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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P2P 대출시장 규제와 투자자 보호
2018-06-18 06:00:00 2018-06-18 06:00:00
P2P(Peer to Peer, 개인 간) 대출은 2006년 이래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해왔으나 최근 3년 사이에 규모가 급성장했다. P2P 대출업체 수는 2015년 말 20여 개였으나 2017년 말에 약 180여 개가 됐으며, 2015년 말 누적대출액은 370억원에서 2017년 말 2조3000억원으로 엄청나게 증가했다. 얼마 전 부동산 PF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대형 P2P 대출회사가 부도를 맞았고 대표이사가 도주하거나 횡령, 허위 공시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P2P 대출사업이 왜 갑자기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가?
 
P2P 대출은 돈이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이 대출을 신청하면 P2P 대출업체가 투자자들에게 돈을 모아 빌려주고, 투자자들에게 원금에 이자를 붙여 돌려받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초기 P2P 대출업체는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투자자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했다. 기존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서는 돈을 맡기는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빌려줄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초기 P2P 대출 모델에서는 빌려주는 사람이 누구에게 빌려줄 지를 직접 정할 수 있는 점이 큰 차이점이었다. 또한 빌리려는 사람의 요청을 다수의 투자자들이 검토해 여러 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가 활용돼 투자 심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핀테크라고 기대를 받기도 했다.
 
최근 3년 간 P2P 대출은 신용대출뿐 아니라, 부동산 및 동산 담보 PF(Project Finance) 기반의 대출로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P2P 투자는 아무래도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젊은 층에서 관심이 높다. 투자 평균 수익률이 10 ~ 15%에 달해 예금이나 펀드 수익률보다 훨씬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암호화폐 투자 열기와 함께 투자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부동산에 투자할 정도의 목돈을 갖지 못한 젊은 층에서 적은 돈으로나마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에 P2P 대출에 진입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부동산 대출 쏠림 현상이 강해지면서 P2P 대출 시장에 문제가 커졌다. 금감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P2P 대출 잔액은 부동산 PF 대출(43%)과 부동산 담보 대출(23%)에 집중됐고, 개인 신용대출 비중은 11.6%였다. 부동산 관련 P2P 대출 비중이 미국과 영국의 경우가 각각 5%, 10% 수준인데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인 것이다. 부동산 PF 및 부동산 담보대출은 경기가 나빠질 경우 연체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부동산 PF 대출의 평균 부실률이 12.3%에 달하는데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될 경우 대규모 투자자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P2P 대출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원금을 손해 봤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P2P 대출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일단 대출이 실행되도록 영업을 하지만 투자자 보호에는 취약한 상황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P2P 대출업체의 자회사인 대부업체를 간접 규제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연이은 사건, 사고 발생 이후 P2P 대출업체를 직접 감독할 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출 돌려막기를 금지하고 대출원리금 별도 보관을 의무화시키고 공시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투자자 보호장치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영국, 중국 등이 몇 년 전 P2P 대출업체를 법률로 관리, 감독하는 체계를 준비한 것에 비해 많이 늦은 감이 있다.
 
다른 한편 이번 입법과정에서 정부의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돼 핀테크 산업이 위축될까 우려가 되기도 하다. 업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도 자율규제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협회가 분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 올 때까지 P2P 금융업계 내에서의 자생 노력도 결실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우리나라 경제가 민간 중심의 경제, 핀테크와 같은 혁신적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자율규제의 정착이야말로 더없이 중요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자율규제라는 틀은 사업자들과 정부가 공공을 대표해 맺는 암묵적 계약이기도 하며 동시에 일종의 협상이다. 앞으로 있을 P2P 대출 입법 과정에서 정부, 사업자, 소비자 및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자율규제 체제가 고려되기를 기대한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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