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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알린 이탄희 전 판사 "66명 비위법관 명단·내용 공개해야"
페이스북 게시물 통해 대법원 '10명만 징계 청구 결정' 작심 비판
2019-05-09 22:05:15 2019-05-09 22:05:22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의혹을 사회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가 9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비위법관 징계 청구가 불완전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 대법원장이, 검찰이 비위 통보한 66명의 법관 중 징계시효가 지난 32명 등을 배제한 채 10명에 대해서만 징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전 판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받는 국민은 내 사건을 맡은 판사가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 포함됐다면 어떤 비위사실이었는지,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어떤 근거인지 알 권리가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앞서 김 대법원장이 밝힌 입장문의 주요 문구를 인용하면서 명단과 비위 내용을 비공개하면서 폐쇄적 문화 개선을 논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에 와 닿고, 재판받는 국민의 시각을 무시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고, 과연 이대로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회복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판사는 지난 20172월 법원행정처 근무를 앞두고 행정처 내에서 일어난 사법농단 관련 문건 작성과 자신이 핵심인물로 몸담았던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그 소모임 인사모탄압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알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에 행정처 겸임발령 11일 만에 소속법원으로 복귀하기로 하고 사직 의사를 거두었으나, 이례적인 인사 번복을 시작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같은 해 3월 결국 사법농단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는 지난 1월 다시 사표를 제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이탄희 전 판사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다음은 이 전 판사의 페이스북 게시물 전문.
 
검찰은 66명의 법관에 대해 비위통보를 했습니다. 대법원장은 그 중 10명에 대해서만 징계청구를 하고 나머지 56명은 청구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그 명단과 비위내용을 비공개하였습니다.
 
대법원장이 검찰의 통보대로 징계를 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징계시효가 도과된 부분도 애써 눈감아 보겠습니다. 하지만 재판받는 국민은 내 사건을 맡은 판사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지, 포함되었다면 어떤 비위사실이었는지,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근거인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야 나머지 2900여명의 판사들도 자유로워집니다.
 
국민은 판사를 고를 수가 없습니다. 국민은 불안합니다. 이미 일정 부분 드러난 사실이 있는데, 못 본 체 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자기 자신을 속이면 그때부터 사람의 영혼은 병이 듭니다.
 
이번 대법원장 입장문에 3가지 문구가 눈에 띕니다.
폐쇄적 문화 개선” / “국민의 눈높이” / “국민의 굳건한 믿음 회복
 
명단과 비위내용을 비공개하면서 폐쇄적 문화 개선을 논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에 와 닿겠습니까. 재판받는 국민의 시각을 무시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겠습니까. 과연 이대로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회복되겠습니까.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징계는 행위자에 대한 것이기 이전에,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면죄부를 주면 그 비위행위를 용인하게 됩니다. 이는 젊은 공직자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주는 일이고, 젊은 판사들의 대의를 훼손하는 일이며, 그동안 믿고 응원해준 국민들을 냉소로 이끄는 일입니다.
 
걱정입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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