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모호 '게임장애', 도입 후폭풍 우려"
WHO, 다음달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 시도
입력 : 2019-04-06 17:13:13 수정 : 2019-04-06 17:13:13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모호한 기준의 '게임장애'를 인정하면 의학·교육·학문 등 광범위한 삶의 영역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음달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시사해 이에 대한 학계의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테트슨대 심리학과 교수는 6일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게임문화포럼'에 참석해 게임장애 도입 후 벌어질 부작용을 정신의학계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게임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20~30년 뒤에는 이것이 어리석은 결정이었음을 깨달을 것"이라며 "불명확한 기준으로 정신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신뢰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퍼거슨 교수는 게임장애 등재가 합의된 기준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WHO 내에서도 게임장애에 대한 일치된 의견이 없어 논쟁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WHO는 애초 지난해 5월 총회에서 ICD-11을 포함해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지만 이를 올해로 미뤘다. 미국정신학회인 APA와 PSI는 WHO의 일치하지 않은 주장을 이유로 ICD-11을 반대하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게임장애를 정하는 기준들이 불분명한 것은 게임과 폭력·선정성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퍼거슨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6년부터 15년동안 사회의 폭력적인 비디오게임 소비는 7배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청소년 1인당 폭력 건수는 80% 이상 줄었다. 퍼거슨 교수는 "(게임 규제 찬성론자는) 폭력적인 비디오게임 소비가 늘면 범죄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라며 "증상을 원인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게임과몰입 원인을 인지심리적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도 공개됐다. 게임과몰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크게 자기통제력을 중심으로 한 인지심리적 관점과 게임 자체를 주된 요인으로 보는 병리적 관점으로 나뉜다.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20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게임과몰입의 원인이 학업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정 교수는 "게임과몰입을 야기하는 주된 요인은 자기통제능력 저하"라며 "자기통제력 저하는 청소년의 학업스트레스와 부모의 고독·우울 등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테트슨대 심리학과 교수가 6일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게임문화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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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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