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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서른살 양천구, 새로운 30년 준비해야”
김수영 구청장, 젊음·환경·4차산업혁명 담은 ‘YES 양천’ 새 비전 제시
2018-03-16 06:00:00 2018-03-16 16:53:12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목동 신시가지 개발 등으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1988년 강서구에서 분구하면서 서울 양천구가 탄생한지도 어느덧 30년이 됐다. 비록 역사는 다른 지역보다 짧아도 우수한 도시 인프라 덕에 양천구는 무서운 성장세로 서울 서남권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목동 신시가지는 점차 노후화되고 있으며 목동과 비목동 간의 격차, 과도한 교육열 등 잠재된 문제점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뉴스토마토>는 올해 개청 30년을 맞아 30살이 된 양천구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김수영 구청장을 만나 들어봤다.
 
김수영 양천구청장. 사진/양천구
 
양천구는 최근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경사가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구청이 일하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 ‘주민들한테 신뢰받으려면 청렴도도 높아야 한다’를 항상 강조하고 있다.
매년 단계별로 청렴도가 높아져서 전국 5위, 서울 25개 자치구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개선됐다.
우리 직원들이 행정안전부 제안 활성화 우수기관 심사에서 12년만에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것은 그만큼 우리 직원들이 제안을 하고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활발해졌다고 생각한다.
제가 주요 과제나 이슈, 앞으로의 양천구 비전을 두고 직원들과 직접 한 달에 한 번 독서토론회를 하고 있다.
출근해서 업무 시작 한 시간 전에 전문가들을 모셔서 교육을 받기도 하고, 직원들이 작은 거 하나라도 정책 제안해서 실시간 투표해서 반영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들이 많은 부문에서 직원들이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주민들도 신뢰하는 것 같다.
 
양천구는 교육사업에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성과가 있나.
 
혁신교육지구사업이 3년차로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의 참여다. 이런 부분에 있어 마을방과후학교도 굉장히 활성화됐으며, 각 학교에 문예체 활동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구청에서 직접 지원하기도 한다.
활발하게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해서 교육을 학교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한다는 점이 인식되면서 학부모들의 참여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공부도 공부지만 실제로 교육의 바탕은 책을 읽는 것이라 생각한다. 리모델링 등을 통해 ‘1동 1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있으며, 책을 읽는 분위기를 조성해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가 소통하는 공간이 되면서 주민들 반응이 좋다. 전체 18개동 중 16개 동이 작은도서관이나 구립도서관을 구비했다. 마지막으로 양천구 중앙도서관을 설계 중이다. 올해에 착공 들어가면 지하 2층, 지상 4층에 제대로 된 중앙도서관을 갖추게 된다.
 
지난해 발표한 나비남 프로젝트는 어떤 사업인가.
 
‘아닐 비(非)’를 써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의미다.
50대 독거남들이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어르신이거나 젊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실텐데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아직 패자부활이 어려운 사회다. 그런 이유로 50대 독거남이 많이 생기고 사회로 복귀 못하는 분들이 복지사각지대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분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고 궁극적으로 다시 일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작년에 양천구에서 전국 처음으로 시작을 했다.
여러 과정들이 있었다. 지역으로,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관계 맺기’에서 각 동별로 멘토를 구성했다.
멘토는 사회적으로 출세한 분들이 아니라 평범한 지역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분들이 ‘나비남’들을 사회적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관계를 맺고 함께 활동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시행한지 1년인데, 어떤 성과가 있나.
 
예를 하나 소개하겠다. 나비남 A씨는 사업 실패 후 이혼까지 겪으며 큰 빚을 진데다 손가락을 다쳐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수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
그러다가 한 목사님의 도움과 나비남 프로젝트 참여로 삶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된 뒤 멘토를 만난 후 점차 세상에 나가고픈 의지를 찾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작은 영화로 만들어 지난해 나비남 영화제에서 선보였다. 지금은 자녀와도 소통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나비남 프로젝트를 계기로 중앙부처와 서울시 차원에서도 독거남 전수 조사를 통한 정책 마련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나비남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고독사 예방대책에 나선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간의 성과가 조금씩 가시적으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올해 상반기 중 평가회의를 통해 동별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올해는 나비남 프로젝트가 더욱 실효성 있게 안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가 개청 30주년이다.
 
어른들도 30세면 청년에서 어느덧 중장년을 바라보게 된다. 양천구도 마찬가지로 새로 30년을 내다보는 전환점에 와있다.
올해는 양천구 개청 30주년의 해이며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 될 다음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청년 양천시대를 열기 위해 새로운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기조로 양천의 또다른 30년 이후를 내다볼 수 있는 정책들을 하나하나 시행해 가며 주민들께서 믿어주신 만큼 더 발전하는 양천구를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제가 요즘 ‘YES 양천’을 말하고 있다. 약자를 따서 Young 젊고 활력있는 도시, Eco 지속가능한 환경도시, Smart 4차 산업혁명시대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젊고 활력있는 도시는 잠만 자는 주거지가 아닌 일자리를 찾아서 오고 싶은 도시로, 도시 전체가 에너지와 활력이 넘치도록 만들 것이다.
양적 성장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녹색과 환경을 생각하고 물과 자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기반시설 작은 것을 설계할 때부터 스마트 인프라 구축과 스마트 도시 비전과 연결시키는 것이 누구나 살기 좋은 똑똑한 도시로 만들 수 있다.
 
올해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여성친화도시, 출산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건강도시 합쳐서 가족친화도시를 조성하겠다.
여성친화도시 인증에 이어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고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도시환경, 어르신을 비롯한 온 세대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올해를 고령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원년으로 삼고자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고령화에 대비해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
또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받아 아이들이 당당하게 주장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양천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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