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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세계 대학, 인재 육성으로 4차 산업 열쇠 찾는다
자유로운 탐구 장려해 창조적 결과물로…산학 연계·창업 유도 등 내실에도 초점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설성인 지음|다산4.0 펴냄
2017-06-01 08:00:00 2017-06-01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1위 수준이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아직 내지 못한 국가다.” 지난해 세계적인 과학 전문 잡지 네이처에는 우리나라 과학계의 불편한 진실을 꼬집은 글이 실렸다. 대기업 주도의 응용과학 대비 자연과학 등 기초 과학 투자가 빈약해 연구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의 창의적인 인력들은 창업, 연구 대신 취업을 택하거나 해외로 떠난다. 새로운 발상과 도전정신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4차산업 시대의 숙명이지만 오늘날 한국 인재들은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는 그러한 우리의 현재 실태를 해외의 사례에 비추어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해 보게 하는 책이다. 10여 년간 국내외 경제·산업 분야 전문기자로 일해 온 설성인씨가 전 세계 30명 이상의 교수와 학생, 연구원 취재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인재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심층 분석했다.
 
서두에서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의 필수 조건부터 밝히고 들어간다. 바로 스스로 정답 없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세계적인 대학들도 학생들의 그러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창의성과 응용 능력을 기르는 교수법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곳은 미국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다. 대학은 ‘인류발전에 기여하라’는 창립 당시의 목표를 꾸준히 지켜오며 학생들의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자료분석, 발표 등을 통해 자신들만의 문제 해결력을 기르게 하고 실험이나 팀 활동 등을 장려해 협동심 등 올바른 인성을 확립하게 한다. ‘창업 생태계’인 보스턴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하버드대 등 주변 대학과의 교류, 벤처캐피탈의 자본 투자유치 등 네크워크적인 면에서의 노력도 적극적이다.
 
결과는 연구, 산업 각계에 성과로 고루 나타나고 있다. 1년에 한 번 꼴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고 있으며 MIT 출신들이 창출한 매출과 일자리 효과는 2015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1조900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에는 4차 산업 관련 정부, 기업과 손잡고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학생들의 연구소에선 비행기보다 빠른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 군용 아이언맨 수트 등이 상용화 되기 위한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스위스의 취리히연방공대 역시 MIT만큼이나 학생들의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위해 파격적인 강의 실험을 유도한다. 교수진은 학생들에게 ‘언제든지 교수와 싸우라’고 말하며 학생들은 교수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끝없는 논쟁을 펼친다. 연구자가 진정으로 원하거나 학계에 파급력이 높은 결과물이 나오도록 기다려주고 지원하며 우수 교수 영입을 위해서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저자는 “학생과 교수에 대해 최고로 지원하는 만큼 특허, 기술, 제품화 등 창업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며 “2010~2014년 사이에만 학교 내 110개 스핀오프 기업이 탄생했으며 세계 일주를 하는 태양광 비행기 ‘애틀란티크 솔라’, 수직 벽을 바퀴와 프로펠러 힘으로 등반하는 로봇 ‘버티고’ 등을 개발해 실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양성을 우선적 가치로 내걸며 4차 산업에 필요한 인재 풀(Pool)을 늘려가는 대학도 있다. 바로 싱가포르국립대다. 학교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며 유학생을 존중하는 문화를 장려한다. 따라서 해외 명문대학, 글로벌 기업들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주고 받는 등 교류가 활발하다. 학교차원에선 이를 토대로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장려한다. 모바일 마켓플레이스 앱을 개발한 카로셀, 인공지능 스타트업 비센즈 등은 학내의 성공한 대표 벤처 회사들이다.
 
이외에 MIT 학내 연구소를 벤치마킹해 제2의 샤오미, 알리바바를 키우기 위한 ‘X랩’을 운영하는 중국의 칭화대, 엉뚱한 연구생들을 미래의 노벨수상자로 치켜세우고 대우 해주는 일본 교토대, LCD 화면·무선통신 등으로 전통적인 강의실을 ‘스마트 강의실’로 바꿔가고 있는 싱가포르 난양공대 등도 4차 산업을 대비하는 대학들로 제시된다. 우리나라의 카이스트도 언급되지만 언어장벽, 이공계 기피 현상 등은 타 대학에 비해 아쉬운 점으로 거론된다.
 
다양한 대학 사례의 열거 속에 책의 결론은 간결하다. 4차 산업을 대비하기 위한 희망은 결국 ‘인재 확보’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 차원의 교육·연구 방식의 혁신, 학교와 기업의 다양한 산학 연계프로그램 개발 노력, 기업과 정부의 창업 생태계 조성 노력 등이 필요하다.
 
저자는 “4차 산업을 이끄는 인재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명문대 입학이 인생의 목표인 젊은이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전하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며 “이들이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데만 골몰하지 않고 끈기와 도전정신으로 미래 개척에 나설 수 있도록 대학의 개방형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사진/다산4.0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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