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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탐정의 자산관리)새 판 짜는 ISA 시즌2…국민통장 거듭날까
"관건은 금융사의 자구 노력…수익·안전 담보돼야"
2017-06-02 08:00:00 2017-06-02 08: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내 일은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거야."(셜록 홈즈)
미스터리한 사건을 푸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탐정 셜록이 있다면 여의도에는 재무 회계를 읽어주는 ‘맨발의 셜록’이 있습니다. ‘28년 증권맨’ 원강희 KTB투자증권 리스크관리실장(사진)입니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탐정 사고방식은 금융투자업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름했다고 합니다. 맨발은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의밉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무탐정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는 금융 관련 지식을 통찰력 담긴 ‘글발’로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쥐고 다루는 자본시장에 구구절절한 조언은 달지 않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격주로 여의도 맨발의 셜록을 만나 탐정의 시각으로 자본시장을 들여다 봅니다.
 
-출시 1년이 지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민만능통장’으로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낮은 수익률과 제한적인 가입요건, 제도적인 한계에 직면한 결과입니다. 실제 ISA 가입 계좌 수는 작년 말을 기점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고 신통치 못한 성적 또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ISA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했는데요. 일부 제도를 재정비한 ISA 시즌2를 내놓기로 한 겁니다. 중도인출을 허용해주고 세제 혜택, 가입 대상 확대 등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은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입장입니다. 파격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어려울 것이란 진단입니다. ISA 시즌2가 진짜 국민만능통장으로 우뚝 서려면 우선돼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국민만능통장을 목표로 야심차게 도입했던 ISA 제도가 지금 실패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그 동안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된 요인들은 가입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 그리고 5년내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용성과의 저조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중 마지막으로 지적한 운용성과의 저조가 사실은 가장 큰 실패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용성과가 저조한 이유는 저금리인 탓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들의 지나친 수수료 부과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객들이 ISA에서 펀드를 사면 펀드수수료는 펀드수수료대로 내고, 거기에 더해 ISA 운용 수수료까지 이중으로 부담을 해야 합니다. 금리도 낮은 데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것이죠. 결국 정부의 세제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에 돌아가는 꼴입니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ISA 일임형 계좌 193개 중 69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이고 70%이상의 계좌가 1% 미만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그 동안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ISA 시즌 2를 내놓더라도 파격적인 사고의 전환이 없으면 ISA가 국민만능통장으로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정부가 보여 준 태도는 ISA는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는 수단이고 이러한 혜택을 받는 계층을 엄격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정부가 세제혜택이 엉뚱한 계층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제 혜택이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꼼꼼히 점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입조건의 완화나 좀 더 많은 세제 혜택도 중요하지만, 운용성과를 제고하고 운용성과가 금융기관이 아닌 고객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답이 보일 것 같습니다. 멀지 않은 일본의 경우 2014년 출시한 소액투자비과세제도, NISA가 초기 흥행을 일으키며 출시 1년 반 만에 약 50조원의 자금이 몰린 데 이어 출시 2년 1000만계좌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년차인 지난해부터 세제혜택 한도를 100만엔에서 120만엔으로 늘리고 미성년자 전용상품인 주니어NISA를 등장시킨 데 이어 내년엔 적립형NISA를 새롭게 선보이는 등 끊임 없이 당근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훨씬 앞선 1999년 제도를 도입해 2008년 영구화한 영국의 경우도 비록 처음엔 대학 등록금 인상에 대비한 수단으로 도입했지만 혜택과 간편함으로 인기를 모으며 지속적으로 가입을 유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국과 일본의 ISA 어떤 점이 국내 대비 선진화한 것인지 짚어주신다면.
 
▲영국과 일본의 경우 인출 및 가입대상에 대한 제약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비과세 범위가 우리나라와 달리 넓어 계좌의 수익 전체에 대해 비과세하고, 언제든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대비 혜택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적립한도도 확대하고 있으며, 자녀의 재산형성에 도움을 주는 주니어 ISA나 주택 구입에 도움을 주는 Help to Buy ISA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서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하자면 세제혜택을 원포인트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고객은 ISA만 가입하면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다른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편리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세제 혜택이 여러가지로 분산되어 있어서 고객이 일일이 무슨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ISA가 이를 해결하기 보다는 그저 세제 혜택 상품 중의 하나로 치부되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좀 더 신경을 써서 이 기회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을 ISA에 통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금융회사의 자구적인 노력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 차례 식어버린 관심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 개선보다도 우선돼야 하는 것이죠. 비교적 고객자산 운용 경험이 큰 금투업계의 성과도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를 위해 미래 먹거리로 ISA 집중 육성에 나선 은행의 성적표는 형편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주로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았다는 평가인데요. 수익률 제고를 위해선 어떤 정책 지원이 필요할지, 업계 스스로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지 제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수수료를 얼마나 부과하고 있는지 고객들에게 일목요연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수수료 부과체계도 복잡하여 고객이 여간 경험이 많지 않으면 도대체 금융기관이 얼마를 떼어 가는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고객들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명확히 알기 쉽게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고객들이 능력 있는 금융기관을 고를 수 있고, 경쟁을 통해 금융기관들 스스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고객의 무지에 기대어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금융기관의 태도는 반성해야 마땅합니다.
 
금융기관의 수익은 고객의 돈을 받아서 창의적으로 운용하는 데서 발생해야 바람직합니다. 금융기관들이 경쟁하면서 좀 더 많은 수익기회를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할 때, 좋은 사업을 하면서도 자금이 없어서 꿈을 펼치지 못하는 많은 사업가들을 도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금융이 적재적소에 사회의 축적된 자본을 배정할 수 있을 때 경제 성장의 힘이 커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자금을 맡긴 고객에게도 더 많은 돈을 돌려 줄 수 있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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