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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보팅 없는 첫 주총시즌…"큰 충격 없을 듯"
3년 유예기간 중 대부분 대비…“중견·중소사들 2~3년 뒤가 문제”
2018-02-26 16:32:13 2018-02-26 17:36:54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내달 섀도보팅 없는 첫 주주총회 시즌이 열리는 가운데 업계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책 일몰 시점이던 2014년 말부터 3년간 유예기간을 둔 데다, 본격 폐지를 앞두고 지난해 미리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등 기업들도 준비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내년과 내후년 차질 발생을 우려해 정부와 논의를 통한 추가적 보완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SK텔레콤, S-OIL 등 주요 상장사들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섀도보팅 폐지 관련 이슈가 있지만 이들은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섀도보팅을 한 번도 이용한 적 없거나, 이용하다 중단했어도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여러명의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한 상장사는 “섀도보팅을 왕왕 이용하다 폐지가 결정된 2014년부터는 유예를 신청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감사위원 선임 등에 문제가 없어 올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사진/뉴시스
 
중견·중소기업도 당장 올해 변화엔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감사와 감사위원을 미리 선임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총 153개사다. 상장협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5%이상 보유 주주 의결권과 소액주주 평균 의결권 행사율(1.88%)을 모두 합산해도 올해 섀도보팅 없이 감사와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정족수 충족이 곤란할 것으로 보이는 회사를 집계한 결과, 93개사로 5.1%에 그쳤다.
 
그러나 이들 기업 수는 2019년 199개사(11.0%), 2020년 224개사(12.4%)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상장협 관계자는 “기업이 받는 타격은 미리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었던 올해보다 내년 이후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관투자자가 많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타격이 더 크다는 게 중론이지만 일부 대기업도 문제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형주 중에도 호텔신라(대주주 지분율 17.1%), 포스코(11.1%), 네이버(10.6%), KT&G(8.7%), 메디톡스(21.7%), 오스템임플란트(20.8%) 등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은 주총 결의 성립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유예기간이던 2016년 12월 결산 정기주총에서 섀도보팅을 신청한 642개사 중에는 주요 그룹 상장사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업계의 우려는 감사와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에 집중된다. 예탁결제원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섀도보팅 신청 현황을 안건별로 집계한 결과, 매년 감사와 감사위원 선임안의 비중이 가장 컸다. 2016년 전체 요청 안건 1524건 중 45.5%인 693건이 감사와 감사위원 선임 건이었다. 이에 상장협은 지난달 3%룰이 규정된 상법 542조의12 중 3항과 4항 삭제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법무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주주총회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총회 참여를 활성화하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핵심은 상법에 규정된 현행 제도 하에서 ‘어떻게 하면 소액주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기업들이 폐지를 요구하는 3%룰에서 특히 대기업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증권유관기관, 상장협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상장회사 주주총회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슈퍼주총데이’ 문제 해소를 위해 주총 일정 자율분산을 유도하되 주총을 집중일에 개최할 땐 거래소에 신고토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자투표를 활성화하기 위해 모바일 서비스를 개시하고 은행용 공인인증서도 허용하는 등 편의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주요기업들 사이에서 이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SK는 지난해 12월 주요 지주사로선 처음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한데 이어 올해 주총을 계열사별로 분산 개최키로 한 상태다. 한화도 주총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제 도입 결정을 발표했으며, LS도 주총 분산 개최를 결정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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