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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쓰레기 산, 배송 전쟁의 어두운 미래
2019-03-07 14:36:08 2019-03-07 18:10:48
우리나라 곳곳에 산이 생기고 있다. 지진이나 지형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각종 폐기물이 쌓여서 만들어진 이른바 '쓰레기 산'이다. 최근 경북 의성에선 재활용 업체가 들여온 17만톤의 폐기물이 방치돼 논란이다. 충남 당진항에는 베트남으로 수출하려던 3500톤의 폐기물이 불법으로 판정돼 보관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필리핀으로 수출하려던 1200톤의 폐기물이 다시 평택항으로 반입돼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정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방치되고 있는 불법 폐기물은 235, 120만톤 규모에 달한다. 물론 폐기물이 축적되는 것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쓰레기 산 논란이 커진 이유는 쓰레기 수출길이 막히면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처리시설 용량이 적어 일부 폐기물을 해외로 반출해 처리했다. 그러나 미세먼지 등이 심화되자 최대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이 수입을 중단했고, 연이어 필리핀 등의 국가들도 불법 폐기물을 반송하면서 한계에 봉착하게 됐다.
 
폐기물 처리 업체들은 혼합 쓰레기를 불법적으로 수출한 게 문제라고 꼽는다. 하지만 쓰레기 산을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에 있다. CNN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미국과 중국보다 많다.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1년 동안 무려 132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거의 세계 최대 수준에 가깝다.
 
앞으로가 더 우려스럽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배송 서비스 개선이 화두다. 홈쇼핑과 이커머스, 대형마트, H&B스토어, 편의점 등 당일배송부터 새벽배송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정간편식(HMR)과 신선식품의 배달이 늘어나 아이스팩과 완충재 사용이 크게 증가하는데다 배송 주기는 갈수록 짧아진다. 실제로 올해 온라인몰 시장 규모는 130조를 넘고,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4000억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환경을 고려치 않은 상황에서 배송 시장이 확대될 경우 쓰레기 산은 우리에게 더 가까워질 것이다. 최근 일부 업체들은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해 친환경 또는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고,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률적으로 기업을 제재하지 않는 이상 폐기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의 무분별한 포장재 사용을 규제할 법적인 기준과 절차를 정부가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당장의 편의만을 고려해 미래를 등한시할 경우 그 책임은 고통으로 돌아온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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