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세이프가드, 세탁기 피해만 1조 예상…'관세 폭탄' 우려
재계 "다른 산업 전방위 확산 가능성" 우려…정부, 시장축소 따른 보상 등 요구 방침
입력 : 2018-01-23 17:58:37 수정 : 2018-01-23 17:58:37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미국 정부가 결국 삼성과 LG전자의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결정했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외에 한국산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사실상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23일 관련 업계와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업계의 피해 규모 및 향후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하며 대처에 나섰다.
 
연 300만대 수출, 120만대 넘어서면 관세 50% '폭탄'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미국은 삼성과 LG전자를 비롯한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서는 TRQ(저율관세할당)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선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그 다음 해인 2년 차부터는 120만대 미만 물량에는 18%, 120만대 초과 물량에는 45%를 부과하고 3년 차에는 각각 16%와 40%의 관세가 매겨진다. 부품까지도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5만개 이상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량에 대해 완제품과 동일한 50%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10월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 때문에 미국 내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판정하고 제출한 권고안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세이프가드 발동 전 관세가 1%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며 국내 제조업체들은 말 그대로 '관세 폭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현재 삼성·LG전자의 세탁기 미국 수출량은 300만대 수준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삼성과 LG 세탁기의 점유율은 19%, 15% 정도며 각각 판매량은 160만대, 140만대로 추산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1월까지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 2억300만달러 규모를 수입했다. 이 경우 세이프가드 관세가 적용되면 피해액은 약 1조원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한 규모는 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여기에 세탁기 부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도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전망이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에서 미 행정부는 수입산 세탁기 부품에 대해 TRQ 기준을 첫해 5만개로 설정해 관세 50%를 부과키로 했다. 그 다음해엔 부품 7만개 이상에 관세 45%를, 3년차엔 부품 9만개 이상에 관세 40%를 각각 매기기로 했다.
 
타 산업에도 영향 우려…보상 요구 등 조치 필요
 
문제는 이같은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한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강화 움직임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 결정은 미국의 특정 산업 및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과도한 조치로 보이며, 다른 산업까지 보호조치 요구가 확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에 따라 기업의 대미 수출 부담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와 유관기관이 미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따른 보상요구와 세이프가드 조치 철회, WTO 제소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열린  '미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 대책' 회의에서 이번 조치를 WTO에 제소하는 등 적극 대응 태세를 취하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가 WTO 세이프가드 협정상 발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를 WTO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16년 만에 세이프가드를 꺼내 들었지만 그동안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활발히 진출해 온 한국 기업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WTO 규정에 따라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시장개방 축소에 따른 보상 요구, 양허정지 등의 조치도 추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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