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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중국기업 고용없이 단물만 쏙…국내 태양광 생태계 휘청
2019-04-05 07:00:00 2019-04-05 07:00:00
"고용이요? 한국 법인에서 직원을 더 고용할 계획은 없습니다."
"법인 설립은 검토 중이지만, 당분간 대리점 판매망을 활용하는 방식을 유지하겠습니다."
 
지난 3일 열린 '2019 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 전시장. 현장에서 만난 중국 태양광 기업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영업을 강화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발표한 뒤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 5위 태양광모듈 업체인 JA솔라는 중국 기업 중 처음으로 지난 2016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지난해 말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위해 사무실을 마련했다. 세계 1위 모듈 업체인 진코솔라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 강남역과 서울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며 인지도 제고에 나섰다. 세계 6위 모듈 제조사인 롱지솔라도 태양광 전문 양판점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 발을 들였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처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코솔라를 제외한 JA솔라, 트리나솔라, 잉리솔라 등 세계 10위권에 속하는 모듈 기업과 화웨이등 인버터 제작사들이 대거 참여해 한국 시장 공략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 기업은 LG전자가 불참한 가운데 한화큐셀과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신성이엔지 등 모듈 제조사와 최근 인버터사업에 뛰어든 OCI파워 등이 참가해 수적 열세를 면치 못했다. 혹독한 구조조정 시기를 견디고 기술력 하나로 살아남은 국내 기업들이 막강한 가격 경쟁을 앞세운 중국 기업에 포위된 '현실의 축소판'인 셈이다.
 
중국 태양광 기업의 한국 진출은 개별기업이 처한 문제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값싼 중국산 모듈이 밀려 들어오면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을 야기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최악의 경우 태양광 산업의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 경쟁력 약화는 고용 감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고용의 질과 소비자 만족도 측면에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은 판매에 초점에 맞춰져 있어 고용 창출 효과가 거의 없다. JA솔라의 경우 한국법인 직원 수가 4명에 그치고, 다른 중국계 기업들은 국내 태양광 양판점의 영업망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내에 애프터서비스 등 기술 지원 인력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태양광 가치사슬은 수년간 계속된 중국발 공급과잉의 여파로 각 분야별로 1~3개의 기업만 겨우 살아남았다. 이 마저도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에 밀려나게 된다면 국내 태양광 산업은 미래가 없다. 태양광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등 삼박자가 중요한 시점이다. 
 
양지윤 산업1부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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