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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4월 한달 간 '민족자본가' 정세권 선생 기념 전시
‘북촌, 한글, 그리고 정세권’ 아카데미도 열려
2019-04-09 16:18:33 2019-04-09 17:16:53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시가 9일부터 한 달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북촌 한옥청에서 일제강점기에 민족문화 지켜낸 기농(基農) 정세권을 기리는 전시회와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이날 오후 2시 북촌 한옥청에서 열린 '북촌, 민족문화 방파제-정세권과 조선집' 전시회에 참석한 서해성 3.1운동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정세권 선생은 가장 민족적인 사업으로 번 돈을 다시 민족적인 사업에 썼다"면서 "조선집을 지어 조선말을 지켜낸 민족자본가로, 그의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도 전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이동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정세권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조선인보다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일본식 집이 늘어가자 조선인을 위해 대규모 한옥집단지구를 개발해 주거지를 확보했다. 북촌뿐 아니라 익선동, 봉익동, 성북동, 혜화동, 창신동, 서대문, 왕십리 등에 한옥 대단지를 건설했다. 조선물산장려회관 건립에도 힘썼으며, 조선어학회 회관을 지어 기증하고 운영비를 지원했다.
 
서해성 3.1운동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이 9일 오후 2시 종로구 북촌 한옥청에서 열린 전시설명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정세권 선생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김영종 종로구청장,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 실장, 정세권 친손자,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시설명과 현장투어가 진행됐다. 정세권이 주택을 공급한 지역을 지도에서 보면 'ㅅ'자 날개 모양으로 서울 전역에 펼쳐져 있어 이번 전시의 전체적인 구성을 'ㅅ'자에 모티브를 두고 기획했다. 또, 전통한옥과 도시형 한옥의 차이를 보여주는 재료인 '함석'을 전시에 사용했다.    
 
4월9일부터 5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정세권 선생의 활동 연대순으로 △경성을 조선집으로 지켜 내자 △조선 사람은 조선 물산으로 △북촌은 한글이다 △조선집, 영화를 통해 살아나다 등 크게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한옥청 내부에서 전시가 진행돼 참석자들을 모두 신발을 벗고 관람했다.
 
첫 번째 섹션인 '경성을 조선집으로 지켜내자' 에서는 서울 전역에 ‘ㅅ’자 방파제 모양으로 한옥집단지구를 조성한 ‘건축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디벨로퍼(developer)’로서의 정세권을 조망한다. 이곳에서는 그가 일제 강점기 일본식 집이 늘어나자 위기를 느껴 '건양사'를 설립해 조선집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등 주택사업을 진행한 과정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인 '조선 사람은 조선 물산으로'에서는 조선물산장려회를 통해 조선의 상공업 부흥과 민족문화를 지키기 위해 애쓴 정세권을 조망한다. 세 번째 섹션인 '북촌은 한글이다'에서는 최근 영화 '말모이'에 나왔던 조선어학회를 지원하고 이로 인해 체포돼 일제로부터 재산을 몰수당한 '민족 운동가' 정세권을 조망한다. 네 번째 섹션인 '조선집, 영화를 통해 살아나다'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제작된 흑백영화 가운데 조선집을 살펴볼 수 있는 10편의 영화를 편집해 상영한다. 
 
전시 설명뒤 이어진 현장투어에서는 북촌한옥마을 정류장을 방문해 서 감독이 '북촌한옥마을·정세권활동터'로 명칭을 바꾼 의미를 설명하고, 정세권 선생이 기증한 조선어학회터도 방문했다. 오후 3시부터는 가회 2층 전망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북촌, 한글…그리고 정세권’이란 이름의 아카데미 1회가 진행으며, 끝난 뒤 ‘북촌에서 새로운 집 찾기’란 이름으로 북촌 지역을 답사했다. 이 아카데미는 9일에 이어, 20일과 27일 등 총 3회에 걸쳐 개최된다. 
 
'북촌한옥마을·정세권활동터'로 명칭을 바꾼 버스정류장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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