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정치 갈등화…WTO 체계 붕괴 우려"
1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 세미나
"중국 경제 방향성 주시하며 자체 펜더멘탈 강화해야"
입력 : 2019-06-11 17:46:37 수정 : 2019-06-11 17:46:37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미중 무역분쟁이 두 나라의 경제 갈등을 넘어 정치 싸움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미중분쟁이 장기화하면 세계무역기구(WTO) 아래서 형성됐던 국제무역 체계가 붕괴할 위험이 있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과 외환시장 안정대책' 정책세미나에서 송치영 국민대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안재빈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미중 무역협상과 외환시장 안정정책' 세미나에서 "작년 여름까지도 모든 이들이 이 분쟁을 경제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여름 이후로 그런 기조가 사라졌다"며 "경제적 문제 이상의 헤게모니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미국 행정부는 경제적 이야기로 (외부의 비판을) 방어하려 하지만, 어느 정도 오류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 위안화가 절하돼 있다며 절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케이스"라며 "중국의 균형 환율이 얼마가 돼야 하는지 많은 기관들이 평가하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동의할만한 컨센서스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소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 보호무역주의 조치로 중국에 관세를 얼마나 매기고, 어떤 품목에 고관세를 적용하는지가 문제라기보다는, 그로 인해 초래되는 모든 불확실성이 큰 문제다"라며 "이미 이런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관세를 어떻게 매기느냐에 따라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 이미 전례가 생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확실해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미국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회원국 수준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매년 미국 의회에서 관세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와 관련 안 교수는 "세율 그 자체보다는 '매년 세율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중국으로서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2001년 WTO 가입 이후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중국 수출입 차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당장 미중 무역협상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불확실성은 상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특별히 염려해야 할 부분은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라며 "1990년대 이후 세계 무역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은 WTO 아래서 신뢰가 만들어졌던 영향이 큰데, 이 체계 붕괴로 인한 불확실성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또 송 연구위원은 "경제적 합리성을 생각하면 미중 갈등이 잘 봉합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정치 영역에서 지도자간의 자존심 싸움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은 합리성의 영역에서 비합리성으로 넘어가는 경계"라고 분석했다. 이어 "희망적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딜을 원하는 사람이라, 주식시장의 변동폭이 클수록 거래를 하려 할 것"이라며 "반면 중국은 트럼프 이후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염려된다"고 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분쟁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경제의 방향성을 주시하며 한국 경제 자체의 펜더멘탈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는 시차 없이 동반 추락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의 시그널을 잘 봐야 한다"며 "불행히도 최근 중국의 경기부양책을 살펴보면 경기를 부양을 할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여, 우리가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재빈 교수도 "미중 무역협상에 너무 시선이 머물러는 안된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투자·금융 영역에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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