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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플랫폼 기업의 성공방정식
2019-06-04 08:00:00 2019-06-04 08:00:00
'플랫폼 기업'이란 용어가 인기다. 플랫폼이란 말 자체는 '승강장'이란 뜻이지만, 파생된 상품, 서비스를 개발·제조할 수 있는 기반이라는 뜻으로 여러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FANG으로 일컫는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며,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 역시 이들과 같은 혁신적 성장기업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 사업계획서의 대다수가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는데 과연 플랫폼 기업으로서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로 구성된 플랫폼을 이해해야 한다. 올해 초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펑 주(Feng Zhu), 마르코 이안시티(Marco Iansiti) 교수가 기고한 글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의 성장 및 지속가능성의 요소는 전통 기업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일상적으로 처음에 만들기가 어렵지, 일단 만들고 난 후 사용자 한 명 추가하는 비용은 매우 낮아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어렵지 않다. 또한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가 대체로 아웃소싱되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으로 처리된다. 반면 전통적 기업은 고객이 늘어나면 인적 요소 또는 조직적 요소가 가치 창출이나 성장에 문제로 떠오른다. 
 
플랫폼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네트워크 내의 상호작용이지, 회사 내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주변 디지털 생태계의 성장, 장악, 보호 등이 사업 성공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음식 배달 앱의 경우, 판매 촉진을 통해 쿠폰을 대량 나눠주는 방식으로 플랫폼의 규모를 키우는 것 자체는 쉽다. 그러나, 이렇게 커진 플랫폼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배달 앱 쿠폰을 한번 쓰고 나서 다른 배달 앱을 쓰는 고객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플랫폼 유지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의 속성을 한 걸음 더 들어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 카카오톡에서 사용자가 늘어나면 사용자들 간의 연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연결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재미도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많아지면 카카오톡 플랫폼 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도 늘어나면서 좀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둘째, 네트워크 구조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냐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네트워크가 지역별로 파편화되고, 고립된 네트워크가 많아질수록 비즈니스는 어려워진다. 가령 통신 서비스가 어떤 지역만 지원한다 하면 전 지역을 지원하는 경쟁자와 경쟁이 어려울 것이다. 셋째, 사용자의 플랫폼 이탈 가능성 문제이다. 예를 들어, 배달 앱으로 음식을 한 번 시켰더니 배달 음식점에서 다음 번에 직접 시키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면 사용자들은 굳이 배달 앱을 쓰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 플랫폼은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직거래를 못하게 한다든지 연락처 정보를 남기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넷째, 사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 호밍 현상이다. 미국의 차량공유 서비스에서 운전자와 승객 상당 수가 우버(Uber)와 리프트(Lyft)를 모두 쓴다. 이런 경우 플랫폼 사업은 수익 내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플랫폼은 고객이나 협력사에게 멀티 호밍을 하지 않도록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마존에만 제품을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인 경우에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약속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다섯째, 다른 네트워크와의 연계, 즉, 네트워크 브릿징이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쇼핑 검색 후, 구매 단계에서 네이버 결제로 연계하여 네트워크 간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 때문에 아주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은 전자상거래에서 금융서비스로 확장했고, 아마존 역시 유통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이런 이론적 프레임을 놓고 국내에서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를 보면 상황이 아직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법제 미비도 문제이지만, 네트워크 자체가 서울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고 서비스 업체 별로 멀티 호밍이 빈번하고, 경쟁업체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관련 네트워크, 가령 음식 배달과 같은 지역 상거래 네트워크 등과 브릿지를 구축해야 한다. 네트워크 속성 상, 스마트 모빌리티가 풀어야 할 문제는 아직 많다.
 
최근 새롭게 나타나는 혁신적 사업은 대부분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고 있으며, 플랫폼 사업이야말로 혁신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연구와 그에 적절한 법규제 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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