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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겉과 속이 다른 최종구, '혁신 속도조절' 내부선 금기어
2019-06-04 10:06:37 2019-06-04 10:06:37
과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재웅 타다 대표를 비판하며 혁신사업의 속도조절을 강조했지만, 정작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혁신정책 속도조절을 금기시하고 있다. 당장 인터넷은행 등 혁신성과가 시급해졌기 때문인데, 이는 최종구 위원장이 밝힌 소신발언과 상충돼 '모순'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재웅 타다 대표를 겨냥해 "혁신기업들이 '나는 달려가는데 왜 너는 못따라오냐'고 한다"며 "이는 굉장히 무례하고 이기적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제 막 취임을 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도 동참했다. 금융위 정책의 주안점은 혁신성장이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소외된 분들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경기부진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계시는 분들을 오히려 궁지로 모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수장의 이러한 발언들은 '혁신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혁신정책을 주도하는 부처가 당연히 고민해야할 사안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는지는 의문이다. 금융당국 혁신담당 부서들은 혁신정책에 대한 포용성을 전혀 고민하지 않는 눈치다. 일부 혁신 담당 부서 실무자는 "이미 혁신이라는 말에 포용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며 두루뭉술한 대답만 했다. 
 
오히려 일부 부서에서는 '포용적 가치로 인한 혁신사업의 속도조절'을 금기시 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종구 장관이 '혼자만 달려간다'며 이재웅 타다 대표를 비판했지만, 오히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속도조절 하면 문제가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혁신관련 부서에는 속도조절론이 금기시 되고 있다"며 "다른 국가와 혁신사업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속도조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규제 샌드박스, 인터넷은행 등 혁신정책에 대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제3인터넷은행이 불발되자,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말들을 금융위가 쏟아낸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누구는 소신발언이라 하고, 혹자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적 발언이라고 폄하한다. 무엇이든 간에 확실한 것은, 그러한 발언이 혁신정책 방향의 혼선을 줬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중국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사업을 앞서 나가고 있다. 금융위 수장의 발언으로 정책의 방향이 우왕좌왕한다면, 우리나라 혁신성장의 동력은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
 
금융부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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