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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찰, 구속정보 없앴어도 공개 의무 못 면해"
"정보 폐기로 존재 않는다면, 부존재 증명책임은 공공기관"
2019-02-07 15:31:00 2019-02-07 15:31: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수형자가 ‘구속수사 승인대상’ 관련 정보의 공개를 청구했으나 검찰이 폐기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는 수형자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결정 처분취소소송에서 “검찰은 정보공개청구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또 “A씨의 정보공개청구가 권리남용”이라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보공개제도는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정보를 그 상태대로 공개하는 제도”라며 “공개를 구하는 정보를 공공기관이 한 때 보유·관리했으나 후에 그 정보가 담긴 문서 등이 폐기돼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라면 그 정보를 더 이상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공공기관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공개를 청구한 구속수사 승인대상 및 승인신청 절차는 대검찰청 예규에 의해 17년 전 폐지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행정규칙의 폐지는 그 적용이 중단된다는 것일뿐 그 정보가 담긴 문서를 실제 폐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예규가 폐지됐다고 해 곧바로 검찰이 해당 문서를 보관·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속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더 이상 해당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며 “검찰은 또 해당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았을뿐 이 정보가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주장·증명도 하지 않아 비공개처분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록물의 보존기간 등을 분류해 관리해야 하고, 수사·재판 관련 기록물은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장과 협의해 보존기간의 구분 및 그 책정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검찰의 A씨에 대한 권리남용 주장에 대해 “A씨가 이 사건 정보를 활용할 의사가 없음에도 정보공개제도를 이용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거나 오로지 공공기관의 담당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앞서 “A씨는 구치소에서의 노역 등 잡무를 회피하거나 오로지 공무원에 민원을 제기하고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에 불과해 정보공개청구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A씨가 공개청구한 고소·고발사건 처리지침에 대한 비공개결정에 대해서도 “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검찰의 범죄예방, 수사, 공소제기 및 유지 등의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될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검찰의 체포 구속업무처리지침의 비공개 결정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청구인인 A씨에게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법령상 신청권이 있다”며  “구속업무처리지침은 검찰이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정보로 A씨가 신청한 공개방법 이외 방법으로 공개하고 있어 A씨의 신청이 직권취소됐다 하더라도 이는 A씨의 정보공개청구 중 정보공개방법에 관한 부분에 대해 일부 거부처분을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이외 청구한 구속수사 기준에 관한 지침 등의 비공개결정에 대해 “범죄피의자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해 구속수사가 개시될 것인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돼 수사기관의 적절한 증거 수집 등을 어렵게 할 위험성과 직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A씨는 지난해 검찰에 이 사건 정보와 관련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검찰은 공개청구한 정보 일부가 존재하지 않아 공개할 수 없고 나머지 정보에 대해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공개해당정보에 해당한다며 비공개결정했다. 이에 A씨는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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