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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대적 수술 불가피…공수처·수사권 조정 진통 예상
법조계 "1년 이내 공수처법 시행해야…경찰도 개혁 대상"
2017-05-10 06:00:00 2017-05-10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김광연 기자]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당선인은 권력기관 개혁에 관한 공약으로 우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설치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독립된 검찰총장후보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무엇보다도 검찰 개혁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서 지난 2011년 11월 출간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공수처 신설을 주장했던 문 당선인은 제18대 대선 후보자였던 2012년 12월 공수처를 신설해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사건을 수사하고, 검사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자를 제외한 주요 후보 4명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다.
 
문 당선인은 지난달 참여연대와 한국일보의 공동질의에 "고위공직자는 물론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까지 조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수처 도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공수처는 특검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부정부패, 정경유착,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제 기능을 못할 경우 검찰까지도 공수처가 조사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고,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보유하도록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공약의 목적이다.
 
이와 함께 독립된 검찰총장후보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 권력 개입을 차단하고,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국회 출석 의무화를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지난 대선에서 행정부에 대한 ‘검사 파견제도’를 전면 검토하겠다는 공약에 이어 이번에도 법무부 등 외부기관에 검사 파견을 억제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면서 검사징계위원회와 감찰위원회의 위상을 높여 검사 징계에 대한 실효성도 확보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법조계는 공수처 신설과 수사권 조정 등 공약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역임한 이재화 변호사는 "수십년 동안 검찰은 대통령 임기 후반이 아니면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검찰이 제 역할을 못 해 벌어진 일이 아닌가"라며 "문 당선인이 취임하면 임기 1년 이내에 공수처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노영희 변호사는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모두 원론적인 얘기"라며 "공수처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검찰과 경찰이 어떻게 독립적으로 수사권을 조정할 것인지 등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수처 말고 법조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만 기구를 만들어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면서 "경찰 수사권은 변호사 사이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통치를 위해서는 검찰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적폐 청산을 위해서라도 수사기록 등 검찰의 도움은 필수이고, 당분간 조직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검찰개혁 방향이)달라진다"며 "이러한 것을 고려하면 국민적 요구보다는 소극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수사권 조정도 경찰 개혁이 선행돼야 하고, 무작정 힘을 주면 경찰 파쇼를 만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이 지난달 12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고위공무원 등의 부정부패 사건 수사를 위해 기존의 검찰이 아닌 독립적인 수사기관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 1003명 중 79.6%가 '찬성', 14.2%가 '반대', 6.2%가 '잘 모름'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찬성' 의견은 모든 계층과 지역에서 '반대' 의견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검찰 개혁을 위해 지방검사장을 주민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는 전체 중 57.1%가 '찬성', 29.1%가 '반대', 13.3%가 '잘 모름'이라고 응답해 지방검사장 주민 직접 선거를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하는 의견보다 2배 가까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 질문에 대한 '찬성' 의견은 모든 계층과 강원·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반대' 의견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문 당선인은 검사장 직선제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검사장 직선제는 이번 대선에서 5명의 주요 후보 중 정의당 심상정 후보자만이 유일하게 찬성했다. 문 당선인은 참여연대와 한국일보의 공동질의에 "미국과 같은 지방검찰청 단위의 검사장 직선제는 당장 도입하기는 이르다고 한다"며 "법원과 검찰의 지방분권, 그리고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등 지방자치와 검찰 개혁이 이뤄진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1월 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서도 문 당선인은 "우리는 지금 분권화가 제대로 돼 있지 않고, 검찰 조직도 완전히 중앙집권적이다. 이런 형태 속에서 그냥 검사장만 직선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며 "지방분권화가 제대로 되고, 그에 따라 검찰도 분권화되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가능하다는 판단이다"라고 서술했다.
  
지난 2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진술인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김광연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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