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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임단협 결렬, 결국 파국 치닫나
신규물량 배정 불투명…그룹 최후통첩 가능성도
2019-03-10 20:00:00 2019-03-10 20: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9개월 째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짓지 못하고 있다. 협상 데드라인을 넘기면서 르노삼성의 올해 신규 물량 배정도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임단협 집중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특히 8일 20차 교섭에서 사측은 총 1720만원(실적 인센티브 1020만원, 원샷 보너스 7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또한 인력 충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설비 투자, 중식 연장 등의 근무강도 개선안과 배치 전환 프로세스 개선안도 제시안에 포함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는 추가 인원 200명 투입, 생산라인 속도 하향 조절, 전환 배치 등 인사 경영권의 합의 전환 등을 협상 막판에 요구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재 협의로 돼있는 인사 경영권을 노조 합의로 요구하는 것은 부산공장이 리바이벌 플랜 후 지금까지 개선해 온 우수한 글로벌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는 향후 수출물량 확보 경쟁에서 경쟁력 저하 및 궁극적으로 부산공장의 고용 안정성까지 위협하게 만드는 사항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동안 20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단협 미타결이 장기화되면서 르노그룹의 부산공장에 대한 신규 물량 배정 여부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한 르노삼성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가 최근 집중교섭을 벌였지만 임단협 합의에는 실패했다. 사진/르노삼성 노조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담당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부산공장을 방문해 "현재 부산공장의 시간 당 생산비용은 이미 그룹 내 공장 중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여기서 더 올라가면 미래 차종 및 생산 물량 배정에서 부산공장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임단협이 마무리되고 부산공장 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도 같은달 27일 노조 집행부와 만나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3월8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면서 협상 데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오는 9월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기간이 만료된다. 지난해 기준 부산공장 총 생산대수는 21만5680대이며, 이 중 닛산 로그 생산물량은 10만7251대로 49.7%에 달한다. 만약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고 업계에서는 이 경우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르노그룹은 신규 물량을 부산공장이 아닌 다른 곳에 배정할 것"이라며 "물량 배정에 대한 논의, 준비기간 등을 감안하면 지금 임단협이 타결되고 늦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노조도 인사 경영권 합의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르노그룹이 르노삼성 노사에 대한 최후통첩의 명분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르노삼성의 위기가 가시화되자 부산상공계와 부품 협력업체들은 노사에 조속한 임단협 타결을 호소했다. 최근 이들은 호소문에서 "르노삼성은 부산 경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중소협력사와 지역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직면해 노사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임단협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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