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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화장품 전용 녹차가 있는거 아시나요?"
이민석 오설록농장 수석연구원 인터뷰
13년째 제주서 '녹차의 모든 것' 연구
"화장품 전용 기능성 차나무 품종 개발 중"
2017-08-08 06:00:00 2017-08-08 06:00:00
[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녹차는 언제부터 화장품의 원료로 쓰였을까. 정답은 약 30년 전부터다. 아모레퍼시픽은 1989년 세계 최초로 녹차 원료 화장품 '미로'를 선보였다. 이후 녹차에 포함된 항산화 성분이 주목받으며 녹차는 다양한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돼왔다.
 
녹차 화장품의 원조인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3대 녹차 재배지로 꼽히는 제주도에서 100만평 규모의 유기농 녹차밭을 가꾸고 있다.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주가 "녹차를 우리 고유의 차로 다시 키워내고 싶다"는 뜻을 가지고 개간한 농장이다. 음용을 목적으로 한 차나무를 비롯해 오로지 '화장품'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길러지는 차나무 등 다양한 품종의 차나무가 제주의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자라고 있다.
 
이민석 오설록농장 수석연구원은 제주에서 10년 넘게 녹차만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다. 차에 대한 모든 것, 차나무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한다는 이 수석연구원을 만나 녹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민석 오설록농장 오설록연구팀 수석연구원이 제주도 농장에서 재배한 녹차잎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잘 우려낸 녹차는 쌉싸름하면서도 깊은 맛과 향을 낸다. 이민석 오설록농장(구 장원) 오설록연구팀 수석연구원의 차에 대한 내공은 잘 우려낸 녹차의 향만큼이나 깊다. 
 
그가 오설록연구소에서 녹차 연구에 매진한 세월만 무려 13년에 달한다. 제주대학교 농학박사 출신으로 일본 국립다업연구소 교환연구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2004년 제주도에 오설록연구소가 둥지를 틀 때 초창기 멤버로 참여했다. 이 연구원은 "그 때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차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대학교나 연구소가 전무했다"며 "차에 대해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계획에 매료돼 입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녹차연구원'은 말 그대로 차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한다. 오설록 연구팀은 차나무를 잘 기르기 위한 재배, 토양, 병해충부터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가공방법과 새로운 제품개발에 대한 연구, 차의 기능성, 안전성에 대한 연구 등을 수행한다.
 
오설록의 녹차밭이 있는 제주도에 대해 이 연구원은 "차나무가 자라기에 천혜의 기후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주도는 화산폭발로 형성된 섬이라 화산회토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화산회토는 토양 양분보유 특성이 뛰어나고 토양공극과 투수성이 우수해 차나무가 양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또 제주도는 연중 온난한 기온과 풍부한 강수량, 일조량 등으로 인해서 차나무의 생육이 뛰어나 생산량이 높고, 여러 가지 유용한 성분의 함량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제주에서 생산하는 오설록 제품들은 세계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최근에는 중국 저장성, 일본의 시즈오카현과 더불어 세계 3대 녹차 산지로 불릴 만큼 위상이 높아졌죠."
 
오설록은 제주 자연환경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100만평의 다원을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유기농법의 생산성은 보통 관행농법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높이는 것이 녹차연구원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오설록연구소에서는 페로몬트랩(페로몬을 이용한 곤충포획장치), 천연추출물을 이용한 방제 등 친환경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해 실시했어요. 결과적으로 화학농약이나 비료를 주는 관행재배 대비 약 85%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어요. 이를 통해 안전성과 품질,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됐죠."
 
공들여 재배한 차나무 잎은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차가 된다. 발효시키지 않으면 녹차, 절반 정도만 발효시키면 우롱차, 완전히 발효시키면 홍차가 된다. 발효가 많이 될수록 찻잎의 성분이 바뀌며 색도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한다.
 
"녹차는 산화발효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공해 순수한 찻잎 그대로의 녹색을 간직합니다. 건강에 유익한 성분인 카테킨의 변성을 억제해 기능성도 뛰어나죠."
 
이 연구원은 녹차 가공 중 가장 까다로운 공정으로 첫 단계인 '살청'을 꼽았다. 살청은 강한 열이나 증기를 쐬어 찻잎의 산화효소를 불활성화하는 공정으로 녹차의 특성을 결정짓는다. 살청을 할 때 증기를 이용하면 증제차, 솥과 같이 직접열을 가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덖음차, 증기로 찌고 이후 공정을 덖음차 형태로 가공하면 옥록차가 된다.
 
아이스크림이나 제과 등에 많이 응용되는 가루녹차는 특수 재배한 찻잎을 사용한다. 가루녹차는 녹차 고유의 녹색과 아미노산이 높은데 이를 위해서는 녹차 잎에 덮개를 씌워 일조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차광재배법을 적용해야 한다. 가공을 할 때에는 색이 떨어지는 줄기를 분리하고 잎만 건조시켜 고운 가루로 만들게 된다.
 
가루녹차는 요즘 이 연구원이 빠져있는 녹차기도 하다.
 
"예전에는 고급 수제차가 좋았는데, 요즘에는 가루녹차에 빠져있어요. 전통적인 우려내서 마시는 음용방법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식품소재로도 사용할 수 있는 다양성이 큰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특히나 찻잎을 모두 가루로 만들어 먹기 때문에 물에 우러나오지 않는 건강에 유익한 지용성 성분, 섬유소들까지 모두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 더 유익한 음용법이라고 할 수 있죠. 다양한 음료와 조합이 가능해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민석 수석연구원이 제주 오설록농장 서광차밭에서 차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오설록연구소는 차나무 신품종 개발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이 연구원은 오설록연구소에는 세계 최초의 화장품 전용 기능성 차나무가 있다고 소개했다. 100가지 품종의 재래종 찻잎의 특징을 연구하고 그 중 화장품으로 쓰기에 가장 알맞은 품종을 선발해 개발하는 과정을 거친 나무다.
 
"최근에는 식품용 녹차가 아닌 화장품 전용으로 기능성을 극대화한 차나무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오설록연구소에서 개발한 '장원 3호' 품종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화장품 전용 기능성 차나무입니다. 기존 차나무에는 함유돼 있지 않은 신규 기능성 성분인 '앱솔루친(Absoluchin)228K'를 고함유하고 있어 주름개선, 콜라겐 분해효소 억제 등 강력한 안티에이징 효과는 물론이고 노화습관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죠."
 
'장원 3호'가 아니더라도 녹차는 카테킨, 테아닌, 캄페롤 등 다양한 피부미용 효과를 가지고 있다.
 
"카테킨은 먹거나 마실 때 강력한 항산화작용, 항암효과, 다이어트 효과를 내는 걸로 잘 알려져 있는데 피부에도 항노화 작용이 뛰어납니다. 피부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캡슐화공정 기술을 이용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등 녹차를 소재로 이용하는 화장품에 대표적으로 반영되고 있죠. 캄페롤은 차 종자에 있는 성분인데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컨버젼 기술로 안정화를 이뤄 화장품 소재로 활용 되고 있습니다."
 
10년 이상을 녹차 연구에 매진해온 이 연구원은 최근 녹차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국내 녹차시장은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커피에 많은 자리를 내주게 된 게 현실이죠.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히려 커피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 음용방법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요즘에는 커피 브랜드들이 오히려 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녹차를 접할 기회는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녹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천 년을 애용해 온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음용 트렌드 등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노력을 계속 한다면 국내에서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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