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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삼성 LCD 노동자 다발성경화증 업무상 재해 첫 인정
"원고 업무·다발성 경화증 발병 상당 인과"
2017-08-29 15:07:13 2017-08-29 18:09:48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대법원이 삼성전자(005930) LCD 공장 노동자의 다발성 경화증 발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대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 근로자 직업병을 인정한 첫 사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삼성전자 천안LCD공장에 근무하면서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한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산재요양 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상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발성 경화증의 직접 발병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유기용제 노출, 주·야간 교대근무, 업무상 스트레스, 햇빛 노출 부족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이 거론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다수 중첩될 경우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는 입사 전에는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 병력이나 가족력이 없는데,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상당 기간 근무하던 도중에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38세)보다 훨씬 이른 시점인 만 21세 무렵에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의 역학조사 방식 자체에 한계가 있었고, 사업주와 관련 행정청이 해당 공정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 등에 관한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원고가 유해화학물질의 구체적 종류나 그에 대한 노출 정도를 증명하는 것이 곤란해진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므로 이를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200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천안 LCD 공장에서 모듈 공정(부품을 조립하여 LCD 패널을 완성하는 공정) 중 LCD 패널 검사작업을 했는데, 재직 중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했다. 이후 2007년 2월 퇴사 후 2008년 9월경 다발성 경화증 확진 판정을 받자, 2010년 7월 업무상 재해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이씨가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이씨가 주장하는 작업 환경상 개별 위험요인들의 위험·노출 정도가 높지 않아,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발병·악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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