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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지배구조 개편 등 현대차그룹 과제 산적
22일 주총서 엘리엇과 대결…노조리스크 등도 난제
2019-03-12 00:00:00 2019-03-1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국사업 전략 재편은 최근에 닥친 다수의 그룹 현안 이슈들 가운데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이달말 주주총회에서 엘리엇과의 맞대결, 지난해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 최저임금·광주형 일자리 사안 등에서 노조와의 갈등 등 어려운 과제도 함께 맞닿아 있는 형국이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반대로 놓고 본다면 부진하고 불합리했다고 보였던 과거를 일시에 털고 미래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사실상 그룹 대표로 나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의 리더십이 통할 경우 경영능력에 대한 우려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사업 문제 해소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해외사업의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한 이슈다. 미국과 함께 중국은 올해로 출범 20년째를 맞이하는 현대차그룹이 가파른 우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는 핵심시장이었다. 이러한 중국시장에서 생산 부진과 시장 점유율 감소 등을 겪으면서 현대차 그룹 전체의 사기도 상당히 떨어진 게 사실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품질과 성능은 나름 나날이 발전해 왔고, 다른 시장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보여왔다”면서 “이러한 성과가 중국시장 부진에 묻혀 빛을 바랬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성과는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기존 주력시장 이외에 인도와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신규 시장 개척을 말하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고 경영진 모두 기존의 사업 구조로 중국에 매달리는 것은 더 이상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수석 부회장이 지난해 다섯 차례 출장에 나선 것은 물론 지난해 8월과 11월 중국사업본부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증거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직을 개편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중국 실적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공장 폐쇄가 중국 탈출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시설 축소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함으로써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되돌아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전략 차종 위주로 마케팅을 집중하고, 친환경차 등으로 틈새를 노리겠다는 방안이다.
 
중국시장 회복도 중요하지만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등 보다 시급한 현안이 놓여있는 것도 문제다. 우선 오는 22일 현대차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그룹은 엘리엇과 치열한 표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의 배당을 요구했고 현대차는 1주당 4000원을 제안했다. 엘리엇의 방안이 채택되면 현대차는 보통주 기준 4조5000억원, 우선주까지 5조8000원을 배당해야 한다. 또한 이날 주총에는 정 부회장을 현대차, 현대모비스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도 다뤄진다. 
 
현대차그룹은 중국부진 외에 지배구조 개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였다. 사진/뉴시스
 
현대차와 엘리엇은 주총을 앞두고 표대결 경쟁에 이미 돌입했다. 엘리엇은 최근 현대차 주주들에 “현대차는 주주환원 및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주주에게 상당한 초과자본금을 환원해야 하며, 우리 방안이 주총에서 승인될 경우 현대차 주가의 17%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받게 된다”면서 설득에 나섰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엘리엇의 제안은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해야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수 있다”고 대응했다.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가 현대차 방안에 찬성 권고를 하면서 현대차에 분위기가 다소 유리해졌다는 분위기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주주 중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주주에게 엘리엇의 제안이 매력적이라는 점에서 결과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이 승리해도 지난해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과제가 남는다. 정 부회장의 현대차, 현대모비스 대표 선임은 정몽구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전면에 나서게 된다는 점에서 개편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패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부담감이 클 것”이라며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한다면 최소한 올해 가을에는 개편안이 발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배구조 개편은 올해 현대차그룹의 많은 현안 중에서도 핵심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대모비스 또는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한 개편 방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와의 갈등도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현대차 노사는 광주형 일자리, 최저임금, 통상임금 등 쟁점에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기아차 통상임금 2심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현대차그룹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상여금을 매월 지급해 최저임금 위반을 해결하겠다고 제안하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최저임금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답변하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통상임금 판결 추세를 감안하면 현대차 통상임금 최종 판결도 현대차 노조가 승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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