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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기업인 제외된 3.1절 특별사면
2019-02-27 00:00:00 2019-02-27 08:45:58
정부가 26일 발표한 3.1절 특별사면(특사) 대상에서 기업인은 없었다. 연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이 연이여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을 방문해 총수들과 악수하는 사진과 영상이 신문 지면과 방송 뉴스를 도배하며 스킨십을 넓혀왔지만, 반도덕적 행위를 벌인 기업인에게 관용은 없다는 정부의 시각은 여전하다는 것을 이번 특사에서 다시 확인했다. 아마도 이번 정권에서는 지난 2017년 광복절 70주년 기념 특사를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한 최태원 SK 회장 이외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기업인들도 무조건 억울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일반인들은 상식적으로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끊임없이 일으킨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 하지만 기업인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 비해 훨씬 더 큰 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기업인에게 정직은 생명이지만 청백리와 같은 성품만으로 사업을 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사실 도덕적·인륜적으로 따지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기업가와 기업 모두 죄인이다.
 
그래서 법이 존재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가 되지 않으면 어느 정도의 일탈(?)은 용인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은 국회의원, 법을 집행·적용하는 사람은 정부 관료다.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과연 국회의원과 관료들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법을 만들었고, 공정히 법을 집행했는가? 당연히 대다수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대기업 총수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이 먼저 나서서 모든 기업인들은 특혜를 받았고, 경영을 통해 얻은 부를 모두 가로챘으며, 직원들을 머슴 부리듯 한다는 의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경제가 어렵다. 기업인이 없어도 기업은 잘 돌아간다고 하지만, 동네 식당을 가도 문제가 생겼을 때 손님들이 “주인 나오라고 해”라고 소리치는 나라가 한국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진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오너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게 한국의 기업이다. 겉으론 멀쩡해보여도 총수 공백이 길어지는 기업들은 경쟁력을 급속히 잃게 마련이다. 특사가 단행되기 전 경제계 인사들은 기업인들이 경영으로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정치인과 관료, 기업인들이 열린 마음으로 서로 협력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너무나도 강한 압박과 견제가 이어지면서 기업인들은 지금 너무 위축되어 있다. 동등한 위치에서 미래를 논한다는 것은 꿈도 못꾼다. 한 기업인은 “숨을 쉴 수도 없을 만큼 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다.지금의 위기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 같이 뛰어야 해결할 수 있다. 부디 다음 번 특사에는 정부가 기업인들을 고려해 주길 희망한다.
 
채명석 산업1부장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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