이 점점 쌓여서 확대된다”며 “소설을 집필할 때 주로 반전으로 마지막에 모든 결말이 나오는 형태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문학에서 거짓을 하나의 장치로 쓰는 건 재밌는 일이지만 정치를 비롯한 현실 세계에서 거짓이나 기만을 일삼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도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여러 부패 스캔들이 터지고 있어요. 정치인들의 행태들은 수용하기가 힘듭니다. 실제 현실에서는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이죠.”
 
뷔시는 작가인 동시에 루앙대 지리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소설 속에는 특정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스토리가 많다. 이번 소설의 배경이 노르망디 지역인 것도 작가의 관심에서 비롯됐다. “뉴욕이나 별 특징 없는 대도시 보다는 특정한 장소에 인물을 정확히 둡니다. 그래야 인물의 사회적 배경이나 심리적 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인물의 정체성은 그 사람이 사는 곳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2006년 첫 작품 ‘코드 뤼팽’을 시작으로 해마다 추리소설을 한 편씩 발표했지만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쳤다. 그러다 2012년 ‘그림자 소녀’가 성공을 거두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가 꼽는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2위에 올랐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만큼 작가 지망생들에게 건넨 충고도 인상적이었다. “다른 이들의 조언을 듣지 말라.” 자신의 영감과 상상력을 믿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첫 방한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에 참석한다. 오는 20∼21일 국립중앙도서관·서울도서관에서 강연한다. 22일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를 열 예정이다.
 
18일 서울 중구 주한 프랑스 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셸 뷔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달콤한책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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