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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원들은 왜 보조금 지원시설 실태파악을 포기했나"
30대 시의원 중심 특위 구성 좌절…민주당 차원 '철회' 압박 논란
2019-04-10 15:23:11 2019-04-10 15:23:11
[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대전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추진해오던 ‘대전시 보조금 지원시설 실태파악 특별위원회’ 구성이 10일 결국 좌초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특위 구성 서명에 찬성한 의원들에게 철회를 요구한 뒤 벌어진 일로, 민주당이 특정 보조금 지원시설의 비위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대전지역의 한 사회복지법인이 지난 2002년 부동산 일부를 의료법인 설립으로 출연하면서도 허가가 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됐다. 여기에 각종 문제점에 대해 의회에 제보됐고, 손희역 의원(대덕구1,민주당)이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일부 문제들을 지적했었다.
 
김소연 의원(서구6,바른미래당)이 30대 의원들 중심으로 보조금 지원시설 특위 구성을 추진했고, 다선 의원들까지 가세해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지난 달 22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총회하는 자리에서 “김소연 의원을 도와주게 되는 꼴 아니냐”는 말이 새나갔고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김소연 의원은 박범계 국회의원과 소송 중에 있었다.
 
결국 이 문제는 242회 임시회에서 4차 본회의를 앞둔 지난 3일 특위구성 결의안에 서명했던 의원들이 철회를 요구하면서 의구심만 더욱 커졌다.
 
김소연 의원은 10일 제242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특별한 이유도 없이 특위가 무산됐다. 지난 달 20일 의장과 운영위원장 만나 특위구성 도와 달라 요청했었다. 21일에 특위를 추진했던 손희역 의원이 더 이상 특위를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본 의원에게 밝혀, 22일에 특위구성을 위해 설명하며 서명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22일 갑자기 민주당 의원총회를 열었고, 지난 3일에는 시의원 간담회를 연 이후에 7명 중 6명이 특위구성안 찬성을 했다가 철회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시의회가 개원 이래 단체로 서명을 철회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고, 지금까지 없었다고 한다. 이 사태에 대해 어느 한명이 의사를 철회한다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있으나, 어떻게 단체로 7명이 동시에 철회를 할 수 있느냐”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위구성에 서명했던 의원은 김소연, 문성원(대덕구3,민주당), 윤종명(동구3,민주당), 우애자(비례,한국당), 박혜련(서구1,민주당), 윤용대(서구4,민주당), 이광복(서구2,민주당), 우승호(비례,민주당), 김인식(서구3,민주당)의원이다. 이중 김소연, 우애자, 김인식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 의원  6명이 철회를 했다.
 
왼쪽 사진이 대전시의회 보조금 특위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당초 서명란 , 오른쪽 사진은 서명 철회한 의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줄로 그어놓았다. 사진/뉴스토마토
 
대전시는 민원이 제기된 사회복지법인에 대해 “법인 분리에 관해 별도 제한 규정이 없다”고 답변했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사회복지법인이 수행 가능한 사회복지사업 또는 권리능력 내의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했음에도, 시가 다시 “허가를 철회할 근거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런 배경에 퇴직 공무원들이 해당 복지법인에 근무를 했었고, 그래서 장시간 동안 막대한 혈세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면서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대전 중구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성폭력상담소의 상담건수 부풀리기 의혹도 특위와 무관하지 않았지만, 해당 성폭력상담소 출신이 시의원으로 있으면서 특위구성을 막으려고 했다는 후문이 파다하다.
 
김소연 의원이 특위구성을 추진했던 지난 달 22일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날 자리에 있던 민주당 의원은 “김종천 의장이 ‘8대 의회에서는 4찬산업혁명특위, 예결특위, 원자력 특위, 행감특위만 하기로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며 “특위를 제한하자고 했던 것은 7대 의회에서 특위가 너무 남발이 됐었기 때문이지, 이런 문제들까지 제한하자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민주당 소속 의원은 “3일에 조승래 시당 위원장이 ‘특위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며 “더 이상 얘기해줄 수 없다”고 답변을 꺼려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조승래 의원은 이 같은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의혹이 점점 짙어가는 것은 이러한 사안들이 계속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명확한 보조금 관련 문제점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가 본연의 기능을 스스로 상실시키며 무능을 넘어서 ‘덮어주기’로 비춰지고 있다.
 
소규모 사회복귀시설을 운영하는 모 원장은 “보조금으로 시설 2층 LED 등을 사려고 했더니 관리기관에서 보조금으로는 부품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해 왔다”며 보조금 사용이 약자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해당법인에 대한 말들이 정신자활시설이나 복귀시설 등에서는 특혜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업계에서는 다들 알고 있는 얘기”라면서 이에 대한 명쾌한 조사를 하지 않음에 “정치권력의 유착이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기정사실화 돼 있다”고 전했다.
 
대전시의회 김소연 의원이 제242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특위구성을 철회한 문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전=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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